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연합군의 예멘 스쿨버스 공습으로 아동 40명이 사망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공습에서 살아남은 칼레드(12·가명)는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 뉴스1 |
"저는 전투기 소리가 들리면 도망쳐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요. 또 다시 어린아이들을 공격할까봐 무서워요. 밤엔 사람들이 죽는 악몽을 꿔요. 그러다가 깨면 밤새 울어요."
꼭 1년 전인 지난해 8월9일, 사우디 연합군의 예멘 스쿨버스 공습으로 아동 40명이 사망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현장학습을 가던 중 발생한 사고였다. 이 공습에서 '살아남은 아이' 중 하나인 칼레드(12·가명)는 사고 후 1년이 지났지만 고통은 여전하다고 호소했다.
9일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예멘분쟁이 지속되며 아동이 겪는 고통은 더해가는데 폭력사태의 책임은 그 누구도 지지 않고 있다"며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칼레드는 "아직 제 머리엔 파편이 남아있는데, 가끔 머리가 너무 아프다"며 "다리도 다 낫지 않아서 학교에 갈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고가 나기 전에는 친구들과 행복하게 지냈는데, 저는 같이 놀 수가 없다"며 "머리와 얼굴에 남은 파편 때문에 예전 기억도 사실 잘 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스마일(8·가명)도 그날 공습으로 다리 뼈가 부러졌다. 이제 걸을 수 있게 됐지만 예전처럼 집 밖에서 친구들과 놀지 못하게 됐다.
이스마일의 아버지 사이프(가명)에게도 그날 공습은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 사이프는 "아들이 기억하는 것은 뭔가 붙잡고 있다가 갑자기 땅에 쓰러진 자신을 발견했다는 것 뿐"이라며 "아이는 그날 일을 떠올릴 때마다 운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받은 마음의 상처가 커서, 더이상 살아있지 않다고 느끼는 것 같다"며 "아이를 나아지게 하기 위해 계속 이야기해보려고 하지만, 결국 함께 울게 된다"고 전했다.
지난해 이스마일(8·가명)의 모습. 이스마일은 스쿨버스 공습으로 인해 다리골절상을 당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뉴스1 |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2013년 4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예멘에서 살해당하거나 크게 다친 아동은 7500명이 넘는다. 올해에만 아동 416명이 다쳤으며 200명 가까이 숨졌다.
지금도 수만명의 예멘 어린이가 폭력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있다. 약 740만명의 예멘 아동이 전투피해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해 예멘 아동 1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아동의 79%가 심각한 심리적 위기 징후를 보였다.
제이슨 리 세이브더칠드런 예멘 부사무소장은 "1년 전 스쿨버스에 탔던 40명의 아동이 살해당한 이후, 피해자와 생존자, 그리고 남은 가족들은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 전반에서 심각한 아동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 부사무소장은 "현재 예멘 분쟁당사자들이 아무 두려움 없이 아이들을 살해하고 있는데, 세계 국가들이 나서서 이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피해자들의 조속한 회복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