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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영업비밀 물어도 되나"…청년 농부 "1억쯤 벌어"

경주 옥산마을서 첫 모내기 '농심 청취'…"농기계값 부담 커 개선 필요"
"현정부 들어 쌀값 많이 올려, 칭찬해달라"…이앙기 몰고 농약드론 작동도

[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경북 경주시 옥산마을에서 모내기를 마친 뒤 주민들과 새참을 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5.24/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경북 경주시 옥산마을에서 모내기를 마친 뒤 주민들과 새참을 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5.24/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오전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마을에서 주민들과 모내기를 하고 농심(農心)에 귀를 기울였다. 문 대통령이 직접 모내기를 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안강읍은 안강평야를 중심으로 집단화된 들녘을 갖춘 경주의 대표적인 쌀 주산지다. 옥산마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신청한 옥산서원과 국가지정 보물 200여점을 보유한 마을로 마을 공동체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쯤 마을에 도착해 주낙영 경주시장으로부터 마을 현황과 경주시 농업현황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밀짚모자에 셔츠를 걷어붙이고 장화를 신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경주가 농업 비중이 굉장히 높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라며 "이 마을 자체가 단순한 농촌마을이 아니라 아주 심상치 않다. 특별한 마을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또한 "이번에 서원들이 전체적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면 더 많은 관광객들이 유입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모내기 현장인 근처 논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농업용 드론의 농약 살포와 자율주행 이앙기의 모내기 과정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 영농 현장을 직접 둘러봤다. 문 대통령이 "(농약 살포 드론은) 얼마나 활용되고 있나"라고 묻자 김경규 농촌진흥청장은 "전국 1100여대로 파악하고 있는데, 최근에 굉장히 빠르게 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옛날에 농약 살포 때문에 농민들이 이런저런 병에 걸리고 해로운 점이 있었는데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모내기 현장에서 직접 비료 살포용 드론을 작동해보면서 드론의 작동법을 상세하기 묻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모내기를 하러 이동하면서 젊은 영농인 부부와 만나 "이렇게 젊은 부부들이 농촌에서 농업에 종사하니까 아주 좋아 보인다"고 격려하며 농사일을 화제로 많은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이 "젊은 사람들이 하기에 농업이 좋은 일이다, 장래성이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남편은 "본인만 열심히 한다면 충분히 장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주변에서 "올해 쌀값이 좀 올라서 (더 괜찮을 것이다)"라는 말이 나오자 남편도 "쌀값이 올라서"라고 웃으며 호응했고, 이에 문 대통령도 "좀 많이 올랐죠? 그것만큼은 정부 칭찬을 해주셔야 한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일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쌀값도 오르고, 지난 겨울 AI(조류 인플루엔자) 이런 게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아서 축산농가도 많이 좋아졌고, 대체로 채소농가들도 소득이 올라서 작년에 농가소득이 꽤 올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소득도 올라야 되는데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살려면 문화시설이나 교육시설이 좋아져야 하는데 그 부분은 아직 부족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아내는 "그런 게 필요하다"고 동의했다.

이어 구체적인 농가 소득 얘기로 이야기가 흘러가자 문 대통령이 "연간 소득은 얼마나 되나. 영업비밀인가"라고 물었고, 한바탕 웃음이 쏟아졌다. 한쪽에서 "2억원 정도"라는 얘기가 나오자 부부는 "기계값이 너무 비싸서 그렇게까지는 안되고 1억원 정도"라고 정정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러니까 농기구 대금이 비싼 것이냐. 그런 것을 좀 농축산부에서 (개선해야겠다)"고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경북 경주시 옥산마을에서 이앙기를 몰며 직접 모내기를 하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2019.5.24/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경북 경주시 옥산마을에서 이앙기를 몰며 직접 모내기를 하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2019.5.24/뉴스1

모내기를 마친 문 대통령은 마을 주민들과 함께 부녀회가 마련한 새참을 먹었다. 새참 메뉴는 잔치국수와 편육, 겉절이, 두부였고, 안강읍 막걸리도 곁들였다.

문 대통령은 "오늘 모내기에 동참하게 돼서 아주 기쁘다. 오늘 보니까 올 한 해 정말 대풍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우리 농민들은 대풍이 된다고 해서 꼭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격이 하락하는 아픔을 겪는데, 그래도 우리 정부 들어 재작년, 작년, 2년 연속 수요를 초과하는 생산량들은 다 시장 격리 조치를 취해서 쌀값을 상당히 올렸다. 그 점은 인정하시죠?"라고 물어 주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문화시설, 교육시설도 더 좋아져야 하고 농가소득을 꾸준하게 높이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며 "농민 여러분께서도 정부 정책에 대해서 다 찬성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농업정책만큼은 잘한다' 칭찬을 해 주시면 좋겠다. 올해 대풍과 여러분들의 건강, 행운을 함께 기원하겠다"고 말을 맺었다.

이날 모내기 행사에는 마을주민 40여명과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경규 농촌진흥청장,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동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내기와 새참을 마치고 인근 유적지인 옥산서원과 정해사지 13층 석탑도 둘러봤다.

한편 이날 모내기 현장으로 평야가 많은 호남 등 대표적 농업지역 대신 TK(대구·경북) 지역을 고른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치적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영남지역 지지율 하락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식이다. 문 대통령의 TK 방문은 지난해 11월(경북 포항)과 지난 3월(대구)에 이어 두 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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