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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힘들 때 읽어볼 만한 책

최성현의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

[편집자주]

최성현의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에는 무슨 내용이 적혀있었을까? 잇큐(一休)는 우리의 원효만큼 일본에서 유명한 승려다. 잇큐는 죽기 직전 앞날을 불안해 하는 제자들에게 편지 한 통을 남기며 ‘정말 힘들 때 열어보라’는 유언을 남겼다. 세월이 흐른 뒤 사찰에 큰 문제가 생겼으나 도저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자 승려들은 그 편지를 개봉하기로 했다.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걱정하지 마라. 어떻게든 된다.”

영락없이 마크툽(Maktub)의 다른 말이다.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를 비롯해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마크툽은 ‘모든 일은 신께서 기록해 놓은 대로 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다. 마크툽이 생소하다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어떤가? 어렵고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람을 위로하고 격려할 때 흔하게 쓰이는 말이지만 신기한 것은 저 주문을 중얼거리는 것만으로도 현실의 많은 번뇌가 수그러드는 것을 실감하는 것이다. 인생의 진리가 응축된 주문(呪文)의 힘이다. 최성현의 신간 ‘힘들 때 읽어보라던 편지’에는 해탈의 경지에 이른 선승들의 301가지 일화가 편집됐는데 저와 같은 주문이 여러 개 들어있는 책이라고 보면 맞겠다.

어느 때부터인가 남녀노소 불문 점점 살기가 팍팍해지는 현실 때문인지 강연과 출판, 방송 등을 통해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고, 해법을 제시해주는 스님들이 연예인 급 스타로 등극했다. 법정 스님께서 ‘무소유’를 온 국민들에게 설파하시고 떠나신 만큼 이들이 명예와 부를 위해 이런 활동에 적극적일 것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 스님들만 있는 게 아니다. 10년 넘게 역경극복을 인도하는 스테디셀러 ‘무지개 원리’의 저자도 천주교 성직자인 차동엽 신부다.

이들 성직자들의 ‘상담’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의 답변을 듣고 나면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기 때문이다. 그들의 답변은 어려운 용어를 써가며 지식을 과시하거나 무슨 소리인지 모를 선문답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의 말은 초등학생들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상담의 경험이 좀 있는 누구라도 할 수 있을 것처럼 평범한 문장들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설법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그 쉬운 문장이 하루 아침에 완성된 것이 아니라 수십 년의 기도, 명상, 수행, 경청의 도가 이룩한 통찰력(洞察力)의 힘일 것이라고 필자는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저자 최성현은 강원도 산골마을에서 ‘주경야경(晝耕夜耕)’ 하는 농부다. 낮에는 자기 먹을 만큼의 곡식을 가꾸고 밤에는 종교서적을 즐겨 읽으며 마음의 양식을 수확한다. 인터넷과 유튜브 강의, 사찰의 홈페이지도 섭렵한다. 그렇게 20년 가까이 수확했던 양식 중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픈, 주로 일본 선승들의 일화를 중심에 놓은 가르침들이 301개가 됐다. 달관의 경지에 이른 선승들의 일화에는 해독해야 할 말이나 문장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이 들어있다.

장사에 관해 선승 세츠는 “무슨 장사나 세 가지에 반해야 성공합니다. 그것은 상점이 있는 자리, 장사, 배우자”라고 설파했다. 상점이 어디에 있든 그 자리를 더 없이 좋은 자리로 받아들여야 하고, 장사를 좋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우자는 가화만사성을 뜻한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버들은 푸르고 꽃은 붉도다. 달은 밤마다 물 위를 지나가건만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다’는 문장들이 마음 수련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독자라면 일독할 만하다.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 / 최성현 지음 / 불광출판사 펴냄 / 1만 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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