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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체거래소 설립에 숨통..시장점유율 한도 2배로 확대

시장점유율 규제 전체 5%, 종목 10%를 각각 10%, 20%로 확대..이르면 내달 말 발표

[편집자주]

증권사들이 만드는 매매전문 사설거래소인 대체거래소(ATS) 설립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당국이 그간 ATS 설립에 걸림돌이 돼 왔던 시장점유율 규제를 완화해 채산성을 높여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선 NH투자증권,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 7개사가 각각 29억원씩을 출자해 ATS 설립 초기 자본금 200억원을 조성하기로 사실상 합의한 상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ATS에 대해 전체 현물주식시장의 5%, 종목 10%로 제한된 거래량 기준 시장점유율 규제를 각각 10%와 20%로 확대하기로 하고 이르면 다음달 말이나 7월 초 발표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급격하게 비중을 풀어주기 보다는 전체 시장 점유율 한도를 10%로 늘려 ATS 설립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ATS의 거래한도를 전체 5%, 종목 10%로 제한해왔다. 만약 이를 초과할 경우에는 ATS가 아닌 거래소로 전환해야 한다. 기존 한국거래소에 의한 정규거래의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매우 강력한 규제다. 해외서도 ATS 거래한도를 제한한 국가는 없다. 

이에 증권사들은 거래규모 제한 비율이 지나치게 낮아 채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ATS 설립에 난색을 보여 왔다. 만약 전체시장 한도 5% 규제를 지킬 경우 수수료 수익은 대략 연 50억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됐다. 

당국의 규제완화 방침에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ATS 설립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며 일단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시장점유율 규제가 2배로 높아지면 최소 100억원의 수수료 수익은 확보할 수 있으니 해볼 만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ATS가 어느정도 성장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시장점유율 한도규제외에 성장을 원천적으로 막는 규제들이 수두룩 해서다. 원래 ATS와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거래소 입장이 많이 반영돼 그렇게 됐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우선 거래할 수 있는 자산이 상장주식으로 제한돼 있다. 자칫 증권사들이 다양한 거래와 저렴한 수수료로 고객을 유인하는 데 실패할 경우 일본처럼 시장이 크지 못하고 사장돼 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의 경우 초기에 ATS 유동성이 부족하자 고객들에게 유리한 거래를 토쿄거래소에 의존하는 바람에 ATS에서 좋은 거래가 나와도 외면당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증권만으로는 답이 안 나온다"며 "ATS의 기초자산이 증권외에도 장외주식과 채권, 파생상품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스타트업 기업 육성과 모험자본 조달과 코드를 맞추려면 장외주식으로 확대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경우 2012년 2분기 기준 대체거래소를 통해 거래된 상품의 거래대금 비중을 보면 채권이 45%, 파생상품이 51%를 차지하지만, 상장주식은 4%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ATS는 증권사만 설립이 가능하다. 더욱이 1사가 소유할 수 있는 지분 한도도 15%로 제한돼 있다. 사실상 복수의 ATS가 설립되기 어려운 구조가 돼 있는 것이다. 7개사가 연합해 ATS를 만들기로 한 것도 이때문이다. 최소 자본금은 200억원으로 돼 있다.

ATS가 만들어져도 시장감시와 청산기능은 한국거래소가 맡는다. 만약 거래소가 청산수수료를 높게 책정한다면 ATS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ATS의 5%룰이 풀리더라도 남은 숙제가 많다"며 "설립 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ATS는 매매에만 집중하는 전문 트레이딩 시스템이다. 정규장에서 제공할 수 없는 효율적인 거래를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면서 전세계적으로 급성장했다. 뉴욕증시의 경우 뉴욕증권거래소를 통하는 것보다 ATS인 차이-X(Chi-X)를 통하는 것이 주문체결속도가 정규장에서보다 20배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알고리즘을 이용해 컴퓨터로 주문을 내는 경우 정규장보다 훨씬 유리한 것이다. 또 거래정보 노출, 비노출에 따라 참여 투자자들을 다르게 설계할 수도 있다.

그리고 ATS는 정규시장보다 수수료가 쌀 수있다. 일단 ATS가 기업공개, 시장감시기능은 하지 않기 때문에 그로인한 수수료 부담이 줄어드는 면이 있다. 또 ATS가 정규 거래소와 경쟁관계를 의식, 의도적으로 수수료를 낮게 가져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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