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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댓글' 원세훈 집행유예…"정치관여 인정된다"(종합)

"선거운동을 한 목적성, 계획성까지는 인정되지 않아" 대선개입은 무죄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 선고
선거개입 무죄 부분 논란 여지 많아...검찰 및 정치권 등 대응 주목

[편집자주]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한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던 중 취재진이 질문을 하려 하자 수행원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앞서 원 전 원장은 건설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지난 9일 새벽 형기를 모두 채우고 출소했다. 2014.9.11/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한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던 중 취재진이 질문을 하려 하자 수행원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앞서 원 전 원장은 건설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지난 9일 새벽 형기를 모두 채우고 출소했다. 2014.9.11/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등을 동원해 사이버상에서 정치, 선거 등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63) 전 국정원장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11일 국가정보원법 위반·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원장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국정원이 사이버 심리전을 통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 또는 비방하는 정치 활동을 했다며 찬반클릭 1214회, 인터넷 게시글 2125회, 트위터 계정 175개를 이용한 11만3600여개의 트윗글 활동을 국정원법 위반으로 봤다.

그러나 특정 후보자를 당선 또는 낙선시킬 목적으로 선거운동을 한 목적성이나 능동성, 계획성까지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공직선거법위반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 전원장이 매월 1회 간부와 지부장 등이 참석한 회의를 개최하고 모두 및 마무리 발언은 모두 녹취되어 국정원 내부망에 게시돼 전직원이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었다"며 "이 전차장과 민 전국장이 원 전원장의 지시를 직원들에게 전달하고 업무에 구체적으로 반영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은 제목 자체로 '지시강조'를 뜻하고 있고 내용이 이슈 및 논지에 그대로 반영돼 업무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며 "국정원은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직원에 대해 징계 처분을 내리는 등 국정원 스스로 업무상 지시로 파악했다고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 FTA, 4대강 등 국정홍보 관련 게시글 뿐만 아니라 NLL, 연평해전 등 안보이슈와 관련해서도 잘못된 주장에 대한 반박에 그치지 않고 원색적인 용어까지 사용해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직접적으로 반대했다"며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등 이미 사망한 인물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그치지 않고 개인적인 비리 의혹을 제기한 것이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평상시 계속 반복되어 오던 국정원 사이버 활동이 선거 시기가 됐다고 당연히 선거운동이 될 수는 없다"며 "특정 후보자를 당선 또는 낙선시킬 목적으로 선거운동을 했다고는 볼 수 없고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에서도 선거운동을 지시한 내용을 찾을 수 없다"고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의 이같은 판단은 선거시기에 국정원 비방의 대상이 된 정치인이 대선후보였다고 해도 당연히 선거개입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나 비방의 구체적인 내용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선거개입이 아니라고 본 것 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도 많은 것이어서 검찰의 대응 및 정치권을 비롯한 여론의 반응이 주목된다.   

재판부는 양형에서 "국정원 수장으로서 직원들에게 국정 홍보를 지시하고 정부 국정운영 방침을 반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을 반대하도록 조직적인 정치활동을 지시했다"며 "국가기관이 특정 여론을 형성할 목적으로 직접 개입하는 행위는 어떤 명분을 들더라도 절대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사이버 심리전은 원 전원장 재직 이전부터 이미 이루어져 왔다"며 "과거 잘못된 관습을 탈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답습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고 국정원 심리전단의 구체적 활동 방법이나 내용까지 모두 인지하지 않았던 것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원 전원장은 2009년 2월부터 북한의 대남 심리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동조하는 정책이나 의견을 가진 단체를 모두 종북세력으로 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 주요 정책과 관련한 여론전을 지시한 혐의(국가정보원법상 정치관여금지 위반)로 지난해 6월 재판에 넘겨졌다.

원 전원장은 2012년 총선과 대선 등 각종 선거과정에 심리정보국 직원들을 동원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반대 댓글 등을 다는 수법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공직선거법상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 위반)도 받았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269개의 트위터 기초 계정을 이용해 78만건이 넘는 트윗글을 올리는 방법으로 정치 및 선거에 관여한 혐의를 추가했다.

당초 기소유예에 그쳤던 이 전차장과 민 전국장도 법원이 민주당 측의 재정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원 전원장과 함께 재판을 받아왔다.

한편 원 전원장은 개인비리 혐의로 1년2개월의 형기를 마치고 지난 9일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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