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N칸현장] '기생충' 봉준호, 칸 중심서 '탈' 할리우드를 말하다(기자회견 종합)

[편집자주]

'기생충' 칸영화제 공식 기자회견 /칸(프랑스) =정유진 기자© 뉴스1
'기생충' 칸영화제 공식 기자회견 /칸(프랑스) =정유진 기자© 뉴스1

"봉준호의 아름다운 패키지 여행이다." '기생충'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이 영화에 대해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은 22일 오전 10시 45분(현지시각, 한국시각 22일 오후 5시 45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진행된 제72회 칸국제영화제(칸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 '뻔한 코드 사용하지 않은 장르 영화'라는 표현에 "내 자신은 장르 영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대신 좀 이상하다, 장르의 규칙을 따르지 않고, 그 규칙을 따르지 않는 틈바구니로 사회 현상 같은 것들이 들어간다"면서 "이번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마음껏 영화를 찍었다"고 했다.

또한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출연해준 배우들의 노고도 치하했다. 그는 "내가 쓴 기이하고 변태적인 스토리도 이분들의 필터를 거치면 사실적으로 격조있게 표현돼서 여기 모인 배우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식 기자간담회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등이 참석했다.

제72회 칸영화제 공식 포토콜 © AFP=뉴스1
제72회 칸영화제 공식 포토콜 © AFP=뉴스1

'기생충'은 21일 오후 10시(현지시각, 한국시각 22일 오전 5시)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공식 상영회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공개된 영화는 봉준호 감독 특유의 날카로운 블랙코미디가 돋보이는 풍자극이었다. 영화가 끝난 후 관객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8분간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역대급' 반응이었다.

봉준호 감독은 전날 상영회에서 뜨거운 8분 기립 박수를 받은 것에 대해 "기립 박수는 늘 다 있는 것인데, 분과 초를 젤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고 겸손함을 표했다. 이어 "다만 '옥자' 때 다리우스 콘지 촬영감독과 틸다 스윈튼, 많은 동료들이 같이 축하해주는 상영이 따뜻한 분위기라서 그게 좋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는 '기생충'이 '괴물'이나 '설국열차' '옥자' 등의 전작을 '셀프 오마주한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의도한 적은 없다. 평소 하던 대로 자연스럽게 내가 하던대로 시나리오를 쓰고 스토리 보드를 그렸다"고 했다.

또 "평소 작업을 했던, 또 처음 작업을 하지만 좋아하는 배우들과 자연스럽게 찍다 보니 내 느낌대로 영화가 나왔다. 보시는 관객들 입장에서는 셀프 오마주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내 자신의 평소 스타일을 유지했구나 싶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영화 속 여러 번 뒤바뀌는 장르에 적응하기가 어렵지는 않았냐는 질문을 받았다.

장혜진은 "일상적으로 대화를 하면 모든 게 그냥 이어지지 않는다. 그냥 대답이 나오는 것이다. 연기도 그렇다. 자연스럽게 된다. '밥 먹었어?' 얘기하다가 '어디가?' 하면서 다른 얘기를 하고는 하는 것 연기도 그렇게 같이 묻어갔다"고 답했다.

제72회 칸영화제 포토콜  © AFP=뉴스1
제72회 칸영화제 포토콜  © AFP=뉴스1


제72회 칸영화제 포토콜 © AFP=뉴스1
제72회 칸영화제 포토콜 © AFP=뉴스1

송강호 역시 "우리의 삶이 사람이라는 것이 희노애락 감정이 준비가 된 게 아니다. 항상 희극과 비극이 공존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보니 그런 것들을 구분지어 준비하고 연기하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라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봉준호 감독은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장르가 확확 뒤바뀌고, 섞이고, 감정도 바뀌는데 미리 준비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쓸 때는 의식하지 못한다"면서 "바텐더가 칵테일 만들듯이 배합한다는 의식도 없다. 그냥 벌어지는 상황의 뉘앙스에 집중할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봉준호 감독은 '한국 영화의 특징을 설명해달라'는 질문도 받았다. 이에 그는 " 한국 감독님이 나 말고도 많아서 어떻게 얘기할지 모르겠다"며 "개인적으로는 장르를 따르고 싶은 거다. 장르적인 흥분을 좋아하니까, 시네마틱한 부분을 좋아해서 순응하고 싶어 따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두 가지 욕망을 느낀다. 장르적 규칙을 따르고 싶기도 하지만 부수고 파괴하고 싶다. 이 두 가지 마음이 합쳐져서 뭔가 다른 새로운 게 나온다"고 말했다.

제72회 칸영화제 포토콜  © AFP=뉴스1<br /><br />
제72회 칸영화제 포토콜  © AFP=뉴스1


또한 그는 한국 장르 영화에 대해 "한국 장르 영화가 눈부신 발전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2000년대, 할리우드 장르의 규칙을 따르지 않은 지점이 더 중요하다. 장르의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서 열린 숨쉴 틈과 공간에 정치와 인간적 고뇌, 한국의 삶과 역사가 편하게 섞여 들여왔다"면서 미국 장르 영화와의 차별점을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은 김기영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설국열차'가 수평적 영화였다면 이번 영화는 수직적 영화라는 지적에 "우리끼리는 이 영화를 계단 영화라 불렀다. 계단 시네마라고 하면서 각자 좋아하는 계단 장면 꼽아오기 놀이도 했다. 계단하면 김기영 감독을 뺄 수 없다. 한국 영화 역사 마스터이다. '하녀' '충녀'를 보면서 김기영 감독의 계단의 기운을 받으려 했다"고 했다.

이어 영화에 등장하는 '반지하'가 한국에만 있는 개념이라면서 "전세계 영화 역사에서 수직적 공간을 계급, 계층 나타내는 도구로 쓴 건 많았다. 우리는 한국에만 있는 구조가 있다. 반지하다. 거기서 나오는 미묘한 뉘앙스가 있다. 분명히 지하인데 지상으로 믿고싶은 공간이다. 여기서 힘들어지면 지하로 갈 수 있다는 공포감, 그게 반지하다. 그게 서구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지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배우들은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에 높은 만족감을 느꼈다고 했다. 특히 송강호는 "트레이드 마크는 정교함이다. 닉네임으로 '봉테일'이라고 하는데 본인은 그 말을 (싫어한다).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은 마음이 편한 게 워낙 배우가 어떤 것을 시공간을 카메라 앞에서 필름 앞에서 메꿔야 한다는 강박이 없어진다. 봉준호의 세계의 모든 것이 계산돼 있고 정교하게 구축된 상황이어서 그런 마음에서 배우 입장에서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72회 칸영화제 포토콜 © AFP=뉴스1<br /><br />
제72회 칸영화제 포토콜 © AFP=뉴스1


이어 "필요 이상의 안 좋은 연기를 할 필요가 없고, 딱 좋은 연기만 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같고, 밥때를 너무 잘 지킨다. 식사 시간, 정확한 시간, 저희들이 굉장히 행복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해주시는 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선균 역시 "나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이 영화가 가이드 봉준호의 아름다운 패키지 여행 같다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좋게, 쉽게 안내해주고, 100% 가이드를 믿고 가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느꼈다"면서 "어릴 때 꿈꾼 작품에 임하는 게 긴장되고 떨렸다. 봉준호 감독이 이 동네 영화 잘 찍는 형처럼 느껴졌다. 생각한 것 이상의 행복함을 주셨다"고 설명했다.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고, 그렇게 얽힌 두 가족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올해 제72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의 유일한 국내 영화 진출작이다.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