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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구진, 원자 1개까지 관찰할 수 있는 MRI 기술 최초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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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정밀한 MRI 실험 모식도(IBS 제공) /© 뉴스1
세상에서 가장 정밀한 MRI 실험 모식도(IBS 제공) /© 뉴스1

한국과 미국 연구진이 기존의 분자 수준의 자기공명영상보다 100배 높은 해상도로, 원자 한 개의 자기장을 관찰할 수 있는 자기공명영상(MRI)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원장 김두철)은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안드레아스 하인리히(Andreas Heinrich,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 석좌교수) 단장이 이끄는 연구진과 미국 IBM이 공동 연구를 통해 원자 한 개의 자기장을 관찰할 수 있는 자기공명영상(MRI) 기술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자기공명영상은 병원에서 병을 진단할 때 주로 쓰인다. 몸을 이루는 원자들의 스핀이 외부 자기장에 반응해 우리 눈엔 보이지 않는 신체 내부를 시각화하는 원리다. 병원의 자기공명영상 기기 촬영에는 보통 수억 개 원자 스핀이 필요하다.

독특한 분자 구조 신소재나 양자소자 등 미시적인 자성 현상을 갖는 물질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개별 원자 스핀 시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눈으로 볼 수 있어야 나노 구조물을 원하는 대로 정확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주사터널링현미경은 아주 뾰족한 금속 탐침을 시료 표면에 가깝게 스캔해 탐침과 시료 사이에 흐르는 전류로 표면 원자를 보는 장비이다.

연구진은 주사터널링현미경 탐침 끝에 원자 여러 개를 묶은 스핀 클러스터를 부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스핀끼리 자석처럼 서로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는 성질에 착안한 것이다.

스핀 클러스터는 안정적인 탐침 원자와 달리 자기장을 띠어 시료 원자의 스핀과 자기적인 상호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원자들의 자기공명영상 측정 데이터로, 설정한 에너지와 원자의 자기장이 동일한 부분이 밝게 나타난다.(IBS 제공) /© 뉴스1
원자들의 자기공명영상 측정 데이터로, 설정한 에너지와 원자의 자기장이 동일한 부분이 밝게 나타난다.(IBS 제공) /© 뉴스1

연구진은 초고진공, 극저온 조건을 적용해 탐침이 시료 표면에 더욱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시료 원자 주변으로 탐침의 스핀 클러스터를 움직이며 원자 한 개를 시각화하기 위해 실험을 거듭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표면 위 원자 하나와 스핀 클러스터 사이의 자기적 공명을 읽는 데 성공했다. 원자 한 개와의 자기적 공명 에너지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기존의 분자 수준 자기공명영상보다 100배 높은 해상도로, 원자 하나의 또렷한 자기공명영상을 촬영한 최초의 연구 성과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사용해 단백질이나 양자시스템처럼 복잡한 구조 속 원자 하나하나의 스핀 상태들을 시각화할 계획이다.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연구단장(IBS 제공) /© 뉴스1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연구단장(IBS 제공) /© 뉴스1

하인리히 단장은 “병원에서 MRI로 사진을 먼저 찍어야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듯 물리적 시스템도 정확히 분석해야 변형과 응용이 가능하다”며 “이번 연구로 원자들의 성질을 스핀 구조라는 새로운 측면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제1저자인 필립 윌케(Philip Willke) 연구위원은 “최근 자성 저장 장치를 포함해 나노 수준에서 다양한 자성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며 “이번 자기공명영상 기술로 고체 표면, 양자컴퓨터의 스핀 네트워크, 그리고 생체분자까지 여러 시스템의 스핀 구조를 연구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 온라인 판에 2일 오전 0시(한국시간)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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