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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추가 환자 발생하면 전방위 역학조사 불가피할 듯

최초 환자 진료받은 의료기관들 지역 달라…접촉자, 5시간 내 감염
자택 격리 중인 61명 중 1명이라도 환자 나오면 관리 체계 격상 필요

[편집자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3명의 확진 환자와 61명의 가택 격리자가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은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면 전방위 역학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메르스 최초 확진 환자는 지난 12~14일 A의원을 외래로 방문했고, 증상이 호전이 되지 않자 그보다 약간 규모가 큰 B종합병원에서 15~17일까지 입원했다.

이 환자는 하루 뒤인 18일 C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응급실을 방문했지만 병실이 없어 근처에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엑스레이 촬영 등 간단한 처치를 받았다.

이후 C병원에 20일까지 입원해 있다가 보건당국에 신고가 들어와 메르스 양성 판정 후 같은 날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으로 옮겨 입원 중이다.

첫 환자는 지난 12일부터 증상이 나타났으며 지금까지 총 다섯 군데 의료기관을 방문했다. 이 중 마지막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을 제외한 의료기관에서는 제대로 된 격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 76세 남성은 지난 16일 최초 환자와 B병원 2인실을 5시간 동안 함께 사용했는데 세 번째 메르스 환자가 됐다.

세 번째 환자는 공기가 아닌 침처럼 입자가 큰 비말 전파 또는 2미터(M) 이내에서 1시간 이상 접촉한 '밀접 접촉'이 감염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초 환자가 방문한 A, B, C 의료기관 모두 지역적인 위치가 다른 만큼 메르스 환자가 두 개 이상의 지역에 머물러 지역사회로 전파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메르스 관리 체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시키는 근거가 된다.

이에 대해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메리스 관련 브리핑에서 "B병원에서 감염된 환자는 병원 내 감염이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견해였다"고 밝혔다.

최초 환자가 의료기관을 돌며 접촉한 사람들은 감염자 3명을 제외한 61명이며, 이들 전원을 가택 격리한 것은 관리 체계를 격상하지 않는 대신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설명이다.

가택 격리에 들어간 61명은 발병 가능성이 낮다는 게 보건당국 설명이지만 환자가 1명이라도 발생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이들 61명이 추가로 접촉한 환자들로 역학조사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게 불가피해진다. 1명의 환자로 인해 63명이 격리 조치를 받은 점을 고려하면 추가 환자 발생은 상당한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역학조사 범위를 한국으로 귀국하기 위해 탑승한 항공기 내 다른 승객으로 확대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그러나 최초 환자가 입국할 당시에는 전파력이 없는 잠복기이기 때문에 항공기 다른 승객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힌 상태다. 메르스 잠복기는 2~14일이다.

보건당국은 향후 3~4주 안에 메르스 확산 추이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가 근거리 접촉으로 감염되기 때문에 역학조사 대상을 확대할 필요성은 낮지만 지속해서 검역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재갑 한림의대 부속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단 보건당국의 검역 추적 범위를 접촉 대상자로 보는 건 틀리지 않다"면서도 "중동 지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환자가 나오지 않도록 검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동에서 입국한 사람들이 발열 등 의심 증상이 나오면 즉각 인근 보건소에 신고하도록 홍보활동을 전개해야 한다"며 "메르스는 지난해 에볼라 바이러스와 달리 대상자가 많기 때문에 증상 여부를 매일 모니터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신종 바이러스인 메르스는 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침투하면서 38도(℃) 이상의 고열을 발생시킨다.

주요 증상은 폐 감염증과 고열, 기침, 호흡 곤란이며 사스와 유사하지만 전염률은 더 낮다. 메르스의 감염병 재생산지수는 1을 기준으로 0.6 수준으로 해당 지수가 12에 달하는 홍역에 비해서는 많이 낮다.

그러나 예방 백신이나 치료약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감염되면 신장 기능이 빠르게 저하돼 사스에 비해 생명에 더 치명적이다. 현재 치사율은 40%를 넘는다.

치료법은 산소 및 전해질 공급, 혈액투석 같은 보조요법뿐이다. 상황에 따라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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