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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는 北美 정상 D-16…8개월 전과 달라진 점

비핵화 협상, '담판' 구도에서 '단계적 딜' 협상 구도로
8개월 만에 협상 채널 확립…"본 협상은 이제 시작" 분석도

[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19.02.11.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19.02.11.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북한과 미국이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만에 개최하는 양국 정상회담 국면에서 눈에 띄는 것은 그간 달라진 한반도 정세이다.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 정상회담은 남북관계 개선의 훈풍을 업고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개최됐다.

그러나 북핵 문제의 진전은 미약한 수준이었다.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 전인 5월에 풍계리 핵실험장을 공개적으로 폐쇄하는 조치를 취했으나 국제사회로부터 '설득력'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첫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 구도는 '담판' 방식으로 이어졌다. 미국이 '선(先) 비핵화' 후 보상 방식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 등의 개념으로 북한을 압박했다.

반면 북한은 과거 핵문제 협상에서 주요 논리로 내세웠던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을 앞세워 협상에 임했다. 협상의 결과에 따른 단계적인 비핵화 조치에 대한 보상을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이어간다는 논리다.

8개월 사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구도는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다소나마 기운 듯한 모양새다.

미국의 비핵화 협상 실무급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방북을 앞둔 지난달 31일 스탠포드 대학 강연에서 "우리는 '당신(김정은)이 모든 걸 다 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라고 말하지 않았다"라고 언급했다.

선 비핵화를 주창하던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북한이 제시한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과 완전히 부합하는 메시지를 낸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사실상 '단계적 딜'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미국의 달라진 입장은 오는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2차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통해 정확하게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역시 비핵화 협상 개시 후 8개월여 만에 과거 대미 협상, 핵 협상 때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북한은 핵협상 과정에서 이른바 '벼랑 끝 전술'로 불리는 전형적인 대미 압박 방식을 고수했다.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정상회담 취소 사건을 앞두고 북한의 전형적인 대미 협상 전술을 엿볼 수 있었다.

당시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부상을 통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역사적인' 북미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들을 향해 '아둔하다', '횡설수설한다'는 등의 언사를 구사해 비난한 것이다.

이는 북한의 외교 라인이 즐겨 구사했던 방식으로 미국을 두고 대외적으로는 협상의 추동력을, 내부적으로는 결속을 꾀하는 방식으로 분석돼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정확하게 이들의 언사를 지목해 정상회담을 취소하며 북한의 대미 협상 전략도 변화를 직면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2019.2.9/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2019.2.9/뉴스1

그 후로 8개월 뒤에야 북미 비핵화 협상의 '협상 채널'은 본 궤도에 오른 셈이 됐다. 미국은 비건 특별대표에게 협상의 전권을 준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북한 역시 전례 없던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라는 자리를 만들어 김혁철 전 주스페인 대사를 내세웠다.

한편으론 북한과 미국이 협상 채널을 세분화, 다각화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미국은 비건 특별대표를 필두로 한 한미 간 비핵화 및 남북 협력 문제를 논의하는 워킹그룹을 운용하고 있는데, 이 워킹그룹의 주요 멤버들이 비건 특별대표와 함께 지난주 북한 방문에 동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지난해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공석이던 국무부의 대북 채널인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우리의 청와대 격인 북한 국무위원회의 대미특별대표가 협상 테이블을 차리는, '급과 격'이 맞는 상시적 채널이 설정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북미 간 8개월 간 협상을 진행하며 '합'을 맞춘 결과로 볼 수도 있다. 일각에서 이제야 본격적인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본 테이블이 차려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한국 정부, 북한의 입장에선 남측이 비핵화 협상의 사실상의 당사자로 참여하게 된 것도 의미 있는 변화다.

한국은 그간 남북 경협 확대를 주장하는 북한과 대북 제재 고수 입장을 유지한 미국 사이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자임하고 실제로 북미로부터 이에 대한 신뢰를 얻는 과정을 거쳐 왔다.

지난해 말 한미 워킹그룹 출범에 이어 지난달 남북미의 스웨덴 스톡홀름 회동이 성사된 것은 한국이 단순 중재자를 넘어 비핵화 협상에서 실질적 이해관계자로서 공식적인 참여가 가능해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북한이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등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비핵화 행보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북은 비핵화의 주요 분기점에서 세 차례 정상회담을 열며 불과 1년여 만에 10년 간 닫혔던 남북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점이 문제일 뿐 비핵화 협상의 귀결은 경제 문제로 이어질 것이 자명한 만큼 비핵화의 추이에 따라 향후 남북 간 경제 협력 사업의 확대 폭이 어느 정도가 될 지도 지켜볼 부분이자 한반도 정세의 주요 변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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