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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운전 중 헤어진 연인 방화로 숨진 기사…法 "업무상 재해 아냐"

헤어진 연인 범행으로 전신화상…"사적인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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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동 서울행정법원·서울가정법원 청사. 2015.9.16/뉴스1 © News1 변지은 인턴기자
  서초동 서울행정법원·서울가정법원 청사. 2015.9.16/뉴스1 © News1 변지은 인턴기자

버스운전사가 자신에게 개인적인 원한을 품은 지인의 범행으로 운행업무 중 사망에 이르렀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장낙원)는 버스운전사로 근무하던 A씨(여)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3월 버스 중 10여년 전 동거를 하다 헤어진 남성 B씨의 범행으로 전신 화상을 입고 사망했다. 당시 B씨는 A씨의 버스에 탑승해 수차례 "대화를 하자"며 요청했지만, A씨가 이에 응하지 않자 준비한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A씨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부지급 결정을 받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도 재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이에 A씨의 유족은 "버스운전사 업무에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한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 유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의 사망은 B씨와의 사적인 관계에서 기인한 것으로 업무 기인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탑승을 거부할 수 없었고 버스 운행 업무 중 승객에 의한 폭행 사건이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는 등의 사정만으론 직무에 내재한 위험이 현실화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운전석에 별도 탈출구가 존재하고 보호격벽이 완전 격리형이었더라도 원한을 품고 미리 준비한 휘발유를 이용해 저지른 B씨의 방화 범행을 막을 수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시설물 결함이나 관리 소홀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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