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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초점]② 황금종려상+천만…'기생충'이 이룬 것

[편집자주]

'기생충' 포스터 © 뉴스1
'기생충' 포스터 © 뉴스1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마침내 1000만 관객수를 넘어섰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기생충'은 지난 21일 하루 1만1669명을 동원해 누적관객수 1000만249명을 기록, 개봉 53일만에 1000만 관객수를 돌파했다.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고, 그렇게 얽힌 두 가족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로, 역대 26번째, 한국영화로는 19번째 1000만 영화로 이름을 올렸다. 

'기생충'이 1000만 관객수를 돌파한 것은 지난 5월30일 개봉한 후 약 2달 만이다.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영화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최고 상에 해당되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1000만 영화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며 작품성과 흥행 모두 잡으며 한국 영화 100주년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황금종려상에 1000만 타이틀까지…한국 영화 100년사 신기록

'기생충'은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 봉준호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봉 감독은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지 다섯 번째 만에, 영화 '옥자'로 지난 2017년 경쟁 부문에 진출한 지 두 번째 만에 황금종려상을 품는 영광을 안았다.  

봉 감독은 제작보고회 당시 "'기생충'의 (칸 국제영화제) 수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 워낙 한국적인 뉘앙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외국 관객들이 '기생충'을 100% 이해하진 못할 것 같다"고 했지만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수상, 칸 국제영화제와 해외 평단의 봉준호 감독, '기생충'에 대한 호평을 실감할 수 있었다. 

더욱이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 셀린 디아마 감독의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 다르덴 형제의 '영 아메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자비에 돌란 감독의 '마티아스 앤드 맥심' 등 20편의 쟁쟁한 경쟁작을 지치고 쾌거를 이뤘다는 점에서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칸 국제영화제의 황금종려상 특수도 톡톡히 봤다. 지난 5월30일 개봉 첫날에만 약 56만명의 일일관객수를 동원했다.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로 날카로운 화두를 던지며 평단의 지지는 물론 관객들의 사랑까지 두루 받아왔던 봉 감독이지만, 황금종려상까지 수상하면서 '기생충'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은 더욱 커진 상태였다. 이후 '기생충'은 개봉 10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했고, 한달 만에 900만 관객을 넘어서며 1000만 고지를 눈 앞에 두게 됐다. 

영화 기생충 스틸 © 뉴스1
영화 기생충 스틸 © 뉴스1

◇ 인간에 대한 예의, 빈부격차…모두가 공감한 주제의식

'기생충'의 작품성이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빈부격차라는 화두와 인간에 대한 예의에 대한 메시지를 쉽고 대중적으로 풀어냈다는 데 있다. 봉준호 감독은 묵직한 주제의식을 드러내면서도 그간 공고히 해온 자신만의 작가적 개성을 바탕으로 블랙코미디와 서스펜스, 스릴러를 오가는 장르 연출을 선보이며 최상의 영화적 재미를 안겼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어렵고 난해한 예술 영화일 것이라는 대중들의 선입견과 달리, 봉준호 감독은 뛰어난 장르 연출로 작가적인 성취는 물론 상업적인 성취까지 이뤄냈다. 

봉준호 감독은 제작보고회 당시 칸 국제영화제 수상 가능성을 높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전 세계 관객들이 '기생충'이라는 작품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이 영화에서 보이는 두 가족이 극과 극 상황에 처해져 있는 모습들은 전세계의 보편적인 모습이다. 빈과 부의 모습"이라면서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외국 관객들에게도 파고들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봉준호 감독의 예상대로 빈부격차에 대한 통찰력을 영화로 흥미롭고 강렬하게 풀어낸 주제의식에 칸 국제영화제는 감탄했다. 

국내에서도 '기생충'에 담긴 함의를 풀고자 하는 관객들의 관람 문화가 연출됐다. 상승 및 하강 이미지, 계단과 선(線) 등 봉준호 감독이 심어준 은유적인 장치들에 대한 저마다의 해석이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담론을 형성했다. '기생충'을 통해 해석의 장이 생겨나면서 영화의 의미는 더욱 풍성해졌다. "요즘은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경에 대한 부분을 건드리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얼마나 지키느냐에 따라 기생이 되느냐 좋은 의미에 공생이나 상생이 되느냐가 거기에서 갈린다고 생각한다"는 봉준호 감독의 말은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에 날카로운 화두를 던진 셈이 됐다.

배우 최우식(왼쪽부터), 박소담, 장혜진, 조여정, 이선균, 송강호/뉴스1 © News1 DB
배우 최우식(왼쪽부터), 박소담, 장혜진, 조여정, 이선균, 송강호/뉴스1 © News1 DB

◇ 조여정에 박명훈까지…배우들의 재발견

'기생충'은 조여정과 장혜진, 이정은, 박명훈 등 배우들의 재발견으로도 주목받았다. 조여정은 박사장(이선균 분)의 아내 연교 역을 맡았다. 연교는 교육과 가정 일을 전적으로 맡아 책임지고 있는 인물이지만 성격이 심플하고 순진해서 남을 잘 믿는 모습으로 영화의 초반 코미디의 흐름을 쥔 인물이기도 했다. 박사장 집 사모님으로 기택 가족에게 묘한 긴장감을 주는 인물로, 극의 서스펜스를 쥐면서 맛깔나는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허세 넘치는 영어를 구사하는 등 관객들이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유연한 리액션을 보여주면서 연기로 다시 한 번 인정받게 됐다. 

기택의 아내 충숙 역의 장혜진은 '기생충'을 통해 자신을 더욱 알리게 됐다. 해머던지기 선수 충숙 역을 위해 15kg을 증량했고, 힘으로 기택과 박사장네 입주 가사도우미 문광(이정은 분)을 제압하는 장면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반지하집에서의 친근한 전업주부로서, 그리고 문광을 밀어내고 들어간 박사장네 입주 가사도우미로서 서로 다른 인상으로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충숙과 가장 대립한 문광 역 이정은도 '기생충'으로 더욱 주목받게 된 배우다. '옥자' 목소리 연기 이후 봉준호 감독과 다시 인연을 맺게 된 그는 '기생충'에서 일순간 장르가 공포, 스릴러로 바뀌게 만드는 한 방을 보여준다. 

문광의 남편 근세 역의 박명훈은 '기생충'으로 17년간의 무명생활을 끝내게 됐다. '기생충'의 '지하실 남자'로 불린 박명훈은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1년간 SNS를 하지 않았을 정도로 '기생충' 배우 캐스팅 라인업에서 숨겨져 있던 배우였다. 극 중 기택네 가족은 예상치 못한 문광의 방문 후 부엌과 연결돼 있던 지하실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곳에 문광의 남편 근세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기택네 반지하집 보다 더 아래에 있던 곳. '기생충'의 반전은 여기서 드러났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숱없는 머리, 초점 없는 눈빛, 그의 등장은 반전 그 자체였고 그의 등장은 곧 비극적 결말까지 불러왔다. '기생충'의 묵직한 메시지 만큼이나 강렬한 반전의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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