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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본적인 긴급 매뉴얼도 선장도 없었다

[진도 여객선 침몰]
인천선사업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고 대처”
인천연안여객터미널 “오락가락 탑승자수 집계 이해 안돼”

[편집자주]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6825t급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틀째인 17일 오전 사고해역에서 해군과 해양경찰 대원 등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2014.4.1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한국 선박역사의 최악의 사고 중 하나로 기록될 진도 세월호 침몰사건을 바라보는 인천선사업계, 연안여객터미널은 물론 심지어 일부 직원들의 시선마저 따갑다.

선장 등 운항 관계자가 기본적인 긴급 매뉴얼을 따르지 않은 것도 모자라 먼저 탈출을 시도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또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오락가락하는 승선객수 집계도 그렇고 소통의 문을 꼭 걸어 잠근 채 안에서만 쑥덕대는 대처 모습은 이들에 대한 더 큰 의혹만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세월호’ 승조원 훈련된 자원 맞나?…선장과 함께 실종된 응급 매뉴얼

인천선사업계와 연안여객터미널 관계자 등에 따르면 방송을 통해 보도된 세월호의 긴급 상황 대처 방식은 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17일 각 선사에 따르면 선사마다 응급상황 대처 매뉴얼이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선박의 종류와 취항 지역, 운항 거리 등이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세부적인 상황은 다르지만 응급상황을 대처하는 기본적인 ABC는 같다는 것이 선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승조원은 선장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선장은 먼저 해경, 운항상황실, 관제실 등에 사고 발생과 위치 등을 보고한다. 이후 방송으로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고 승무원의 안내에 따르라’고 지시한다.

선장은 다시 구조요청을 보낸 해경 등의 구조선이 도착하는 시간을 방송으로 알린 다음 정해진 위치에 있는 승조원들이 탑승객에게 구명정의 위치를 안내하고 신속하게 구조 활동을 전개하도록 독려한다.

반면, 침몰한 세월호는 첫 번째 안내 방송에서부터 승객들에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움직이지 말고 선내에 대기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애초에 대처방법이 틀렸다는 지적이다.

특히 선사업계는 기본적인 매뉴얼은 차치하고 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조율해야 할 선장이 먼저 탈출했다는 상황 자체만으로도 세월호는 탑승객을 구하기 위한 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고 설명한다.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 위치한 A선사 관계자 B(59)씨는 “기본적인 매뉴얼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것은 보도된 화면만 봐도 바로 알 수 있다”며 “그 어디에도 승조원이 안내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탑승객들만 우왕좌왕하거나 기울어질대로 기울어진 여객선 내에서 가만히 대기하는 모습만 봐도 매뉴얼은 차치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장이 제일 먼저 구조정을 타고 빠져 나왔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며 “선장은 마지막까지 배 전체를 책임지고 응급 매뉴얼대로 승조원이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하고, 그 게 최대의 임무다. 그 힘든 적성검사를 통과한 선장은 물론 30년 경력의 베테랑으로 보이지 않는다 ”고 꼬집었다.

그는 “배가 이미 기울어졌는데 대기하라니 말도 안 된다. 제대로 된 선장이라면 승객들을 배 밖으로 유도했어야 한다”며 “기울어진 배의 모습도 이상했다. 구명정은 자동으로 터졌어야 했고 3~5층에 달하는 선실 그 어느 곳 하나에서도 슬라이드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청해진해운 오락가락 탑승객수 발표…새로운 의혹만 증폭

오락가락하는 탑승객수를 발표한 청해진해운에 대한 주변 시선도 곱지 않다. 여객선에 승선할 때 해경이 승선권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탑승인원이 바로 파악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연안여객터미널 승선권 발매대의 한 관계자는 “배에 승선할 때 승선권은 승선권은 기본적으로 해경이 체크하게 돼 있다”며 “이는 인원파악의 의미도 있지만 인천지역 도서주민에 대한 할인 등을 확인하기 위해 철저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현재 인천시민이 인천지역 도서지역을 갈 경우 운임료의 50%를 할인해 준다. 물론, 침몰한 세월호는 인천 지역 도서가 아닌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이지만 청해진해운은 자체적으로 인천시민의 운임료를 30% 할인해 주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청해진해운이 3번에 걸쳐 탑승객 수를 번복하면서 밝혔던 “일부 화물차량 운전자들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화물차량 접수처의 한 관계자는 “일반 차량은 우리 직원들이 배에 실어주고 운전자는 일반 탑승객과 같이 탑승한다”며 “화물차량의 경우 직접차량 운전자가 몰고 들어간다. 왜냐하면 자주 오기 때문에 굳이 확인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는 당초 뉴스1이 보도(본보 4월16일 보도)한 확인되지 않은 탑승객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일부 증명하는 것이다.

청해진해운은 이를 숨기기 위해 탑승객수가 오락가락했으며 심지어는 현재까지 탑승객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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