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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뿔난 남미 지도자들, 볼리비아에 결집

칠레, 콜롬비아는 불참…브라질은 장관 파견

[편집자주]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탑승한 전용기가 귀국 도중 오스트리아에 강제 착륙 당한 사안에 발끈한 남미 각국 지도자들이 긴급 정상회담을 위해 4일(현지시간) 볼리비아에 결집했다.

남미 12개국 연합체인 남미국가연합(UNASUR)은 이날 오후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 긴급 정상회담을 열고 볼리비아가 자국 대통령에 대한 납치 행위로 규정한 이번 사안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담에는 볼리비아를 비롯,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우르과이, 수리남 등 현재까지 6개국만이 참석에 동의했다.

브라질은 지후마 호세프 대통령을 대신해 외교 자문과 외무장관을 파견했으며 미국과 우호관계인 칠레, 페루, 콜롬비아는 모두 불참을 통보했다.

특히 콜롬비아는 자국 외무장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볼리비아와 영공진입을 거부한 유럽국가가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석을 결정한 6개국은 미국이 프랑스, 등 유럽 각국에 전용기의 영공진입을 거부하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입장이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앞서 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가스수출국 포럼을 마치고 귀국하던 중 돌연 오스트리아로 방향을 틀어 미 국가안보국(NSA)의 불법 정보수집 행위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30)을 전용기에 태워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특히 스노든의 탑승 가능성을 우려한 프랑스와 포르투갈 등 일부 유럽국가가 전용기의 영공진입을 거부하면서 모랄레스 대통령은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발길을 돌려야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코차밤바 공항에서 "유럽은 게임의 룰을 위반했다"며 "모랄레스 대통령에게 우리에 기대도 된다는 말을 하려고 이곳에 왔다"며 "베네수엘라는 볼리비아와 함께 투쟁해 나갈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콰도르의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이보다 앞서 "만약 미국이나 유럽 대통령의 전용기가 어떤 국가에서 영공진입을 거부당했다면 당장 전쟁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당사국인 볼리비아의 다비드 초케아웅카 외무장관은 이날 현지 라디오 방송에서 "이번 회담이 끝나면 이번일에 대한 대응 조치가 발표될 것"이라며 "볼리비아 뿐 만이 아닌 남미 전체가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앞서 3일 프랑스로부터 사과를 받았으나 만족하지 않는다"면서 프랑스 등에 국제법 위반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재차 요구했다.

미국 국무부의 젠 사키 대변인은 이날 "스노든이 경유하거나 착륙할 지 모르는 모든 국가에 스노든의 송환을 요청했다"는 기존의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백악관은 이번 일과 관련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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