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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생 수백명 "조국 딸 의혹…우리는 뭘 믿고 젊음 겁니까" (종합)

"자유·정의·진리 실종…조 후보자 딸 입학 진실 밝혀라"
"정치간섭 배제" 밝혔지만…보수 유튜버들 다수 참가도

[편집자주]

23일 고려대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 조모씨의 부정입학 의혹을 규명하라고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2019.8.23/뉴스1 © News1 정윤경 기자
23일 고려대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 조모씨의 부정입학 의혹을 규명하라고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2019.8.23/뉴스1 © News1 정윤경 기자

"자유·정의·진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는 무엇을 믿고 젊음을 걸어야 합니까."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54)의 딸 조모씨(28)의 고려대학교 부정입학 의혹과 관련해 고려대생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를 23일 학교 광장에서 열었다. 집회 측 추산 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학생들은 집회 예정시각인 오후 6시가 되기 전부터 집회 장소인 서울 성북구 고려대 중앙광장으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당초 촛불집회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집회 집행부는 안전상의 이유로 촛불을 휴대폰 불빛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집회가 정치적 색채를 띠어서는 안 된다는 내부 우려에 따라 집행부는 광장에 테이블을 두 곳 마련해 두고 재학생으로 신분이 인증된 이들에게만 집회 용품을 배부했다. 주최 측은 학생증과 학교 포털사이트 인증을 통해 재학생으로 신분이 인증된 학생들에게만 집회 피켓과 마스크 등 집회에 필요한 용품을 나눠주었다.

◇"부조리하고 참담한 상황…노력이 정의라는 믿음 꺾였다"

집회 장소인 중앙광장에는 '정의와 진리 앞에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면 고려대는 조 후보자 딸의 입학과 관련된 진실을 밝히라' '우리는 자유와 정의와 진리를 향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등 문구가 쓰인 현수막이 걸렸다.

학생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자유·정의·진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는 무얼 믿고 젊음을 걸어야 합니까' '명백한 진상규명'이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광장을 채웠다.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입학 비리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8.2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입학 비리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8.2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주최 측은 선언문 낭독으로 집회를 시작했다. 집행부는 "우리는 홀로 깨어있는 체하며 학우들을 계몽의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아니며 알량한 영웅심리에 빠진 채 주목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도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들은 "지금 벌어지는 부조리하고 참담한 상황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도 나서야 하겠다는 행동의 당위성을 주었다"며 "조국 교수의 고려대 부정입학 의혹이 제기·증폭되는 상황에 대해 행동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날이 갈수록 조씨의 대학 입학과정에 석연찮은 점들이 발견되고 있다"며 "이런 의혹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노력을 통해 정당하게 얻어진 결과가 정의라고 믿으며 힘써 온 우리의 의욕이 꺾이고 심각한 상대적 박탈감이 생길 것"이라고 집회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집행부는 △이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모든 외부 세력을 배제하고 △학생들을 분노하게 한 조씨의 입학 의혹에 대해서만 진상규명을 요청하며 △학교에 조씨가 입학할 당시 심사의 대상이 됐던 자료와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조씨의 입학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입학 취소처분을 요청한다고 학교측에 밝혔다.

선언문 낭독을 마친 집행부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항의 서한을 학교 본부에 전달하는 행진 퍼포먼스를 벌였다. 행진을 진행하는 동안 고려대 학생들은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며 집회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뜻을 드러냈다.

행진 이후 이어진 집회에서는 참가자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집행부 일원이자 자신을 보건정책관리학부 11학번이라고 밝힌 이모씨는 "조 교수의 딸과는 친하지는 않았지만 함께 수업을 듣고 학교를 다녔다"며 "있어서는 안될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이 멍하게 만들었고 노력이 헛되게 느껴져 괴로웠다"고 말했다.

독어독문학과 14학번 박모씨는 "자유·정의·진리가 고대의 이념이고 인재발굴처(입학처)에 있는 분들도 이 단어의 무거움을 잘 알 것이라 믿는다"며 "기회는 평등할 것, 과정은 공정할 것,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대로 모든 일들이 잘 매듭지어질 것이라 믿는다"고 발언했다.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입학 비리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교내를 행진하고 있다. 2019.8.2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입학 비리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교내를 행진하고 있다. 2019.8.2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정치색 배제" 강조했지만…보수 유튜버들 다수 참가

집회 주최 측은 이날 집회에 정치색이 없다는 점을 시종일관 강조했다. 집행부 대표를 맡은 경영학과 12학번 오정근씨는 "7명이던 집행부 중 2명이 과거에 정당 활동 기록이 있어서 자진사퇴했다"며 정치색을 빼는 데 신경썼다는 점을 알렸다.

주최 측은 전날 공지를 통해 "우리 집회의 주제는 '조 후보자 딸의 고려대 입학과정에 대한 진상규명 촉구'이고, 집회 대상은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인재발굴처(전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입학처)'"라고 못박기도 했다.

여기에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2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려대에서 열리는 촛불집회를 지지한다며 "민족 고대 촛불집회 연다. 연대 출신인 나도 간다"고 적자 야권이나 우리공화당 등 태극기집회 진영이 집회에 동참해선 안 된다는 경각심이 커졌다.

하지만 이날 집회에는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다수 참가해 곳곳에서 현장 중계방송을 하는 모습이 발견됐다.

김세의 전 MBC 기자와 강용석 변호사 등이 운영하는 보수성향 유튜브 채널도 광장 한쪽에 테이블을 마련하고 방송을 진행했다. 다만 이들은 주최 측이 정한 구획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하고 바깥쪽에서 현장을 중계했다.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입학 비리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8.2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입학 비리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8.2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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