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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 빠진' 원어민 강사 범죄경력조회

'수사 중·수배 사실' 조회 안돼
"성범죄 수배 사실 조회토록 개정해야"

[편집자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출입국관리소. © News1 손형주 기자


여자 아이를 성폭행해 수배를 받는 외국인이 국내에서 8년 동안이나 초등학교 등에서 원어민 강사로 근무해 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유죄 판결이 나지 않은 외국인 성폭력 수배자의 경우 자격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원어민 강사를 할 수 있어 구멍난 비자발급 제도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인 A씨(44)는 지난 2003년 8월부터 10월까지 미국 켄터키주(州)에서 4차례에 걸쳐 미성년 여야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쫓기자 교육용 비자(E-2)를 발급받아 2004년 6월 국내로 도피했다.

이후 A씨는 8년여간 전북 소재 초등학교·대학교·영어학원 등에서 아동과 초등학생, 대학생 등을 상대로 원어민 강사로 생활해오다 지난달 26일 경찰에 붙잡혔다.

A씨가 미국에서 수배를 받고서도 국내에서 버젓이 강사로 활동할 수 있었던 건 우리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외국인에게 교육용 비자를 발급하면서 받는 범죄경력조회서에는 확정된 판결만 기재되기 때문이다.

수사 중이거나 수배 사실에 대해서는 조회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A씨는 지난해 9월 미연방수사국(FBI)에서 우편으로 보내온 조회서를 제출해 아무런 문제없이 비자를 재발급 받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원어민 교사의 비자발급 제도를 관리하는 법무부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정책본부 관계자는 "어느 나라나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르고 있기 때문"이라며 "FBI 등 각국의 수사기관들이 조회서를 발급할 때 수사 중·수배 사실 등을 추가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외국 수사기관들과 공조한다면 확정 판결뿐만 아니라 수사 중인 내용과 수배 사실이 기록된 조회서도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외국 수사기관과 공조뿐만 아니라 관련 법을 세부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2007년 부적격 원어민 강사에 대한 규제 강화를 유도한 바 있는 신학용 민주통합당 의원실은 "성범죄 관련 지명수배 여부도 조회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아동청소년들의 보호를 위해 E-2 비자에 한해서라도 발급·연장시 기존 범죄경력조회서의 위·변조 검토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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