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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좌파 아이콘' 룰라 전 대통령, 1년6개월만에 석방

작년 4월부터 부패 혐의로 수감 생활

[편집자주]

석방된 뒤 발언하는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 © AFP=뉴스1
석방된 뒤 발언하는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 © AFP=뉴스1

뇌물 혐의로 2심에서 징역형을 받고 구금 중이던 브라질의 '좌파 아이콘'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1년 6개월만에 석방됐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2심 판결만으로 구속해선 안 된다며 '조기 수감' 규정을 뒤집은 연방대법원의 전날 판결에 따른 일이다.

룰라 전 대통령은 이날 검은색 티셔츠와 재킷을 입고 그동안 수감됐던 남부 쿠리티바 연방경찰청을 빠져나왔다. 앞에 모여든 수백 명의 룰라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그는 지지자 앞에 서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계속 싸우겠다는 열띤 연설을 펼쳤다. 룰라 전 대통령은 극우 성향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맹비난하며 "사람들은 더 배고프고, 직업이 없고, 우버(운전사)에서 일하거나 바이크를 타고 피자를 배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룰라 전 대통령은 작년 4월부터 수감 생활을 시작했다. 재임 기간 정부 계약 수주를 도와주는 대가로 건설사한테 호화 아파트를 받은 혐의 등으로 1·2심 재판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전날 브라질 연방대법원이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을 강제 수감하는 규정은 위법이라고 판결하며 룰라 전 대통령의 석방 가능성이 열렸다.

연방대법원은 피고인이 수감되기 전에 모든 상소 권리를 사용해야 한다는 기존 규정을 복원했고, 룰라 전 대통령 변호인은 즉각 석방을 요청했다. 룰라 전 대통령을 포함해 구금 중인 수천 명이 이번 판결에 따른 이득을 볼 전망이다.

룰라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크리스티아노 자닌은 연방대법원 판결이 "(룰라에게) 정의가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며 "우리의 사법 투쟁은 계속된다. 우리의 초점은 법률 사건 자체를 무효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또 다른 부패 및 돈세탁 혐의로 징역 12년11개월을 선고받았고 지금도 6건의 부패 혐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그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승리했던 작년 대통령선거에서 자신을 배제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정적인 룰라 전 대통령을 풀어준 연방대법원 판결에 말을 아끼고 있다. 2017년 판사 시절 룰라 전 대통령에게 유죄를 선고했던 세르지오 모로 브라질 법무장관은 연방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의회는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을 수감할 수 있도록) 헌법이나 법률을 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을 둘러싼 지지자들. © AFP=뉴스1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을 둘러싼 지지자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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