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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이 관능적이고 퇴폐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죠"

[인터뷰]한가람미술관서 수중 사진전 '더 판타지' 여는 제나 할러웨이

[편집자주]

<span>수중사진작가 제나 할러웨이 </span>© News1
수중사진작가 제나 할러웨이 © News1


"'스완 송'(Swan Song) 연작은 평생 울지 않다가 죽음에 임박해 단 한번 아름답고 구슬프게 노래한다는 올랜도 기번스의 시 '백조의 노래'에 영감을 얻었어요"

수중 전문 사진작가 제나 할러웨이(Zena Holloway )의 '스완 송' 연작은 2014년 사치 컬렉션에 선정됐다. 제나는 "그동안 상업사진 위주로 작품을 촬영했지만 사치 컬렉션을 계기로 내가 찍고 싶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찰리 사치가 설립한 사치 갤러리는 제나의 작업이 물속 세계를 카메라에 담는 기존의 수중사진에서 나아가 물속을 하나의 무대로 삼고 연출 사진을 찍는다는 점에서 수중사진의 개념을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찰리 사치는 광고회사 '사치 앤 사치'의 설립자이자 독보적인 미술품 수집가다. 그는 1990년대 이후 영국 현대미술을 동시대 미술의 정점에 올려놓았다.

수중사진전 '더 판타지'(the Fantasy)가 열리는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제나 할러웨이를 지난 11일 만났다.
 제나 할러웨이는 예술적으로나 상업적으로 동시에 성공을 거뒀다. 현재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녀의 성공 비결은 수중사진이라는 미개척 분야에 도전했다는 점이다.

수중사진작가 제나 할러웨이의 작업 모습 © Zena Holloway  2015 
수중사진작가 제나 할러웨이의 작업 모습 © Zena Holloway  2015 


제나는 "수중작업의 매력은 불확실성이죠. 물속에서는 마법이 일어나요"라고 말했다. 그녀의 작품에는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물속 환경에서 생겨나는 우연성과 비현실적 느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제나는 "내게 물은 캔버스고, 빛은 물감이에요'라고 덧붙였다.

제나는 물속 세계 자체에 먼저 매료됐다. 그가 18세 때 참여한 이집트 허하다(Hurghad)에 열린 스쿠버 다이빙 2주 과정이 운명적인 계기였다. 잠수에 매료된 그녀는 2년 가량을 이집트에 더 머물며 당시 부모에게 선물받은 수중카메라로 물속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성인이 된 제나는 다이빙 강사로 활동하며 틈틈이 독학으로 수중사진의 기법들을 터득해나갔다. 수많은 시도와 시행착오 끝에 노하우를 축적한 그녀는 1995년부터 영국에서 수중 사진작가로서의 본격적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제나는 "이젠 익숙해져서 마치 걸어다니는 것 같지만 원래 수중촬영에는 극한 강도의 훈련이 필요해요"라고 말했다. 모델의 체력문제가 있기 때문에 촬영 전 사전협의가 중요하다. 제나는 "이메일을 통해 모델과 충분히 소통해요. 여러 차례 잠수해서 촬영하지만 맨처음 촬영에서 가장 좋은 작품이 나와요"고 말했다.

그녀의 작품은 과학 기술, 스타일리스트, 모델들의 예술적 기술적 협업의 결과다. 주요 작업은 런던에 수중촬영 전문 스튜디오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그녀의 사진이 강렬한 이유는, 그녀의 작품이 우리의 근원적 무의식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나가 표현해내는 여성들의 이미지 역시 환상적이다. 흠 없이 희고 투명한 살갗의 표면과 매끈한 몸매와 분위기는 현실 속의 여성이 아닌 신화 속 여신을 재현한 것에 가깝다. 물은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인물을 표현하며 감춘다.

아름답고 젊으나 사랑에 미쳐 자살한 '오필리아' 연작이나, 냉동인간처럼 보존된 채 분칠을 하고 눈을 감은 '슬리핑 뷰티'(잠자는 숲속의 공주), 죽음의 바다 밑으로 선원들을 유혹하는 인어들은 모두 죽음에 맞닿아 있는 관능적이고 퇴폐적인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9월7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가격 1만원. 문의 (02)710-0767.

수중사진작가 제나 할러웨이의 '스완 송'(Swan Song) 연작 © Zena Holloway  2015
수중사진작가 제나 할러웨이의 '스완 송'(Swan Song) 연작 © Zena Holloway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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