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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시 日지원"에 '한반도 출병' 호들갑…軍 "전력제공국 아냐"

韓과 사전협의 없이 獨장교 요청도…軍 "수용할 수 없다 제기"

[편집자주]

지난해 11월27일 취재진이 방문한 일본 유엔사 후방기지인 요코타 기지 내 주일미군사령부 건물 입구의 모습. 2018.12.3/뉴스1 ⓒ News1
지난해 11월27일 취재진이 방문한 일본 유엔사 후방기지인 요코타 기지 내 주일미군사령부 건물 입구의 모습. 2018.12.3/뉴스1 ⓒ News1

미국이 향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을 염두에 두고 유엔군사령부 강화에 나선 듯한 정황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국군 대장이 한미연합사령부를 지휘하게 되는데 미측이 한국군의 통제를 받지 않고 독자적인 통제권을 쥐기 위해 사전 작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유엔사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향후 종전선언 그리고 평화협정 체결에 대비해 '다국적 군사연합기구'로의 역할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

11일 주한미군사령부가 발간한 '주한미군 2019 전략 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유엔사는 "위기시 필요한 일본과의 지원 및 전력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유엔사가 일본을 전력제공국에 포함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전력제공국은 한반도 유사시 전투부대를 파병하는 국가로 이들 국가는 유사시에 유엔기를 들고 한반도에 투입된다.

만약 일본을 전력제공국에 포함한다면 일본 자위대가 유사시 한반도에 유엔기를 들고 투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이 중국 견제와 동아태 지역 내 역할 분담 차원에서 일본의 군사 무장화를 그간 지지해 왔다는 점이 이 같은 관측의 배경이 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일본을 '전쟁가능 국가'로 만들기 위해 평화 헌법 개정을 적극 추진해왔다.

이에 유엔사 측은 "유엔사는 전력제공국을 지원하기 위해 일본에 모두 7곳의 후방기지를 두고 있다"면서 "유사시 이를 원활하게 지원하겠다는 의미지 전력제공국에 포함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은 6.25 전쟁 참전국이 아니기 때문에 전력제공국으로 활동할 수 없다"면서 "일본의 참여는 논의된 바 없고 검토한 바도 없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의 발간문에 대해서도 "원문과 번역본 내용이 다르게 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이를 '유사시 일본 병력의 한반도 전개'로 해석하며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른바 '한반도 출병론'은 지난 2016년 11월 한일 간 체결한 군사정보보호협정의 반대 논리로 제시된 바 있다. 한반도 안팎의 정보를 일본 측에 제공하는 건 유사시 일본의 한반도 출병론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 협정의 발효로 우리는 북중 접경지역의 인적네트워크(휴민트) 정보를 일본에 제공하고, 일본은 정보위성과 이지스함 등을 통해 취득한 정보자산(시민트)을 우리측에 제공하게 됐다. 당시 북한의 미사일과 핵 도발을 사전 또는 직후에 인식하는 데 유용한 협정으로 인정받으며 문재인 정부에서도 2차례 연장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일본 정부가 무역규제 조치의 근거로 안보문제를 제기하면서 8월14일이 만기일인 한일정보보호협정 재연장에 우려가 생기고 있다. 이같은 시점에서 '한반도 출병론'이 제기되는 건 문 정부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미국 측은 독일에게도 유엔사 참여를 요청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우리 정부의 의사를 묻거나 알리지 않은 채 독일 측과 얘기해 독일 연락 장교를 보내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 5월 31일~6월 2일(현지시간) 열린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서 독일 측 국방부 고위 관료가 우리 측에 "독일군 연락장교를 보내는 건 문제가 없다"고 발언하면서 알려졌다. 

관련 상황을 모르고 있던 정부가 뒤늦게 정황 파악에 나섰고, 한미간 협의가 된 사안으로 알고 있었던 독일 측도 난감해하며 연락장교 파견 방침을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유엔사령관을 겸직하는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될 전력 자산에 대해 사실상 통제권을 가져가기 위한 의도를 보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노 부대변인은 "유엔사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우리의 요청으로 우리의 자위권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것이고 신규 파견을 위해서는 우리의 동의가 전제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이번 사안은 우리 정부와의 사전 협의나 동의 없이 취해진 조치로서 당사국으로서 수용할 수 없음을 강력하게 제기했다"고 밝혔다.

한편 국방부와 군 당국은 전작권 전환 능력 검증 등을 위한 한·미 연합 '19-2 동맹' 연습을 오는 8월쯤 실시하기로 예정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시기와 형식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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