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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마스 이브에 처지 비관 50대男 구청서 투신 숨져(종합2보)

'근로확인서' 없어 긴급복지지원 불가…자살 추정
공공근로 포기 후 재신청…발표 기다리다 극단적 선택

[편집자주]

크리스마스 이브에 50대 남성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구청사 8층에서 뛰어내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 24일 오후 5시51분쯤 9층짜리 동대문구청사 건물 8층에서 이모(58)씨가 창밖으로 뛰어내려 숨져 있는 것을 근처를 지나가던 A씨가 발견해 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투신 당일 오후 동대문구청을 찾아 긴급복지지원제도 신청을 하고자 했다.

이 제도는 갑작스러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생계유지가 곤란한 저소득층에게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금전과 현물 형태로 신속하게 지원해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제도다.

4인 기준 생계비 월 108만원(최대 6개월), 의료비 300만원(최대 2회), 주거비 39만원(12개월) 등을 비롯해 연료비, 전기요금 등이 사전 지원된다.

하지만 실직 후 6개월 이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근로확인서가 없었던 이씨는 '서류를 가져오면 받아주겠다'는 구청 직원의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매달 30여만원의 생활비를 받았던 이씨는 부족한 지원금 탓에 지난 5월 기초생활수급을 해지하고 공공근로에 지원해 선정됐다.

그러나 폐가전제품 등을 주워 생계를 잇던 이씨는 일용직 근무가 돈벌이가 더 낫다고 판단해 공공근로를 포기하고 생활하다 지난 주 다시 공공근로를 신청했다.

1년에 두차례 신청을 받는 공공근로는 현재 2차 모집 중이다. 1월에 선정 발표가 나 실제 2월부터 근무가 시작되기 때문에 이씨가 실제로 월급을 받으려면 더 오래 걸린다.

한달에 30만원씩 내야 했던 월세도 계속 밀려 있었던 이씨는 마지막 희망을 갖고 구청을 찾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씨는 한 시간 넘게 구청 안을 맴돌다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현장에 유서는 없었고 휴대폰과 신발자국만 있었다.

경찰조사 결과 미혼인 이씨는 가족들과 4년 전에 마지막으로 얼굴을 봤을 정도로 자주 왕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구청 관계자는 "당시 이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지만 소리를 지르거나 정신이 혼란한 상태는 아니었다"며 "서류가 있어야 지원이 가능하니 서류를 갖고 오셔야 한다고 안내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씨에게 용역회사 업체 번호를 알려주면 근로여부 확인을 위해 대신 통화라도 해보겠다고 말했지만 이씨는 알겠다고 이야기한 후 구청 사무실을 떠났다.

이씨는 구청 관계자에게 다시 기초생활수급자로 돌아갈 수 있는지도 상담했다.

구청 관계자는 수급자 신청을 하더라도 바로 현금이 지원되지 않으며 구비서류도 필요하다고 안내했지만 이에 이씨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이씨에게는 노모(79)와 여동생(56)이 있었지만 2년 전에 여동생에게 5만원을 빌리면서 통화한 게 전부였다.

경찰은 이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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