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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發 R공포' 韓 금리 인하 속도 내나…내년 0.75% 전망도

美장단기 금리역전 후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커져…韓 악영향 불가피
한은 기준금리 인하 압박 더 커져…"최대 변수는 미중 무역분쟁·연준 결정"

[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이원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이원준 기자

미국 경기 침체(recession)의 전조 현상으로 여겨지는 미국 국채 2년물과 10년물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자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경제가 흔들리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더 큰 폭으로 주저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기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내년에 사상 최저치인 연 0.75%로 내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강력한 경기 침체 시그널 맞나…"가능성 높다" 한목소리

18일 국내 채권 전문가들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2년-10년물 국채 금리의 역전 현상이 경기 둔화 경고음이라는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미국 2년-10년물 국채 금리 역전이 반드시 경기 침체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반대로 경기 침체가 왔을 땐 언제나 금리 역전 현상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14일 미국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연 1.619%를 기록해 2년물 금리(연 1.628%)를 밑돌았다. 17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중국의 7월 산업생산 증가율(4.8%)과 독일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감소(전분기비 -0.1%) 발표로 글로벌 경기침체(R) 우려감이 커지면서 장기물 채권에 투자자들이 몰린 결과였다. 미국 2년-10년물 국채 금리 역전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6월 이후 12년여 만에 처음이다.

정상적인 상황에선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지만 경기침체가 예상되면 장기 안전자산에 자금이 쏠리면서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아지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2년-10년물 국채 금리 역전 후 1년 반 전후로 경제침체가 이어지는 시나리오의 과거 적중률이 높았기 때문에 경계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금리역전 현상을 경기 침체의 전조라고 보지 않더라도 경기 둔화 징후인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1978년 이후 다섯 번의 2년-10년물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을 때 평균 22개월이 지나 어김없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은 2년-10년물 국채 금리 역전이 1955년 이후 총 아홉 번 발생했는데, 단 한 번을 제외하고 6~24개월 뒤 경기 침체를 겪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공동락 연구원은 "금융시장에서 이견 없는 논리는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금융기관이 대출 등으로 자금을 운용할 때 리스크 테이킹(위험감수)이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은행의 장기 대출 유인이 줄어 시장에 돈이 돌지 않으면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韓 기준금리 인하 압력 커져…美 금리인하·미중 무역분쟁 변수

미국의 경기 둔화는 한국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하방요인이다. 미국발(發) 글로벌 경기침체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글로벌 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고, 우리나라에는 중요한 소비 시장 중 하나"라며 "주춤하는 미국 경제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경제 둔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 규제, 반도체 경기 부진에 미국발(發) 경기 침체 우려가 더해지면서 기준금리 인하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하해 유동성을 늘려서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들어 외국계를 중심으로 올해 한국 경제가 2% 성장도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2%에서 1.9%로 0.3%포인트 낮췄다. 내년 전망치도 2.3%에서 2.1%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또 한은이 지난 7월에 이어 10월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앞서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한은 금통위가 8월 혹은 10월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미국발(發) 경기침체 우려가 더해지며 일부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지고 폭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기준금리가 연 0.75%로 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7월18일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전격 인하한 바 있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 2016년 6월(1.50%→1.25%) 이후 3년1개월 만이다.

기준금리를 한 번 더 내리면 연 1.25%가 되는데, 이는 한은이 2008년 3월 정책금리를 콜금리 목표에서 기준금리로 변경한 이후 최저점이다. 기준금리 연 1.25%는 지난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29일까지 유지됐다.

강승원 연구원은 "한은 금통위도 공격적인 금리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기준금리는 내년 1분기 1.0%까지 내려가고 이후 금통위는 0.75%로의 추가 인하 고민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도 "올해 한 번 더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1.25%로 최저점이 되는데, 기준금리가 이를 밑도는 수준으로 더 내려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향후 주요 변수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를 키우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의 전개 양상이다. 이번 미국 2년-10년물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의 트리거 역할을 한 중국과 독일의 부진한 실물지표도 미중 무역분쟁의 결과물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인하는 미국 2년-10년물 국채 금리 역전 우려를 단기간에 해소할 수 있는 카드로 거론된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단기채권 금리 하락→ 인플레이션 발생→ 장기금리 상승으로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연준은 7월 30~31일(현지시간)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2.25~2.50%에서 2.00~2.25%로 0.25%p(포인트) 인하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장기적 연속 금리 인하의 시작이 아니다"라면서도 "그것이 단지 한 번이라고도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파월 의장이 오는 23일 열리는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음 차례 미 FOMC는 9월 17~18일(현지시간) 열린다.  

허정인 NH선물 연구원은 "이번 장기물 금리 하락은 텀프리미엄(장기채권을 보유할 때 기대되는 추가 수익률) 하락 때문"이라며 "미중 무역분쟁으로 낙폭이 컸었다. 미중 무역분쟁이 약간이라도 개선되거나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면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미 연구원도 "경기 개선 기대감을 주기 위해 연준이 통화정책을 더욱 완화적으로 펴면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 완화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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