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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패권 작심한 일본, 뒷짐만 진 한국

[세계는 줄기세포 전쟁중]① 줄기세포 성장판 제대로 깐 일본
재생의료법 제정, 약사법 개정으로 쉽게 안심하고 쓸수 있는 여건 마련
한국, 줄기세포 말로만..법안 수년째 공전, 성장판 막혀

[편집자주] 세계가 줄기세포 전쟁중이다. 희귀난치 질환의 마지막 희망이어서다. 미국은 윤리적 문제가 있는 배아줄기세포까지 연구지원이 용인되는 분위기가 됐다. 일본은 한술 더 떴다. 소정의 절차나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다 이용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버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줄기세포는 까다로운 의약품 규제의 틀속에 갇힌 새에 불과하다. 격렬해진 세계 줄기세포전쟁의 현황과 우리나라의 갈길을 조명해본다.

일본 동경에 위치한 '후생노동성' 2015. 8. 11 /뉴스1 © News1 이영성 기자
일본 동경에 위치한 '후생노동성' 2015. 8. 11 /뉴스1 © News1 이영성 기자

“일본을 줄기세포 세계 최강국으로 만들겠다.”

일본이 품은 야심이다. 허풍이 아니다. 올해 전면 시행에 들어간 ‘재생의료 등 안전성 확보법(이하 재생의료법)’과 약사법 개정안을 축으로 줄기세포 성장판을 아주 제대로 깔았기 때문이다.

첫번째 법안은 줄기세포 제조와 처방기관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것이고 두번째 법은 소비자들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줄기세포 이용을 장려한 것이다. 두 법으로 인해 일본은 안전성만 입증된다면 그 어떤 줄기세포든 허가된 곳에서 누구나 처방받을 수 있게 됐다.

일본이 공들이고 있는 줄기세포는 노벨의학상을 받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라는 것이지만 혜택은 꼭 그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인체에 자연상태로 존재하는 성체줄기세포와 난자를 이용하는 배아줄기세포, 면역치료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 줄기세포 성장판 제대로 깐 일본 : 소정의 요건만 되면 누구나 취급, 이용

줄기세포 강국을 원하면서도 말에만 그치고 제도적으로 특별한 뒷받침이 없는 우리나라와 대조적이다. 다른 나라에 앞서 몇가지 치료제를 갖고 있다는 것 빼고는 줄기세포에 대해 우리나라는 내놓을 만한 것이 없다.  줄기세포에 관한 한 업체의 노력에 맡겨져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줄기세포는 아직도 일반 전문의약품과 같은 부류로 취급돼 임상 1상부터 3상에 이르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 허가를 받아야 환자에게 보편적으로 투여가 가능한 치료제로 인정받는다. 이를 완화하기 위한 법안이 제출돼 있지만 수년째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채 방치돼 있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후생노동성(厚生労働省) 의정국 재생의료등연구추진실의 연구담당 타오카 마사오미 계장과 토라시마 야스히로 연구원(의사)은 최근 <뉴스1>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일본내 재생의료산업을 작심하고 육성하고자 관련법을 제·개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재생의료법 규정은 지난해 11월 25일 제정됐다. 이 법에 의해 일본에서 줄기세포치료제 개발·배양업체는 '제조 허가'를, 치료를 진행하는 의료기관은 '치료 자격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제조를 위한 허가법은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 5월부터 시행됐고 치료를 위한 허가법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 11월 25일부터 시행된다. 

이로써 꼭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아도 적격 업체가 배양한 줄기세포는 적격 병원에서 처방받을 수 있게 됐다. 만약 치료제로 허가받은 것이라면 건강보험이 적용될 수 있다.

일본에서 재생의료법 시행 이전에는 줄기세포 배양과 시술이 의사책임하에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야여서 안전성 관리가 어려웠다. 일본정부가 재생의료법을 만들어 줄기세포 배양과 시술에 허가를 도입한 것은 줄기세포 처방에 대한 공신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일본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보다 줄기세포 치료에 자신감을 갖고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후생노동성 의정국 연구개발진흥과 재생의료등연구추진실의 재생의료등연구담당 타오카 마사오미 계장(왼쪽)과 토라시마 야스히로 연구원(의사) 2015. 8. 11 /뉴스1 © News1 이영성 기자
후생노동성 의정국 연구개발진흥과 재생의료등연구추진실의 재생의료등연구담당 타오카 마사오미 계장(왼쪽)과 토라시마 야스히로 연구원(의사) 2015. 8. 11 /뉴스1 © News1 이영성 기자

재생의료법에는 줄기세포를 비롯해 유전자치료와 면역치료 등 모든 세포관련 치료 내용이 포함된다. 그 중에서도 줄기세포가 일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지난 2007년 일본 교토대학교 야마나카 신야 박사가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이하 iPS)를 만들어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으면서 세계에서 iPS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

iPS는 성체 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삽입(조작)해 어떠한 조직 세포로도 분화가 될 수 있는 원시상태 세포를 말한다. 분화능력은 수정란을 이용하는 배아줄기세포처럼 뛰어나면서 배아줄기세포처럼 윤리적 문제도 없어 미래 줄기세포연구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다만 iPS는 이러한 분화능력으로 인체 어떠한 장기도 만들어낼 수 있으나 아직 기술이 더 필요하고 ‘암화’ 가능성은 한계로 남아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일본은 줄기세포 노벨상 수상국으로서 iPS를 포함해 성체줄기세포 등 모든 줄기세포 분야 육성을 위해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재생의료법 시행에 투입되는 돈만 143억엔(한화 약 1349억원)이다. 이는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해당하는 후생노동성, 그리고 기획재정부와 같은 경제산업성, 교육부와 같은 문부과학성이 모두 지원하는 금액이다.

