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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울산대 교수, 日 언론에 "한국 사법부 정권 눈치본다"

산케이 인터뷰…초계기 논란에 "반일감정 정치적 이용"
법학자·법조인 "개인적 주장 도를 넘었다"

[편집자주]

울산대학교 이정훈 교수. © 뉴스1
울산대학교 사회과학부 이정훈 법학전공 교수가 일본 우익 언론 산케이(産經)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노역했던 일본 기업에 대해 배상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 “본래 재판과 여론은 전혀 관계없어야 하지만 한국의 사법부(법원)는 그렇지 않다”고 발언해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31일 산케이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이 교수는 “한국에서 정권과 사법의 관계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가 박근혜 정부의 뜻에 따라 일제 징용 피해자 배상 소송 판결을 미루게 한 혐의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것”이라며 “판사라고 하더라도 일신의 안전은 보장되지 않아 정권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국내적으로 해결해야 할 개인청구권 문제를 반일감정에 엮어 이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제간의 합의에 대한 해석을 바꾼다면 어느 국가도 한국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며 “법치 국가로서 시민교육 통해 여론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저공비행 논란에 대해서는 “한국의 국방 능력이 우월하다는 점을 여론에 어필해 국민적 지지를 얻으려고 하는 것일 수 있다”며 “반일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도 했다.

이 같은 이 교수의 발언에 대해 '법무법인 더정성' 김상욱 대표변호사는 “어떻게 이런 발언이 있을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법이라는 것은 형식에 갇히면 안 되고 실질을 보면서 실질적인 법의 프리즘을 통과해야 한다”며 “이 교수의 주장은 형식적 논리의 틀에 갇혀 있다”고 비판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가 한일간의 합의가 있었다고 해서 불가하다는 입장은 형식적인 틀이고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그것을 행사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이 갖춰지지 못한 상태였으므로 실질적으로 합의가 있었는지에 대한 여부는 새로운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법학자가 개인적인 주관을 자유롭게 발언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와 직결되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 주장이 왜곡돼서는 안 된다”며 “일본 초계기 사건은 명백한 팩트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치적 의도 운운한 것은 법학자가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또 다른 법조인은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한 판단은 보기에 따라 다를 수 있기는 하지만 사법농단이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하고 그에 따라서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최근 성창호 판사의 김경수 경남지사 판결을 본다면 사법부가 정치의 눈치를 본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며 높은 지위에 있었고 힘이 있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더 엄한 판결이 나온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동국대학교 법학과 김선정 교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판결을 두고 우리나라 법원이 정치적 압력이나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고 판정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교수는 “사법부의 판결을 사회적 분위기나 정치적 압력의 문제로 비화한 것은 삼권분립의 정신에 맞지 않고 사법부가 정치화됐다는 해석 자체가 사법부를 정쟁의 장으로 끌고 가는 과도한 발언”이라며 “한 사람의 법학자로서 개인적 생각에 맞지 않은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지극히 개인적 의견을 내는 것은 삼가야 했다”고 말했다.

또 “극우적인 입장에 있는 산케이신문에 인터뷰한 것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일 수 있지만 법학자라면 자신의 주장이 가지고 올 파장과 부정적인 측면도 고려해서 자제 했어야 했다”며 “한국의 비우호적인 언론과 인터뷰하는 것보다 논문을 통해 체계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펴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닷붙였다.

이정훈 교수의 인터뷰는 산케이신문에 ‘정권과 국민에 복종하는 한국 사법’이라는 제목으로 실렸으며 일본 고베를 방문 중인 이 교수가 인터뷰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

이정훈 교수는 현재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그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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