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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간 지속된 보신탕 찬반논란…개고기에 관한 속설과 진실

고구려벽화에 개 잡는 모습 나와…조선 영조때 이종성 "어찌 사람이 할 짓" 혐오

[편집자주]

중국 명나라 이시진(1518~1593)은 의서 '본초강목'에서 개고기의 역효과에 대해 저술했다.(사진 채널A 이영돈PD논리로 풀다 캡처)© News1
중국 명나라 이시진(1518~1593)은 의서 '본초강목'에서 개고기의 역효과에 대해 저술했다.(사진 채널A 이영돈PD논리로 풀다 캡처)© News1

오는 13일은 첫 번째 복날인 초복(初伏)이다. 초복은 대략 7월 11일부터 19일 사이에 오며, '작은 더위'라 불리는 소서와 장마 이후 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큰 더위' 대서 사이에 있어 한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기도 하다.

초복의 열흘 뒤인 대서 즈음에는 중복(中伏)이, 그 열흘 뒤 입추 후에는 말복(末伏)이 있다. 그러나 해에 따라서는 중복과 말복의 사이가 20일 간격이 되기도 하는데 달을 건너뛰었다 하여 '월복(越伏)'이라고도 한다.

초복, 중복, 말복을 통틀어 '삼복'이라 일컬으며 여름 철 가장 더운 때를 '삼복더위'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삼복이 되면 원기회복에 좋은 특별한 보양식들을 즐겨 찾는다. 그리고 그 보양식 중에는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온 개고기로 만든 보신탕(補身湯)이 있다.

보신탕의 한자 '補身(보신)'은 부족한 것을 채운다는 '보(補)'와  콩팥을 뜻하는 '신(身)'으로, '신장을 보호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신장은 주로 우리 몸의 혈맥을 다스릴 뿐만 아니라 성기능을 담당하는 중요한 장기로 오행으로는 수(水)에 해당된다. 한 여름의 '화기'를 이기려면 '수기'인 신장이 수극화의 원리로 더위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더위를 이길 수 있도록 신장을 보호하는 음식을 '보신탕'이라고 불려졌다.

현재는 보신탕이라 부르지만 이는 이승만 정권 시절에 생긴 말이다. 그 이전에는 '개장국'이었으며 한자어로는 '구장(狗醬)'이었다. 

복날과 개고기의 시초는 전한시대의 역사가 사마천이 저술한 '사기(史記)'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사기'의 진기제 5장에 따르면 '기원전 679년 진덕공 2년, 삼복날에 제사를 지냈는데 성내 사대문에서 개를 잡아 충재(蟲災·해충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막았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 개식용의 시초는 고구려벽화에 있는 개 잡는 장면을 묘사한 벽화에서 추측해 볼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서는 중종 31년 문신이었던 김안로(1481~1537)가 개고기를 좋아하자 아첨배들이 개고기를 뇌물로 바치고 벼슬을 얻었다고 하는 기록도 있다. 

조선시대 후기의 문인이었던 홍석모(1781~1850)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개를 삶아 파를 넣고 푹 끓인 것을 구장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죽순과 고춧가루를 타고 밥을 말아 시절음식으로 먹는다. 이렇게 먹고 나서 땀을 흘리면 더위를 물리치고 허한 기운을 보충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반면 조선시대에도 개식용에 반대하던 이가 있었다. 영조 때 문신이자 경상도 암행어사로 이름을 날린 이종성(1692~1759)은 개장 먹는 습관을 반대했을 뿐 아니라 극히 혐오했다고 전해진다. 이종성은 개장에 대해 사람이 먹을 음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사람이 되어 어찌 개를 먹을 수 있는가? 충심으로 사람을 받드는 동물을 복날이 됐다하여 끓여 먹는 짓이 어찌 사람이 할 짓인가?"라고 했을 만큼 개를 직접 키우고 사랑한 애견인이었다.

이처럼 300년 이상 찬반양론을 일으켜온 개고기는 과연 속설처럼 몸에 좋은 보양식일까. 

허준(1539~1615)이 저술한 의서 '동의보감(東醫寶鑑)' 탕약편 따르면 '개고기는 기본적으로 무독하다, 그러나 유독하다. 때에 따라 독이 있을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중국 명나라 이시진(1518~1593)은 의서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구워 먹으면 소갈(당뇨)이 생기며, 임신 중 먹으면 벙어리를 낳는다. 열병 후 먹으면 사망할 수 있다'며 개고기의 부작용에 대해 저술했다. 

현대 의학 전문가들은 실험과 분석을 통해 개고기에 얽힌 속설들을 입증하고 있다.

오래된 속설 중 하나로 개고기가 남성의 정력(스태미너)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 매체가 실시한 남성의 정력과 개고기의 연관성 실험에서 남성 5명이 3일 동안 개고기를 섭취한 결과, 남성호르몬 수치는 변동이 없거나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당화혈색소 수치는 6.7%에서 9%로 급격히 증가했다. 당화혈색소 수치는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을 경우 증가하며 당화혈색소가 1% 상승할 때 마다 혈당치가 평균 30㎎/dL 정도 올라간다. 정상인의 당화혈색소 범위가 4~6%인 것을 감안하면 개고기를 먹고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간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개고기는 체력 보강에 도움이 된다는 설이 있다. 지방함량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하며 소화 흡수가 빨라 몸에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학 전문가들은 개고기가 다른 육류에 비해 지방 함량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협심증, 뇌졸증과 같은 성인병을 유발할 수 있으며 특히 간경화 환자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개고기는 '양허증(陽虛證)'에 좋지 않은데 간경화의 경우 한방적으로 볼 때 '비신양허증(脾腎陽虛證)'에 해당되기 때문에 간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달 21일 중국 위린시에서 개최된 '개고기 축제'를 계기로 다시한번 세계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된 개고기 문화. 기원전부터 개고기를 즐겨먹었다는 중국에서조차 개고기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개고기 찬성론자들은 반대론자들에게 문화적 상대성을 거론하며 오랫동안 이어져온 개고기 전통을 왜 반대하는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그리고 닭, 돼지, 소의 식용과 무엇이 다른지 말해보라 한다.

문화와 전통을 앞세우며 개고기의 속설을 맹신하기 전에 자신의 몸에 정말로 유익한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인류학적 관점에서 사회구성원들이 공유하고자 하는 생활양식을 문화라고 본다면 개식용을 동물학대로 간주하며 반대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보신탕'을 한국 고유 문화라며 상대성을 주장하는 것만이 옳은 것인지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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