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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가 독일에 재정확장을 주문하는 이유는?

IMF "韓·獨 등 여력있어 재정확장 가능…獨은 반대"
美, 지분많은 IMF 통해 자국 경상적자 줄이려는 시도

[편집자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 AFP=뉴스1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 AFP=뉴스1

전 세계 경기가 둔화하는 측면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경제학자들은 한국과 독일 등이 본격적인 경기 부양책을 쓸 수 있지만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 나라들로 지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주말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서도 이것이 핵심 쟁점이었다. IMF는 글로벌 재정정책에 대한 연례 보고서에서 독일, 한국, 호주를 재정 부양이 가능하며 그럴 만한 일리가 있는 나라라고 지목했다고 WSJ이 전했다. 이달 초 IMF는 스위스에 재정 지출을 늘릴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IMF는 그동안에도 계속 독일 등 재정수지 흑자가 충분한 나라들에 대해 감세와 성장을 위한 재정 지출 확대를 압박해 왔다. 먼델-플레밍 모형에 따르면 확장적 재정정책을 쓸 경우 해당국 통화가 절상 압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달러화 가치는 떨어지게 돼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니 미국이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IMF를 통해 독일에 재정정책을 확대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다.

또 IMF가 재정 확장을 권고하려면 해당국이 불황 혹은 위축 국면에 들어있다고 판단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보다는 독일이 더 확실히 위축 국면이라 판단할 수 있고 그래서 IMF가 독일에 목소리를 더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재정흑자를 내고 있는 나라는 분명히 이를 사용해 투자를 하고 경제 발전과 성장에 참여할 수단을 가져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것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런 IMF 방침에 동의했다.

그러나 독일의 입장은 다르다.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을 때만 해도 정부가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모든 걸 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그러나 현재는 독일처럼 재정에 있어 보수적인 정책 기조를 갖고 있는 나라의 경우 대규모 부양책을 쓰는 걸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경기침체도 아니고 소프트패치(soft patch: 경기 회복 국면에서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을 쏟아붓는 것엔 동의하지 않는 것.

올라프 숄츠(Olaf Scholz) 독일 재무장관은 독일의 공공 투자 증가, 세금 감축,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증가 등을 들어 IMF의 주장에 반대 의견을 냈다. 숄츠 장관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독일의 안정적인 재정 상태는 다음 번 경기침체(recession)가 오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의 글로벌 경기 리스크는 독일의 재정 때문이 아니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나 무역분쟁 등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IMF의 재정 정책 기조 역시 1980년대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까지 '팽창'보다는 '긴축'에 더 가까웠던게 사실이다. 그러다가 금융위기 이후 IMF의 기조는 재정정책에 대한 국제정책공조를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초국가적인 파급 효과를 막기 위해서였다.

WSJ는 한국은 연간 재정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호주의 경우 향후 몇 년 안에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며, 유럽과는 달리 한국과 호주는 별다른 부양책이 필요한 것 같지 않고 중앙은행들은 필요하다면 금리를 인하(통화완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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