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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해방의 독도, 국토수호의 태극기가 물결치고 있었다

광복절 앞둔 외딴섬 모인 시민·학생 "독도는 우리땅" 메아리
"반성 외면한 日 도발·망언에 태극기 들고 독도 순례길 올라"

[편집자주]

국토 대장정길에 오른 부산 신라대 학생들이 지난 13일 오후 독도의 동쪽섬 동도에서 '독도는 우리땅' 플래시몹을 펼친 뒤 태극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당초 광복절 당일 입도 예정이었지만 태풍 크로사 북상에 따라 이날 독도에 상륙했다. 2019.8.14/뉴스1 © News1 이기창 기자
국토 대장정길에 오른 부산 신라대 학생들이 지난 13일 오후 독도의 동쪽섬 동도에서 '독도는 우리땅' 플래시몹을 펼친 뒤 태극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당초 광복절 당일 입도 예정이었지만 태풍 크로사 북상에 따라 이날 독도에 상륙했다. 2019.8.14/뉴스1 © News1 이기창 기자

독도는 거기에 있다. 망망대해 동해 한가운데, 홀연 솟구쳐 드러내는 자태에 가슴이 벅차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해를 맞이하는 땅이다.

'언젠간 그 섬에 가야지.' 홀로 오랜 세월 가슴에 간직해온 꿈을 실천에 옮긴 날은 13일. 시속 28노트(약 55㎞)의 쾌속선에 몸을 싣고 2시간 뱃길 끝에 독도의 동쪽섬(동도)에서 잠시 배를 버리고 접안지에 내린다. 바로 이사부길 1번지다.

국토의 동쪽 땅끝에 두 발을 내딛는 순간 짜릿한 감격이 온몸 구석구석에 흐른다. 마침내 왔다! "쯧쯧, 철 모르는 아이도 아니고…", 하며 혀를 찰 이도 없지 않겠다. 그렇지만 어쩌랴. 이 순간만은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을.

"야, 드디어 왔네!" 기자의 속마음을 알기나 한 것처럼 여기저기서 감격의 함성을 쏟아낸다. 이날 독도에 상륙한 뭍손님 대부분이 초행길인 모양이다. 포항에서 두 자녀와 함께 왔다고 밝힌 중년부부 일가족 또한 꿈 하나를 이루게 됐다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모두가 독도의 풍광을 휴대폰이나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다. 접안지에서 몇 걸음 섬 안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저멀리 산마루를 훑던 시선이 오른쪽 산등줄기 끝자락에서 멈춘다. 흰 건물 게양대에 매달려 펄럭이는 태극기가 기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너무 멀어서 한 조각 구름인가 싶다. 8월의 강렬한, 눈부신 햇살 속에서도 빨강과 파랑의 태극문양이 오히려 더욱 선명하다.

14일 독도 접안지 정면에서 바라본 동도 정상에 독도경비대 숙소를 비롯한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2019.8.14/뉴스1 © News1 이기창 기자
14일 독도 접안지 정면에서 바라본 동도 정상에 독도경비대 숙소를 비롯한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2019.8.14/뉴스1 © News1 이기창 기자

"망향대에 게양된 태극기 입니다." 젊은 독도경비대원이 절제된 언어로 답한다. 그 어조에서 굳이 설명이 필요없는 결기가 묻어난다.

저 망향대는 경기 파주시 임진각의 망향대와는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임진각 망향대가 고향을 상실한 북녘 동포의 한을 달래주는 마음의 고향이라면, 독도 망향대는 국토 수호를 다짐하는 의지의 상징이다. 당연히 북녘땅이 아니라 일본을 바라보고 서 있다. 역사와 미래를 향한 통찰력으로 독도와 울릉도를 지켜낸 신라 장군 이사부, 조선 어부 안용복의 혼이 그 망향대에 살아 숨쉬고 있다.

아주 먼 옛날 화산이 토해낸 용암으로 형성된 절벽의 잿빛 흙과 암석에 손을 대본다. 30도를 넘는 8월의 햇볕에 온종일 달궈진 열기가 전해진다.

