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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치욕의 날' 양승태 결국 구속…"혐의 상당 소명"(종합)

헌정사상 최초…법원 "혐의 소명·사안 중대"
박병대 전 대법관은 지난해 12월 이어 다시 기각

[편집자주]

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과 박병대 전 대법관. © News1 이승배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과 박병대 전 대법관. © News1 이승배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정점에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이 전직 사법부 수장 출신으로는 헌정사 최초로 구속됐다. 다시 구속심사대에 선 박병대 전 대법관(62·12기)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전날(23일) 오전 10시30분부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24일 오전 1시57분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명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지난해 6월 사법농단 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한 검찰은 약 7개월만에 양 전 대법원장 구속을 끌어냈다. 법원은 재판거래 의혹 등에 대해 스스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돼 향후 정식 재판에서도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1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대법원장으로 재임하며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한 범죄사실은 무려 40여개에 달한다. A4용지 기준으로는 260쪽 분량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형사소송 △옛 통합진보당 지방·국회의원 지위확인 행정소송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또 △법관 뒷조사 등 사찰 및 인사 불이익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업무방해 사건 관련해 청와대 통한 헌법재판소 압박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등 헌법재판소 비밀수집 및 누설 △법원 공보관실 비자금 조성 의혹 등 혐의도 있다.

같은날 서울중앙지법에서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박병대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은 재차 기각됐다. 지난해 12월 박 전 대법관에 대해 "공모관계 성립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이 한달여만에 또 다시 기각판단해 구속을 피하게 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23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 경찰 병력이 배치돼 있다. 2019.01.23/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23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 경찰 병력이 배치돼 있다. 2019.01.23/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허 부장판사는 "종전 영장청구 기각 후의 수사내용까지 고려하더라도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추가된 피의사실 일부는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있으며 현재까지 수사경과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 및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날 오전 2시51분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선 박 전 대법관은 '2번째로 청구된 구속영장도 기각됐는데 소감이 어떤가',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어떻게 생각하나', '여전히 모든 혐의를 부인하나' 등 취재진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준비된 차량에 올라 현장을 빠져나갔다.

박 전 대법관은 양승태 사법부의 각종 사법농단 의혹이 집중됐던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2년 동안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하며 양 전 대법원장과 공모해 각종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혐의사실만 30여 가지다.

검찰은 지난달 7일 첫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뒤 보강수사를 벌였다.이어 두 번째 영장청구서에는 법원행정처장 및 대법관 재임시절 고교후배이자 투자자문회사 T사의 대표 이모씨의 부탁으로 이씨 탈세 관련 재판 진행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법원 형사시스템을 무단 열람한 혐의도 추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검찰 조사와 재판을 받게 될 예정이다. 미결수용자 신분으로서 일반 수용자와 같은 입소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범죄사실 및 책임을 전반적으로 부인해온 양 전 대법원장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구속기간 최대한 진술을 확보해 재판에서 혐의를 입증하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이날 서울구치소 앞에서는 보수단체와 진보단체가 경찰 병력을 사이에 두고 각각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양승태 구속'과 '양승태 기각'을 외쳤고,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진 뒤에는 "이겼다"는 구호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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