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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버릇' 여든 간 조세형…보안위원→강사→목사→좀도둑

1980년대 부유층 털어 '현대판 홍길동' 입소문
징역 뒤 보안업체 일하며 '새삶' 꿈꿨으나 다시 철창행

[편집자주]

조세형씨 © News1 DB
조세형씨 © News1 DB

'망구'(望九· 나이 아흔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여든한 살을 이르는 말)의 그는 한때 현대판 홍길동이나 일지매로 항간에 알려지기도 했다. 1970~1980년대, 도둑질을 하면서도 고관대작이나 부유층만을 털어 일부는 가난한 이를 위해서 쓴다는 자신만의 '절도원칙'을 주장하며 이런 별칭을 얻었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어려운 이웃을 도왔는지 여부는 이제까지 밝혀진 바 없다.

그는 이제 좀도둑으로 전락, 전과 16범이 될 처지에 놓였다. '대도'로 불리던 조세형씨(81)의 말년이다.

지난 1일 오후 9시 서울 광진구 한 다세대주택 1층에 도둑이 들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피해자가 잃어버렸다고 신고한 금액은 몇만원 수준이었다. 도둑은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지역의 1층 방범창을 손쉽게 뜯고 침입, 대담하면서 자연스러운 범행솜씨를 보였다.

광진경찰서는 CCTV를 추적해 서울 동대문구의 거주지에서 조씨를 검거했다. 조씨가 절도 혐의로 수갑을 찬 것은 확인된 것만 16번째다.

범행 금액은 미미했으나, 조씨는 검거 이틀 만인 9일 구속됐다. "상습범이고, 누범기간에 범행을 저질러 재범 위험성이 농후하며 거주지가 없어 도주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구속됐다"는게 경찰의 설명이다.

1982년 11월 처음 체포된 조씨는 구치소로 이감되기 직전 법원 구치감에서 탈출해 5박6일 동안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며 더 유명해졌다. 조씨는 그후 경북 청송교도소에서 징역 15년을 살았다.

이후 보호감호 7년을 더 살 처지였으나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쇠약해진 몸에 이미 50대에 이르러 재범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해 조씨는 자유의 몸이 됐다.

출소 뒤에는 보안업체에서 자문위원으로 일하거나 경찰행정학과 강사로 활동하면서 목사 안수까지 받는 등 '새 삶'을 사는 듯 했다. 그러나 "일본 노숙자를 돕겠다"며 찾은 도쿄에서 절도를 벌이면서 그의 재범 행각은 시작됐다.

이후 그는 2005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치과의사의 집 절도, 2010년 장물알선, 2013년에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 빌라 침입 등 연이어 범죄를 저질렀다.

2015년 9월 14번째 수감생활을 마친 지 5개월 만에 재차 남의 물건에 손을 대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출소한 조씨는 80대에 16번째로 철창행 신세가 됐다.

조씨를 붙잡은 경찰은 "조씨의 범죄로 추정되는 절도사건이 추가로 있어서 추가 범행이 밝혀질 수 있다"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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