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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휘는 5060 '육아 쇼핑' 카드지출 2030 앞질러

소득 재산 5060에 몰려…"자식세대 계층사다리 약해진 탓"
3년간 유아복 구매 20대 23% 감소, 60대 이상 26% 증가

[편집자주]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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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인 김지원씨(31·여)는 결혼 3년차지만 아직 출산계획이 없다. 아이를 봐줄 수 있는 사람은 친정어머니뿐이기 때문에 결국 어머니의 스케줄에 맞춰 출산계획을 세워야 한다. 

김씨는 "작은 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길게 쓸 수 없다"며 "엄마가 내년까지는 일을 하고 이후에 아이를 봐주신다고 했다. 그래서 이제야 남편과 출산 얘기를 다시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가 자녀의 육아를 자신의 부모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육아 관련 구매자 층의 변화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유아복·유아식품 등에서도 주 구매연령대가 20~30대에서 50~60대로 변하고 있다. 맞벌이·청년빈곤 등의 영향으로 부모보다 조부모가 육아에 더 많은 돈과 시간을 쏟는 풍토가 일반화되고 있다. 

◇유아복·유아식품·유아용품 구매자는 '조부모'

16일 통계청 빅데이터센터가 제공한 '현대카드 매출기록'을 <뉴스1>에서 자체 분석한 결과 유아복, 유아식품, 유아용품 매출액에서 20~30대 비중은 줄고 50~60대 비중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 매출기록 데이터는 모든 카드사 매출량의 약 13%를 설명하며 전국 각 지역과 성별·연령에 고루 분포된 표본이다.

이 분석에서는 최신 자료를 반영하는 한편 계절간 차이 효과도 상쇄하기 위해 2015년 하반기~2016년 상반기를 '1기'로, 2016년 하반기~2017년 상반기를 '2기'로, 2017년 하반기~2018년 상반기를 '3기'로 묶었다.

이 기간동안 부모 세대의 구매는 크게 줄었고 조부모 세대의 구매는 크게 늘었다. 20대 구매액은 22.9% 감소했고 30대는 26.5% 감소했다. 반면 50대는 9.9%, 60대 이상은 26.4% 증가했다.

비중을 보면 유아복 판매 전체에서 30대는 1기에 31.9%를 차지했으나 3기에 26.1%로 축소됐다. 20대도 8.3%에서 7.1%로 줄었다. 반면 50대는 18.8%에서 23.0%로 늘었다.

이같은 추이는 유아용품 판매·유아식품 판매 품목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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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구매력이 큰 586세대와 자식 세대인 20~30대 사이에 벌어진 소득의 차이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때는 우리가 성장했을 때 부모보다 못 살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더 잘 살거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지금 젊은 세대는 그런 게 없다. 5060세대의 경제력이 한국 사회에서 가장 높다는 것이 일관된 지표로 나타나고 있고 젊은 세대가 이들처럼 성장할 수 있는 계층 사다리가 상당히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육아를 담당할 사회적 체계가 부족하니 결국 조부모가 아이를 키우고 돌보게 되는 것"이라며 "실제로 최근에는 아이를 낳았을 때 산후조리원 비용은 시가에서 내고 아이 육아와 관련된 건 친정어머니가 해주는 식의 풍토가 있다고 한다. 아이들의 부모가 돈이 없으니 훨씬 부자인 조부모가 비용지출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결혼준비 때부터 "아빠, 돈좀"

육아 뿐 아니라 결혼 준비단계에서도 마찬가지로 노부모의 손을 빌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1~3기 2년 동안 '혼수전문점' 매출은 869억7000만원에서 840억2000만원으로 3.4% 감소했다.

같은 기간 20대 매출은 1.6%, 30대는 20.7% 감소했고 반면 40대는 14.8%, 60대 이상은 31.5% 증가했다. 매출 비중은 30대가 26.3%에서 18.7%로 감소, 50대는 24.3%에서 31.7%로 올라 역전되는 모습을 보였다.

유사한 품목인 ‘예복/웨딩드레스’도 마찬가지로 40대 이상 비중이 올라가는 양상을 보인다.

결혼 비용 지출에서 여성의 매출은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기동안 전체 매출은 49억2483만원 줄었고 남성 매출이 감소하는 동안 여성 매출은 늘어 여성 매출 비율이 1기 29.4%에서 3기 35.5%로 늘었다. 1~3기동안 남성은 전 연령대 매출이 감소했고 여성은 20·30대 합계는 마이너스, 40대 이상 합계는 5억원 이상 늘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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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통계청에서 실시한 '1회 빅데이터 분석·활용대회'의 <뉴스1> 수상작 '92년생 82년생 72년생 62년생 52년생 김지영' 보고서에 기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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