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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횡단 노인 숨지게 한 버스기사 무죄…"사고 예측 못해"

기사 "발견 당시 너무 가까웠다"…1심·2심 모두 무죄
법원 "운전시 통상 수준 이상의 주의 요구할 순 없어"

[편집자주]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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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횡단을 한 노인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버스기사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법원은 운전자에게 통상적인 수준 이상의 과도한 주의 의무를 요구할 순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41)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인천에서 시내좌석버스를 운전하는 이씨는 지난 2015년 8월 인천 남구에서 편도 3차로 중 3차선을 따라 시속 약 47km의 속도로 버스를 운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씨는 버스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무단횡단을 하던 A씨(당시 72세)를 뒤늦게 발견하고 급제동했지만 들이 받았다. 이 사고가 원인이 돼 A씨는 2017년 12월 패혈증성 쇼크로 사망했다.

검찰은 이씨가 운전 중 전방·좌우 주시를 태만히 한 과실이 있다고 보고 기소했다. 반면 이씨는 A씨의 발견 당시 급제동을 했지만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사고를 피하는 게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뤄진 1심에서 배심원 9명은 만장일치로 이씨에게 죄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이씨에게 "교통사고를 예측하거나 회피할 수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사고 당시 블랙박스 동영상에 따르면 이씨는 적어도 사고 2초 전에 A씨를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도 반대차로에서 오는 버스에 손인사를 하느라 뒤늦게 발견했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도 이씨에게 죄가 없다고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에게 유죄를 선고하려면 그를 무죄로 본 1심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됐다고 보이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씨가 형사책임을 져야 할 정도로 운전상의 잘못을 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1심에서 배심원도 그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고 봤고, 우리도 1심이 선고한 무죄가 옳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씨에게는 '당시 좀 더 주의했다면 한 사람이 죽지 않도록 했을 수도 있었다'는 후회가 남을 것"이라며 "그러나 운전할 때 통상적으로 필요한 수준 이상의 주의를 요구할 순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그래도 본인에 의해 한 사람이 죽은 것이고, 유족도 얼마나 슬프겠냐"며 "업을 진 것이라 생각하며 받아들이고 명복을 빌어주는 것도 인간적으로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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