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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6 대란' 터진 주말동안 번호이동 4배 '껑충'

대란 시간대별 가입자 뺏고 빼앗기기 전쟁 '치열'

[편집자주]

2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전자상가 휴대전화 판매코너에서 고객들이 오가고 있다. 이날 새벽 일부 휴대전화 관련 사이트 및 대리점에서 아이폰 6 16기가 모델이 10만원에서 20만원대에 거래되는
2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전자상가 휴대전화 판매코너에서 고객들이 오가고 있다. 이날 새벽 일부 휴대전화 관련 사이트 및 대리점에서 아이폰 6 16기가 모델이 10만원에서 20만원대에 거래되는 "아이폰6 대란"이 일어났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3사 관계자를 긴급호출해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 2014.11.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아이폰6 대란'이 발생했던 지난 1~2일 주말사이에 번호이동 건수가 직전 주말보다 무려 4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3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KTOA)에 따르면 1~2일 이동통신3사의 번호이동 건수는 4만993건 기록해 일평균 2만497건에 육박했다. 직전 주말인 지난달 25~26일 일평균 번호이동 건수 6017건보다 4배 가량 늘었다.

본래 이동통신사는 주말에 개통 전산망을 닫아 놓기 때문에 주말 가입자들은 월요일부터 순차 개통이 진행된다. 그러나 1~2일에는 '아이폰6' 예약가입자가 몰려 이통사들이 이례적으로 개통 업무를 진행해 신규, 번호이동, 기기변경 등 가입자들의 즉시 개통이 이뤄졌다. 이기간 이통3사 대리점과 휴대폰 판매점 등 유통망에서 '아이폰6' 보조금을 과도하게 살포하는 등 앞다퉈 가입자 유치 경쟁에 나서면서 '아이폰6 대란'이 발생했다.

이통3사 사이에는 현재 경쟁사가 먼저 유통망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높이기 시작했다는 '네 탓 공방'이 오가는 중이다. 대란 동안 보조금이 가장 많이 실린 모델은 츨고가 78만9800원의 '아이폰6 16GB'로, 당초 이통3사는 월 9만원대 이상 요금제 가입 조건으로 17만~19만원의 지원금을 공시했다. 유통점에서 추가로 주는 지원금을 합쳐도 '아이폰6 16GB'의 지원금 총액은 최대 22만원 정도이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50만원대 중반으로 구입할 수 있지만 대란 중 10만~20만원대 가격으로 풀렸다.

방통위와 미래부도 이 같이 싼 가격에 아이폰6가 팔린 원인이 갑자기 늘어난 리베이트 액수에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통상 20만~30만원 선인 리베이트가 60만~70만원까지 오르면서 유통점이 자신들의 몫인 리베이트를 불법보조금 지급에 사용하면서 과도한 가입자 유치 경쟁이 전개됐다는 것이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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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대란 발생 전날이자 아이폰6와 6플러스 출시 당일이었던 10월 31일과 비교할 때 대란이 일었던 주말간 이통3사의 뺏고 빼앗기는 고객 유치 경쟁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사상 처음으로 아이폰 판매를 시작한 LG유플러스는 31일 4446명의 번호이동 가입자를 끌어왔지만 SK텔레콤과 KT는 경쟁사에 각각 726명, 3720명씩 가입자를 빼앗겼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아이폰 최초 출시에 따른 대기수요가 있었고 제로 클럽 등 마케팅 강화 요인도 효과적이었다"며 "이뿐 아니라 SK텔레콤과 KT의 경우 기존 아이폰5 고객들이 아이폰6로 기기변경을 하거나 타사로 번호이동을 하기 때문에 아이폰5 고객이 없는 LG유플러스는 상대적으로 번호이동 고객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SK텔레콤과 KT의 순감 추세는 1일 대란 발생 직후부터 그 폭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KT의 경우는 순감건수가 31일 3720건에서 1일 1564건으로 2배 이상 줄었다. SK텔레콤은 726건 순감에서 456건으로 1.5배 가량이 줄었다. 대신 LG유플러스는 4446건 순증에서 2020건 순증을 기록해 번호이동 가입자가 거꾸로 2배 줄었다.

대란이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2일에는 더 큰 폭으로 변화가 일었다. 1일 1564건의 순감을 기록한 KT는 2일 오후 2시30분 기준 255건 순증으로 돌아섰다. SK텔레콤도 456건의 순감이 345건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2020건이었던 순증 규모가 90건으로 내려앉았다. LG유플러스측이 KT와 SK텔레콤에서 먼저 기존 아이폰 가입자를 지키기 위해 과다한 리베이트를 지급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도 이 수치다. 2일 오후 2시30분은 정부가 불법보조금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이통3사의 임원을 소집하기 직전으로 보조금 살포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 시점으로 추정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1일 저녁 6시부터 2일 오후 2시30분까지 경쟁사의 리베이트가 대폭 늘렸기 때문에 순감하던 추세가 순증으로 돌아서는 결과까지 나타난 것"이라며 "정부가 이통사 임원을 2일 오후 3시까지 소집하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자 그 뒤부터 정책이 축소되면서 다시 대란 전과 비슷하게 상황이 전개됐다"고 밝혔다.

2일 오후 3시 이후부터 KT는 다시 220건 순감으로 돌아서며 이날 총 1097건의 번호이동 이탈자가 발생했고, SK텔레콤은 541건의 가입자를 빼앗겼다. LG유플러스는 1638명의 번호이동 가입자를 끌어오면서 대란은 종료됐다. KT와 SK텔레콤에서는 사실상 경쟁사의 번호이동 가입자를 빼앗는 게 급선무인 LG유플러스가 경쟁을 촉발했다고 입을 모은다.

KT와 SK텔레콤 관계자들은 "상식적으로 봐도 기존 아이폰 가입자들이 있기 때문에 번호이동 고객 보다는 기기변경 하는 자사 고객들이 우선이다"며 "하지만 번호이동으로 아이폰 가입자를 늘려야 하는 LG유플러스 쪽에서 먼저 판매장려금을 높이기 시작해 이번 사태가 시작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어느쪽이 먼저 시작했든 번호이동 가입자가 대거 몰리기 시작하자 이통3사가 모두 대란에 뛰어든 것은 사실인 셈이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이번 대란의 불법적 의도나 위법성이 있는지 면밀히 파악한 후 강력 대응키로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10월 단말기 유통법 시행 이후 처음 발생한 지원금 공시 및 상한 위반사례인만큼 과징금과 함께 관련 임직원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이뤄질 수도 있다"며 "관련성만 입증된다면 이통사의 대표이사까지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에도 마찬가지지만 기한을 정하지 않고 내용이 규명될 때까지 최대한 모든 자료를 확보해 모든 불법 사항을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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