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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거래소 설립되면 개인정보도 마음대로 사고판다?

[편집자주]

데이터를 돈으로 사고팔수 있는 데이터 거래소가 세계 최초로 한국에 설립될 수 있을까? 사진은 올초 카드3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 당시 한 누리꾼이 만든 개인정보거래소 패러디 사이트. © News1

과거 쇼핑 내역을 바탕으로 수시로 날아오는 백화점의 세일 안내 문자는 '나에게 딱 맞춘 쇼핑정보'일까, 아니면 '사생활 침해'일까. 사람들의 교통카드 사용내역을 분석해 버스 노선별로 배차를 한다면 '스마트'한 공공정책일까. 혹시 민간인 사찰을 한다는 오해는 받지 않을까.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대규모 데이터, 즉 '빅데이터'의 활용은 이처럼 양면적인 요소가 있다. 생활을 편리하게 하며 산업 성장과 새로운 시장 창출에 기여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되거나 해킹 등으로 예기치 못한 큰 피해를 낳을 수도 있다.

최근 빅데이터를 통한 관련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거래소' 설립 문제를 두고 전문가들의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우선 거래소 설립을 제안한 측에선 빅데이터 산업에서 앞서 있는 유럽이나 선진국을 따라잡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는 명분을 내건다. 이에 반대하는 신중론자들은 안전성 확보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이 우선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빅데이터 산업 관계자들의 모임인 빅데이터연합회가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데이터 거래소' 설립하자는 제안을 최근 내놓자, 해킹과 디도스 등 사이버 공격에 대한 안전성 확보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빅데이터 산업활성화도 물론 중요하지만, 반드시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이 동시에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빅데이터연합회에 소속된 김승건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통계정보센터장은 최근 한 토론회를 통해 "빅데이터가 유통, 문화, 제조업 등 기존 산업과의 융합으로 상권 및 경기 분석, 소비행태 분석, 가격동향 분석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장기적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며 "산업 활성화를 위해 데이터를 한 곳에서 사고팔 수 있는 데이터 거래소가 설립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으며 눈길을 끌었다.

빅데이터연합회 측에선 '거래소 설립을 통한 빅데이터 활성화'의 좋은 실례로 최근 벌어진 수도권 광역버스 '입석금지 대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장동인 빅데이터 전문가협의회 대표는 "애초에 입석금지 정책을 펼치면서 광역버스 사용자들의 교통카드 사용시간과 빈도, 위치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배차 간격을 조정했다면 '버스 대란'을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데이터 거래소 설립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수집된 빅데이터가 분석되면서 동시에 데이터에 포함된 개인의 사생활과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되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안정상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수석전문위원은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 뒤처진 빅데이터 산업을 급하게 따라잡으려다 자칫 전시성 정책이 될 수도 있다"며 "데이터 거래소 설립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크게 2가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며 "구체적인 빅데이터 활용 방식과 개인정보 유출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상황에서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안 수석위원은 이어 "대표적 데이터 활용 사례인 백화점들의 행사 안내 문자나 이메일만 봐도 그렇다. 맞춤형 정보제공이라고 밝히지만 실상은 우리가 입고 먹고 하는 등의 생활양식이 누군가에게 읽혀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그것이 광고나 마케팅으로만 끝나면 다행이겠지만 해킹 등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전문가들도 "데이터 거래소가 아직까지는 제안 수준에 불과해 빅데이터 산업이 어떻게 활성화되고 얼마나 많은 가치를 창출할지는 구체적으로 가늠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개인정보 보호와 사이버 공격에 대한 안정성 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공급자와 이용자의 원활한 서비스 사용을 위해 '빅데이터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지난 17일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보완할 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의결을 보류한 상태다. 특히 가이드라인 내의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수집·분석할 수 있다'는 항목이 개인정보 보호법 등 상위법과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었다. 시민단체에서도 "정보 이용과 제공 권리는 정보주체인 개인에게만 있다"며 강력 반대했다.

강성주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화전략국장은 이와 관련해 "데이터 거래와 관련해 가장 민감한 부분이 개인정보 보호 문제"라며 "현재 방통위와 안전행정부 등 여러 정부기관에서 개인정보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기회가 되면 언제라도 많은 전문가들이 모일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거래소 설립을 제안한 김승건 센터장도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로 국민정서가 민감한 시기"라며 "빅데이터 산업 진흥과 개인정보 보호 간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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