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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의 임팩트] 올곧은 뚝심…'스케치북' 10주년의 의미

[편집자주]

KBS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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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이하 '스케치북')이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09년 4월24일 처음 방송된 '스케치북'은 인디 밴드부터 아이돌, 중견 가수까지 매주 경계 없이 다양한 뮤지션들을 대중에게 소개하며 오랜 시간 뚝심 있게 자리를 지켜왔다.

'스케치북' 10주년의 의미는 단순히 하나의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방송되고 있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1992년 론칭된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를 시작으로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 '유희열의 스케치북'까지 20년 이상 KBS 정통 음악 프로그램의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스케치북'이 그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의미 있다.
KBS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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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오롯이 음악에 집중하는 몇 안 되는 방송이라는 점 역시 '스케치북'을 빛나게 하는 지점이다. '스케치북'에서는 뮤지션의 양질의 무대가 가장 중요하다. 즉석 라이브 연주와 함께 하는 가수들의 멋진 퍼포먼스를 '안방 1열'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스케치북'만의 강점이다. 여기에 아티스트의 매력을 끄집어내는 유희열의 농익은 진행은 방송을 더 풍성하게 한다. 시청자들 역시 본질에 집중하는 '스케치북'에 끊임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덕분에 성과도 있었다. '스케치북'이 장르 구별 없이 950여 팀의 뮤지션을 소개하면서 시청자들은 보다 손쉽게 다양한 음악들을 접할 수 있었다. 또한 '스케치북'을 통해 소개된 몇몇 뮤지션들은 방송을 계기로 자신들의 음악을 널리 알려 가요계에서 확실하게 자리잡기도 했다. 그만큼 '스케치북'은 유일하게 남은 지상파 정통 음악 프로그램으로서 대중음악의 지평을 넓히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물론 '스케치북'이 여기까지 오는 게 쉬웠던 것만은 아니다. 주목할 만한 뮤지션을 소개하고 양질의 무대를 감상할 수 있다는 지점에서 '스케치북'은 충분히 가치 있는 프로그램이고 마니아 층을 형성했지만, 심야에 방송돼 시청률이 낮은 건 약점으로 작용했다. 프로그램의 가치와 상관없이 '시장의 논리'로만 따지면 '스케치북'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었고, 이 때문에 개편 시기가 되면 '폐지'에 대한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KBS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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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청자들은 물론 방송가에서도 '스케치북'을 비즈니스 공식에 가두지 않았다. 지난 23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유희열은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예능국의 도움과 뮤지션들의 지지 속에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제작비 문제, 경쟁성 등으로 위기가 많았다. 그때 예능국에 계신 감독님들이 이 프로그램은 지켜야 한다고 해서 지켜졌다. 뮤지션분들도 우리 프로그램을 소중하게 대해주고 있다. 아직까지도 중요한 존재로 바라봐주셔서 지금까지 지켜진 게 아닐까 한다. 감사하다"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박지영 PD 역시 "화려하진 않지만 계속 있어야 하는 기본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라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나 한다"라고 사견을 전했다.

거친 바람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고요하게 자리를 지켜온 '스케치북'은 10년의 세월을 딛고 장수 프로그램 대열에 합류했다. 올곧은 뚝심으로 이뤄낸 '스케치북'의 10주년은 그래서 더 가치 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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