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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靑민정수석실, '윤창중 불똥'만 키워

尹 조사 엿새 지나도록 공식발표 없어… '언론 플레이' 지적도

[편집자주]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자료사진) .2013.3.3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주 미국 방문 기간 발생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청와대 홍보라인이 발칵 뒤집어진데 이어, 이번엔 민정라인이 '뭇매'를 맞을 처지에 놓였다.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선 지난 9일 윤 전 대변인의 귀국 직후 이번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엿새가 지난 15일 현재까지도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청와대에 따르면, 민정수석실에선 앞서 공직기강비서관실을 통해 윤 전 대변인을 상대로 이번 사건 관련 조사를 실시한데 이어, 이후 이남기 홍보수석 등 박 대통령 방미(訪美)에 동행했던 홍보수석실 관계자 전원에 대해서도 미국 현지에서의 행적 등 상황 전반에 관한 감찰 활동을 벌였다.

따라서 이번 윤 전 대변인 사건과 관련해선 다른 어느 기관보다 많은 정보가 민정수석실에 축적돼 있을 것이란 게 청와대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 민정수석실에선 윤 전 대변인이 지난 11일 회견을 통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극구 부인하자, '피해 여성의 엉덩이를 만진 사실이 있다', '피해 여성이 숙소 호텔 방에 왔을 때 알몸 상태였다'는 자체 조사 당시 윤 전 대변인의 진술 내용을 비공식적으로 외부에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후 '워싱턴발(發) 보도'를 통해 불거지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해선 철저히 '무(無)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이다.

청와대 주변에선 "이번 사건과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민정수석실의 조사 결과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청와대 측은 "미국 현지 경찰이 사건 수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민정수석실의 조사 결과를 공개할 경우 더 큰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사건 피해자가 미국에 있는데다,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만 보더라도 서로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지 않냐"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윤 전 대변인 한 사람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만 밝히는 건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청와대의 이 같은 태도를 놓고 "이번 사건이 윤 전 대변인 개인의 '부적절한 처신'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각시키기 위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당초 12일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로 이번 사건 관련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민정수석실의 조사 결과도 함께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내부 이견으로 결국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곽상도 민정수석도 당시 허 실장의 사과문 발표에 배석했지만, 공식 브리핑 없이 기자들의 질문에 몇 마디 답변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곽 수석은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인 윤 전 대변인의 '단독 귀국' 경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청와대의 귀국 지시가 있었다고 해도 국내법이나 미국법상으로 문제가 될 게 없다"는 답변을 내놔 빈축을 샀었다.

윤 전 대변인은 사건 발생 다음날인 8일(현지시간) 오후 현지 경찰에 성추행 혐의로 신고된 상태에서 박 대통령의 방미(訪美) 마지막 기착지인 로스앤젤레스(LA)에 동행하지 않은 채 홀로 귀국길에 올랐다. 따라서 만일 청와대가 윤 전 대변인 귀국 결정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했다면 사실상 그의 '국내 도피'를 방조한 셈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문제 될 게 없다'는 곽 수석의 답변을 두고 '사건 축소·은폐' 의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는 "청와대 등 한국의 고위 공무원이 윤 전 대변인 도피에 관여했다면 미국법상 '사법방해죄'를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앞서 청와대 홍보라인에선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은 본인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윤 전 대변인은 "이 수석의 지시로 귀국했다"며 반박하고 나서면서도 지금도 양측의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곽 수석이 기자들과 만났을 당시 "이런 사람(윤 전 대변인)을 대통령 곁에 있게 하는 게 좋은지, 안 좋은지는 누구든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사실을 이유로 '귀국 지시가 있었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선 '윗선'의 귀국 지시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민정수석실 업무 특성상 모든 사안에 대해 설명하고 대응하기 어렵겠지만, 국민의 관심이 큰 만큼 최소한 자체 조사에서 드러난 사실관계 정도는 확인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방미 기간 윤 전 대변인의 직속상관으로서 박 대통령을 수행한 이남기 수석은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여권 내에선 이번 사건에 따른 인책 범위가 커질 경우 이 수석 등 홍보라인 관계자들 외에도 비록 방미 기간 중 국내에 있긴 했지만 허 실장 등 청와대 다른 참모진들까지도 청와대 내 기강 해이와 인사 검증 부실 등을 이유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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