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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운동장에 '유박비료' 뿌리다니…또 반려견 무지개다리 건너

애견운동장 운영자 '유박비료' 위험성 제대로 몰라
사료 '닮은꼴' 유박비료 사고 이어져…'리신' 함유 청산가리와 같은 유독성

[편집자주]

A씨 반려견 '차나' (사진 A씨 제공) © 뉴스1
A씨 반려견 '차나' (사진 A씨 제공) © 뉴스1

애견운동장에 뿌려진 '유박비료'가 또 한 생명을 앗아갔다. 특히 애견운동장 운영자는 유박비료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유박비료는 피마자(아주까리), 참깨, 깻묵 등의 기름을 짜고 난 찌꺼기로 식물 성장에 필요한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비료로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피마자(아주까리)'는 독성물질인 리신(Ricin)이 들어 있어 특히 동물에겐 치명적이다.

◇ 애견운동장에 뿌려진 '유박비료'…손님 반려견 죽어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A씨는 가족 같은 반려견 '차나'(골든리트리버·3살)를 허망하게 잃었다. 함께 찾은 애견 운동장에서 뿌려놓은 유박비료를 먹고나서 이틀 만이다.

A씨에 따르면 지난 3월7일 A씨는 반려견 '차나'와 '라테'와 함께 남양주의 한 애견 운동장을 찾았다. 2년 동안 연간 회원권을 끊어 놓고 다닐 만큼 익숙한 곳이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관계자로부터 "차나가 비료를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먹어도 괜찮은 것이냐는 A씨의 질문에 관계자는 "친환경 유기농이라 괜찮다"고 말했고, 이에 안심은 했지만 더 이상 차나가 비료를 먹지 못하게 했다고 전했다. 비료를 뿌린 이유는 운동장 조경을 위해 나무 등을 심으면서 처음 사용한 것이라고 했다.

집에 돌아오고 저녁 10시가 지나자 차나는 구토를 했다. 토사물에 저녁으로 준 야채와 고기가 섞여 나와 새벽 2시까지 지켜보다 다시 구토를 하는 등의 이상 징후가 없어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다음날 깨어보니 거실 전체에 토사물이 흩어져 있었다.

서둘러 병원을 찾은 A씨는 문득 어제 일이 생각나 운동장에 전화를 했고 '유박비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유박비료가 특히 동물에게 치명적인 독성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차나는 다음날 아침 쇼크 상태가 오면서 더 큰 병원으로 이동하던 중 병원 도착 3분을 앞두고 숨을 거뒀다.

'차나'가 살아있을 때 모습(사진 A씨 제공) © 뉴스1
'차나'가 살아있을 때 모습(사진 A씨 제공) © 뉴스1

◇ 견주 "가장 안전해야 할 곳인데"…업체측 처벌 어려워

유박비료를 먹은 반려동물이 죽는 사고가 또다시 발생하자 유박비료에 대한 보호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유박비료로 인한 전국의 반려동물의 피해 사례는 2016년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2016년 비료 포장지 전면에 빨간색 글씨로 '개, 고양이 등이 섭취할 경우 폐사할 수 있습니다'는 경고문구를 넣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텃밭이나 공원 산책로 등에 널리 사용되고, 반려동물 관련 영업장에서도 이를 알지 못하고 피마자 유박비료를 사용하면서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영업장의 부주의로 피해를 받아도 처벌하기 어렵다며 "반려동물 관련 영업자들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힌다.  

차나의 보호자 A씨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사고가 난 애견운동장의 대표는 비료 포장지의 경고 문구를 미처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업체 측에서 사과를 했을 땐 진심이라 생각했는데, 차나가 입원했던 당일에도 영업을 계속 했을 뿐만 아니라, 유박비료의 피해 사실을 숨겨 유박비료를 먹은 손님들의 반려견이 원인도 모르고 치료를 받다가 제가 쓴 글을 보고나서야 유박비료를 먹은 것을 알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가 보상으로 제시한 것은 차나의 분양가 수준에 불과한 보상금과 업체를 2~3년간 이용할 수 있는 연간 회원권"이라며 "차나가 희생된 곳의 회원권을 선심 쓰듯 제시한다는 것에 정말 보호자의 심정을 고려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합의 조건을 제시하자 오히려 닦달 하냐며 짜증을 내는 모습에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생각해 '개인적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통보한 상태"라며 "더 이상 차나와 같은 불행이 없기를 바라며 무책임한 애견 사업장에 대한 책임과 유박비료의 위험성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A씨는 해당 업체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준비중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피마자 유박비료 © 뉴스1
시중에 판매되는 피마자 유박비료 © 뉴스1

◇피마자 유박비료…반려동물에게 위험해 주의해야

유박은 피마자(아주까리), 참깨, 깻묵 등의 기름을 짜고 난 찌꺼기로 식물 성장에 필요한 성분을 함유해 비료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피마자(아주까리)'는 독성물질인 리신(Ricin)이 들어 있어 특히 동물에겐 치명적이다.

리신은 피마자에 함유돼 있는 수용성 독성 성분의 식물성 단백질로, 피마자 씨를 날로 먹거나 주사하면 내장 기관에 출혈을 일으켜 사망에 이른다. 성인도 0.001g 정도의 소량으로도 사망에 이를수 있다.

피마자 유박비료를 먹은 동물들은 내장 기관에 출혈을 일으켜 구토, 출혈성 설사, 복통과 고열, 발작 등의 증세를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많이 섭취 했을 경우 치료 방법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가까이가지 못하게 하고, 먹었을 경우 동물병원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조우재 제일사료 수의영양연구소장는 "유박비료는 해독방법이 없다"며 "섭취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경우 구토나 위 세척 등의 방법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생존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래 강아지는 피마자 자체를 먹진 않는데 비료에 육분, 어분 등이 섞여 들어가 향 때문에 먹는 것인 줄 알고 먹는 것"이라며 "최선의 방법은 동물이 피마자 유박비료에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연 PNR 변호사는 "애견운동장이 동물을 위탁 관리까지 하지 않은 곳이라면, 동물보호법상 애견운동장은 등록 대상인 영업에 해당하지 않아 영업자의 교육의무 등이 없는것"이라며 "하지만 유박비료 등 동물이 섭취할 수 있고 유해한 물질에 대해서 영업자가 미리 숙지하고, 이러한 위험물질을 접촉하지 못하도록 '주의 의무'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해지는 반려동물 관련 영업의 종류를 법이 공백 없이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영업자는 동물을 다루는 영업으로 이익을 얻는만큼, 그에 대한 관련 지식을 습득하고 책임을 부담하도록 관련 조항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유박비료가 식물에 들어가 그 식물을 사람이 섭취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를 강아지나 고양이 등의 동물이 먹었을 때 문제가 된다"며 "사료 모양인 것을 바꾸라고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옥천군청에서 지난해 게시한 반려동물 산책시 주의 안내자료 (사진 옥천군청 홈페이지) © 뉴스1
옥천군청에서 지난해 게시한 반려동물 산책시 주의 안내자료 (사진 옥천군청 홈페이지)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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