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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양승조 발언 계기로 '대선불복' 움직임에 '초강경 대응' 천명

'대선불복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인식 반영
장성택 실각 등 北 정세 급변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고 판단한 듯
국가기관 대선개입 털고가자?

[편집자주]

서울 세종로사거리에서 바라본 청와대 모습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청와대가 9일 박근혜 대통령의 암살 가능성을 거론한 양승조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을 '국기문란'으로 규정, 강력 성토하고 나선 것은 최근 야권과 일부 진보성향 시민단체 및 종교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대선 불복' 움직임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실각' 등을 계기로 최근 한반도 주변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현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자칫 국내외에 암약하고 있는 '종북(從北) 세력' 등에도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 강경 대응을 택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국가정보원의 지난해 대선개입 의혹사건 등과 관련, 박 대통령이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당했던 것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민주당 양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에 대한 위해(危害)를 선동·조장하는 무서운 테러라고 본다"며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지난해 대선과 양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수석은 특히 민주당 양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언어 살인과 같다"면서 "국가·국민에 대한 모독이자 국기문란이고, 이 자체가 바로 민주주의에 대한 무서운 도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실 청와대가 국정원 등의 선거개입 의혹사건과 관련해 박 대통령을 겨냥한 야권 등의 비판이나 대선 불복성 발언에 대해 직접적인 대응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있었던 청와대의 입장 표명이 개별 사안에 관한 '단발성 대응'의 성격이 강했다면, 이날 이 수석이 민주당 양 최고위원읠 발언을 계기로 한 브리핑은 그 형식이나 내용 등의 면에 있어 "이전과는 강도(强度)가 다르다"는 게 청와대 주변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이 수석은 당초 이날 오후 2시20분쯤 춘추관을 찾았을 당시 기자들로부터 민주당 양 최고위원의 발언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을 받았지만, "그 문제에 대해선 별도의 논평을 내겠다"며 공식 언급을 삼갔다가 오후 5시30분쯤 춘추관을 다시 찾아 20여분간에 걸쳐 양 최고위원 발언 문제를 포함해 최근 정국 상황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 수석은 특히 이날 브리핑에서 양 최고위원의 발언뿐만 아니라, 전날까지만 해도 대응을 자제했던 같은 당 장하나 의원의 '대선불복' 선언을 거론하며 "국민이 선거를 통해 뽑은 대통령에게 물러나라고 하고, 구체적인 날짜(내년 6월4일 지방선거 투표일)까지 지명하며 재선거하자는 게 국회의원으로 옳은 발언이냐. 이 나라 국회의원이 맞냐"고 힐난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 수석은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 및 동북아 최초의 여성 대통령과 국민행복을 내세워 국민의 선택을 받고 당당히 당선됐다. 이는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발전했다는 증거이고, 민의·민도가 높다는 얘기"라며 "이에 대해 시비를 거는 건 국민에 대해 시비를 거는 것이고, 국민의 민주주의 수준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국정원의 지난해 대선개입 의혹사건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서도 "민주주의 국가에선 재판 중인 사안은 그 결과에 따라 (처리)한다. 재판을 기다리지 않고 계속 국민이 선택하고 선거로 뽑은 대통령을 끌어내리려고 하는 게 민주주의이고,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야당이 요구하는 국정원 개혁 방향과 관련해선 현행 국정원법의 근간이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시기에 정부·여당의 주도로 만들어진 것임을 들어 "당시엔 왜 지금과 같은 법을 만들었고, 지금은 왜 또 그걸 바꾸자고 하는 것인지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수석의 이날 논평은 사실상 지난 10개월간 국정원 문제 등과 관련해 박 대통령을 집중 공격해온 야당의 주장을 종합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집권 1년 차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여전히 논란에 휩싸인 국정원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문제를 이번 기회에 털어내고자 하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 수석이 "지금 북한에 무슨 변화가 있어서 (국정원법을) 바꾸겠다는 것이냐"고도 언급한 대목을 두고는 청와대가 '최근 북한 내 동향과 국내 정치권 상황이 무관치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수석은 "북한을 추종하면서 우리 내부에서 압력을 행사하는 사람에 대해선 당연히 법으로 처벌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하는 걸 '종북몰이 한다'고 주장한다"며 "이런 종북 세력에 대해 '아무 것도 대지 마라, 손도 대지 마라'고 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느 나라이고 뭘 하겠다는 거냐"고도 말했다.

일각에선 청와대의 이 같은 반응을 두고 정국 혼란의 타개책으로서 '안보 위기감을 고조시켜 지지층 결속을 꾀하고자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그 배경이야 어떻든 청와대가 민주당 양 최고위원의 발언을 계기로 야권의 대선불복 움직임에 대한 '초강경 대응' 입장을 천명한 사실은 분명한 만큼,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 등을 앞둔 여야 정치권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주목된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 7월 홍익표 당시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국가정보원의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와 관련해 남재준 국정원장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을 '귀태(鬼胎,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을 의미)'에 비유했을 땐 "대통령을 뽑아준 국민에 대한 모욕이자, 금도(襟度)를 넘어선 막말"(김행 청와대 대변인)이라며 유감을 표시했었다.

또 당시 "옛날 중앙정보부(국정원의 전신)를 누가 만들었나. 박정희가 누구이고 누구한테 죽었나. 이제 국정원과 단절하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어야 당신(박 대통령)의 정통성이 유지된다"는 같은 당 이해찬 의원의 발언엔 "민주당은 '대선 무효' 운운하며 협박하지 말고 공당으로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이 수석)고 촉구했었다.

이어 정청래 민주당 의원 등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8월 청와대를 찾아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 "3·15부정선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전달했을 땐 "금도를 지켜 달라"(이 수석)고 요구했고, 이달 들어 민주당의 지난해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자신의 저서를 통해 국정원 문제 등과 관련, 박 대통령을 "공안정치를 이끄는 무서운 대통령이 됐다"고 비판한 것과 관련해선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게 품격인지 모르겠다"(이 수석)고 반격했다.

청와대는 또 야당으로부터의 비판은 아니지만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지부 소속 박창신 원로신부가 지난달 시국미사 강론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요구와 함께 북한군에 의한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을 땐 "그 사람들의 조국이 어딘지 의심스럽다"(이 수석)는 반응을 보였으며, 박 대통령도 같은 달 2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금 국내외엔 혼란과 분열을 야기하는 행동들이 많다"면서 "앞으로 나와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이런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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