쪽빛 동해물이 쉼 없이 만들어내는 파도 소리가 참으로 정겹다. 그 파도들이 독도에 온몸으로 부딪치고 휘돌아 태평양 저 끝까지, 대한해협 넘어 일본 땅까지 독도의 숨결을 토해낼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국토 대장정길에 오른 부산 신라대 학생들이 지난 13일 오후 독도의 동쪽섬 동도에서 '독도는 우리땅' 플래시몹을 펼치고 있다. 당초 광복절 당일 입도 예정이었지만 태풍 크로사 북상에 따라 이날 독도에 상륙했다. 2019.8.14/뉴스1 © News1 이기창 기자
국토 대장정길에 오른 부산 신라대 학생들이 지난 13일 오후 독도의 동쪽섬 동도에서 '독도는 우리땅' 플래시몹을 펼치고 있다. 당초 광복절 당일 입도 예정이었지만 태풍 크로사 북상에 따라 이날 독도에 상륙했다. 2019.8.14/뉴스1 © News1 이기창 기자

갑자기 '독도는 우리 땅' 합창이 파도에 실려 메아리 친다. 이날 유람선 엘도라도호에 몸을 싣고 독도행 뱃길을 함께한 뭍손님들의 합창이다.

암울했던 80년대 국민의 마음에 한줄기 희망의 빛을 선사했던 국민가요이니 그 노랫말과 선율을 모를 리가 없겠다.

독도 땅을 밟은 뭍손님 200여 명 대부분의 손에는 저마다 태극기가 들려있다. 누가 일러준 것도 아니다. 참회는커녕 반성도 외면한 일본의 잇단 도발과 망언이 저절로 태극기를 들고 독도 순례길에 오르게 한 동인이다.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며 부르는 노래에서 일체감이 느껴진다. 말은 없어도 이심전심이요, 염화미소(拈華微笑)다.

'독도는 우리땅' 합창은 부산 신라대학교 학생들의 선창이 이끌어낸 선물이다. 신라대 학생들은 올해가 3·1운동 100주년이자 광복 74주년인 점을 염두에 두고 '화랑인재 국토대장정'을 준비해왔다. 그러던 차에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배제 결정에 독도순례가 대장정의 최종 목표가 되었다고 한다.

대장정에 참여한 학생 51명은 지난 9일 도보로 부산을 떠나 포항으로 향했다. 하지만 10호 태풍 '크로사'의 북상에 광복절 독도 입도 일정을 앞당겨야 했다. 급히 차편으로 포항으로 이동, 13일 아침배를 타고 울릉도에 도착, 독도에 닿은 것이다.

대장정을 이끌고 있는 손진영 총학생회장(26·법학과 4)과 최요한 부회장(25·자동차 기계학과 4)은 입을 모아 말한다. "선열들이 풍찬노숙하며 은근과 끈기로 일제강점을 극복하고 나라를 되찾았듯이 우리도 대장정을 하면서 그 정신을 되살리고 싶었습니다."

독도 입도가 허용된 14일 동도 주위 동해물이 쪽빛으로 빛나고 있다. 2019.8.14/뉴스1 © News1 이기창 기자
독도 입도가 허용된 14일 동도 주위 동해물이 쪽빛으로 빛나고 있다. 2019.8.14/뉴스1 © News1 이기창 기자

기자 역시 신라대 학생들처럼 독도 뱃길을 하루 앞당겨야 했다. 광복절 전날 배편이 크로사의 영향으로 이날로 바뀐 것이다. 독도행 뱃길은 14일부터, 크로사의 영향이 소멸되는 17일까지 일시 끊긴다. 일년 365일 중 평균잡아 30여일만 입도를 허락할 만큼 독도 땅 밟기는 쉽지 않다.

이날 입도시간도 고작 30여분이다. 짧고 무척 아쉽다. 그래도 행운이다. 날씨가 그 시간만이라도 허용했으니 더욱 그렇다.

이렇게 독도와의 서운한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배에 오른다.

독도경비대 박윤창 작전팀장이 승선하는 뭍손님들과 한명씩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배웅한다.

뱃전에서 뒤돌아 다시 독도를 마주한다. 그 노랫말을 가만 읊조려본다.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

그래, 독도는 우리 땅이다.

국토 대장정길에 오른 부산 신라대 학생들이 지난 13일 오후 독도의 동쪽섬 동도에서 '독도는 우리땅' 노래에 맞춰 율동을 펼치고 있다. 당초 광복절 당일 입도 예정이었지만 태풍 크로사 북상에 따라 이날 독도에 상륙했다. 2019.8.14/뉴스1 © News1 이기창 기자
국토 대장정길에 오른 부산 신라대 학생들이 지난 13일 오후 독도의 동쪽섬 동도에서 '독도는 우리땅' 노래에 맞춰 율동을 펼치고 있다. 당초 광복절 당일 입도 예정이었지만 태풍 크로사 북상에 따라 이날 독도에 상륙했다. 2019.8.14/뉴스1 © News1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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