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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특채 파문' 유명환 전 장관 대학 명사특강 논란

[편집자주]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강사로 초대된 세종대 명사특강 포스터(왼쪽)와 이를 이 대학 학생이 패러디한 포스터(오른쪽). © News1


지난해 9월 '딸 외교부 특채 파문'으로 사임한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서울 시내 한 사립대학의 명사특강에 초대돼 논란이 되고 있다. 

29일 세종대와 이 대학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유 전 장관은 이날 오후 4시 세종대 학생회관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동북아시아 안보의 장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진행돼 온 세종대 명사특강은 교양학부 교과목에 편성돼 학점이 인정되는 과목으로, 대학 측이 특강에 앞서 학내외에 대대적으로 알리고 이 대학 박우희 총장이 매번 초청인사를 직접 소개할 만큼 애착을 갖는 행사다. 

세종대는 올해 명사특강에 14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있으며 홍보용 포스터제작비로만 별도로 800만원을 책정해 명사특강 알리기에 힘을 쏟아 왔다 .

그러나 이번 유 전 장관의 특강은 그동안과는 달리 강의 이틀 전인 27일에야 홍보용 포스터을 교내에 게시했고 매번 해 오던 학보사 광고도 하지 않는 등 학교 측은 대내외 홍보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강 포스터 공개에 앞서 지난주 유 전 장관 특강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세종대 대외협력과 관계자는 "아직 내부 협의 중이라 자세한 걸 알려줄 수 없다"며 대답을 꺼렸다. 이미 이 대학 다른 부서에서 특강 사실을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상황에서도 이 관계자는 "어느 부처에서 올렸냐"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를 두고 학내에서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문제 인사를 명사로 초청한 대학 측이 학생들의 반발과 특강이 외부에 알려져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특강 날짜가 코앞에 다가와서야 공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대학 총학생회 이나리(국어국문 06학번) 정책국장은 "학교 측이 이틀 전에야 기습적으로 특강 홍보를 시작한 것은 스스로도 유 전 장관의 특강 개최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오늘 생각을 같이하는 학생들과 강의장 입구에서 특강 반대 피켓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강 초청 인사들이 대부분 친정부 성향의 보수 인사라는 점에 대한 학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3월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이어 4월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5월 모철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까지 올 들어 현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연이어 명사특강에 초대됐다.

올해 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는 강경 보수 논객으로 꼽히는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를 특강인사로 초빙해 총학생회 등 학내 구성원들이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동북아시아 안보의 장래'라는 유 전 장관의 강의 주제도 대학생들을 상대로 강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대학 유동길(경영 07학번)씨는 "유 전 장관은 딸 부정 특채로 쫓겨난거나 다름없는 사람이다. 사과도 없이 국정감사에도 출석 안 하고 해외로 도망갔다가 돌아온 지 두 달 만에 학생들 앞에 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경석(화학 08학번)씨는 "공적으로 부끄러운 일을 저질러 놓고 쫓겨났는데 이렇게 다시 공적인 자리에서 특강을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내가 낸 등록금으로 이런 특강을 한다는 사실이 불쾌하다"고 말했다. 



한편 세종대 학교법인 대양학원은 8월 유 전 장관을 석좌교수로 신규임용한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이를 의식한 듯 세종대 측은 유 전 장관의 임용소식을 대내외에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다. 이번 특강 포스터에도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라고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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