타오카 마사오미 계장은 “iPS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관련법이 없다보니 법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정했고, 보다 안전한 장치를 만들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 노골적인 줄기세포 진흥 : 효과가 부족해도 안전성만 입증되면 치료제로 허가

약사법 개정안은 보다 노골적으로 줄기세포산업 진흥을 노린 것이다.,

토라시마 야스히로 연구원은 “현재까지는 줄기세포치료제의 효과와 안전성 모두를 확보해야 허가받을 수 있지만 관련법 시행에 따라 앞으로 치료제가 (큰 효과를 보이진 않을지라도) 안전성만 확인되면 일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며 “조건부 승인이어도 보험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큰 비즈니스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조건부 승인이란 치료제 허가를 위해 반드시 임상1·2·3상 전체 단계를 거쳐야 하던 것을 일부 단계를 면제하고 승인해 곧바로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후 치료 과정을 통해 나머지 임상연구를 진행하면서 더 면밀한 효과를 확인한다.

따라서 앞으로 일본내 줄기세포치료제 허가를 위해서는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1상 연구결과가 충분조건이 된다. 아직 관련법이 없어 의약품허가 과정처럼 임상3상까지 연구를 거쳐야 하는 우리나라보다 빠른 허가가 가능한 셈이다. 보통 임상1~3상까지 2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임상1상까지 연구결과로 허가를 받게 되면 제품 승인까지 최소 1년 이상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또 줄기세포는 특성상 자기세포(자가)를 투입할 경우 부작용 문제가 없고, 타가세포여도 면역부작용이 덜하다는 연구결과가 많아 일반적인 화학의약품이나 의료기기처럼 전체 허가과정(임상1~3상)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역시 일본 정부의 판단이었다.

물론 우리나라 역시 희귀의약품 등의 경우에는 임상2상까지 완료하고 허가를 받은 뒤 임상3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부 승인 제도는 있다. 하지만 이는 특정 줄기세포치료제가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될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가능할 뿐이다.

이에 지난 2012년 8월 양승조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보건복지위원회)이 별도 임상연구 절차없이 의사의 판단에 따라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줄기세포 등의 관리 및 이식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었다. 하지만 법안은 아직까지 국회에 계류돼 있고 별 다른 진전이 없다.

많게는 수천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임상3상을 진행할만한 능력이 되는 국내 바이오벤처기업은 극히 드물다는 것도 문제다. 허가받은 몇개 줄기세포 치료제가 있지만 처방규모가 너무 적고 비싸 벤처들의 캐시카우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배양된 줄기세포치료제는 여전히 약사법 테두리 안에서만 관리되고 있다. 자기것이라도 배양된 것은 임상을 거쳐 치료제로 승인받아야 처방이 가능하다.

타오카 마사오미 계장은 “한국이 허가받은 줄기세포치료제가 많은 것은 알지만 그 외 (법적인 부분 등)는 잘 모르겠다. 일본의 경우 줄기세포치료제가 마지막 희망이고, 관련 치료를 받고 싶은 환자들도 많기 때문에 허가를 조금 더 빨리 내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안전한 줄기세포일수록 허가과정 더 짧아

일본 정부의 줄기세포 진흥 의지는 허가체계에도 나타난다. 개발 난이도와 줄기세포별 위험도에 따라 안전성 확인 과정을 따로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개발이 쉬울수록 안전한 줄기세포 일수록 허가과정이 짧다.

일본 관련 법안이 관리하는 재생의료 세포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1종은 배아줄기세포와 iPS, 유전자치료제이다. 2종은 성체줄기세포이고 3종은 면역치료제이다. 1종 줄기세포는 인체에서 추출해 배양하는 성체줄기세포에 비해 암화 가능성 등 위험도가 더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1종의 경우 후생노동성외 별도의 위원회(의사·약사·변호사 등 8명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가 해당 치료제의 안전성과 효과를 먼저 확인한다. 확인 서류는 2단계로 후생노동성 승인 과정을 거치고 이후 후생과학심의회에서 또 한 번 심사를 진행해 최종 치료제 사용 허가를 내리게 된다.

2종에 속하는 치료제는 1종의 초기 단계를 그대로 거치되 후생과학심의회 심사 과정부터는 생략한다. 3종은 모든 단계를 생략하고 인정위원회만을 열고 제품에 대해 심사 및 허가한다. 

또한 업체는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허가 치료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보고해야 한다. 다만 치료제의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더라도 과학적 타당성만을 보고하면 된다. 일단 줄기세포치료제는 환자들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에 산업은 지속적으로 육성시키면서 안전성에 문제가 있지 않는 한 제품 사용은 유지시키겠다는 의중이다.

타오카 마사오미 계장은 “경제산업성이 앞으로 재생의료를 통한 시장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후생노동성 역시 똑같이 기대하는 부분”이라며 “앞으로 일본 내 재생의료 연구 등도 정부가 뒷받침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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