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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독서율 1위' 스웨덴…한국이 배워야할 점

2019 예테보리국제도서전의 성공
현기영 작가 "인류는 책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책은 불멸"

[편집자주]

2019 예테보리국제도서전 개막식이 열리고 있는 주빈국관 한국관.© 뉴스1 이기림 기자
2019 예테보리국제도서전 개막식이 열리고 있는 주빈국관 한국관.© 뉴스1 이기림 기자

"도서전을 운영해서 남은 돈으로 이 어마 무시한 호텔을 짓는 나라가 스웨덴이에요. 세미나에 들어오는데 20만원이 드는데 그 티켓을 사서 북토크를 듣는, 그런 나라."    

지난달 26~29일(현지시간) 스웨덴 예테보리 스웨덴 전시·회의 센터에서 열린 '예테보리국제도서전'에 참가한 소설가 김언수의 말이다. 실제로 도서전이 열리는 4일 내내 전시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 '발 디딜 틈 없었다'는 말이 적확한 표현이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모습이 가능할까 생각해봤다.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책, 그리고 문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게 피부로 느껴지는 한국이었다. 한국에서 비싼 돈까지 내면서까지 강연을 듣는다는 건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었다. 당장 이 글을 쓰고 있는 문화부, 심지어 문학출판 담당 기자조차도 그럴 바에 더 재미있는 일을 하겠다고 생각했으니까.  

예테보리도서전이 매년 약 8만5000명이 방문하는 북유럽 최대 규모의 도서전이란 점, 한국과 스웨덴 국민소득이 약 2배 차이 난다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도서전의 성공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스웨덴은 전세계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3년 성인을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스웨덴인의 평균 독서율은 85.7%로 세계 1위다. 한국은 74.4%로 OECD 평균 76.5%에 미치지 못한다.     

물론 스웨덴도 최근 유튜브 등 다양한 콘텐츠의 영향으로 독서율이 줄어들고 있다. 그런 이유로 독서장려를 위한 정책에 수백만달러를 투입해 사람들, 특히 젊은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게 책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도 여전히 스웨덴은 전세계 독서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이들의 책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따라갈 수는 없는 걸까. 한국 문학은 이렇게 차차 힘을 잃을 수밖에 없는 걸까. 그나마 다행인 건 한국인들도 읽지 않는 소설들이 스웨덴 등 유럽에서 읽히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방탄소년단(BTS)을 필두로 한 케이팝(K-Pop)의 인기가 다른 한국문화의 관심으로 번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국에서도 스웨덴처럼 책에 대한 관심을 늘리기 위해 북스타트 운동 등 다양한 장려정책이 펼쳐지고 있지만 독서율 증진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여전히 글로 된 책은 재미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그 대신 영상 등 콘텐츠 파워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영상 콘텐츠도 그 바탕은 글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한국의 경우 다양한 삶의 의미를 느끼게 해주는 순문학도 좋지만 그보다 시대에 맞는 방향으로 쓰인 내용이 담긴 장르문학 등의 지원도 활발해져야 한다고 본다. 또한 공공도서관의 확충, 교육제도의 개선,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노동적인 측면에서의 복지정책들이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현기영 소설가가 지난 26일 도서전 개막식 축사로 한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이 문장이 우리의 삶에 느낌표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 글에 적는다.  

"책 문화의 쇠퇴는 그 사회의 진실이 죽었다는 뜻입니다. 책이야말로 진실을 담을 수 있는 유일한 그릇이죠. 그렇기 때문에 책은 너무도 소중하고, 너무도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인류는 책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책은 불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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