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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이자 미래"...유도만능줄기세포에 열광하는 일본

[세계는 줄기세포전쟁중]② 노벨상 받은 iPS...연구하면 모두 보조금
가능성 무한하나 상용화 어려워...다리역할로 성체줄기세포에 주목, 물꼬 터줘

[편집자주] 세계가 줄기세포 전쟁중이다. 희귀난치 질환의 마지막 희망이어서다. 미국은 윤리적 문제가 있는 배아줄기세포까지 연구지원이 용인되는 분위기가 됐다. 일본은 한술 더 떴다. 소정의 절차나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다 이용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버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줄기세포는 까다로운 의약품 규제의 틀속에 갇힌 새에 불과하다. 격렬해진 세계 줄기세포전쟁의 현황과 우리나라의 갈길을 조명해본다.

일본 고베 내 줄기세포치료 병원 '니시하라클리닉'. 2010. 8. 10 /뉴스1 © News1 이영성 기자
일본 고베 내 줄기세포치료 병원 '니시하라클리닉'. 2010. 8. 10 /뉴스1 © News1 이영성 기자

일본이 줄기세포 패권국이 되겠다는 야심을 가진데는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이하 iPS)의 발명 영향이 컸다. 일본에 노벨상을 추가시킨 이 줄기세포는 곧 일본의 자존심이다.

내친 김에 일본은 아예 법을 만들고 고쳐 줄기세포에 관한 한 의약품으로서 경계를 허물어 버렸다. 이제 일본에선 최소한 성체줄기세포라면 누구나 허가된 곳에서 배양한 줄기세포를 허가된 병원에서 자유롭게 처방받을 수 있게 됐다. 줄기세포 치료가 마치 보약처방과 비슷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정상적인 임상절차를 거쳐 의약당국의 승인을 받은 줄기세포 치료제라면 건강보험 적용대상이 되도록 해 일반 줄기세포 처방과 차이를 뒀다. 이같은 절차는 이론적으로 배아줄기세포나 iPS도 적용되지만 안전성 문제가 극복되지 않아 사실상 보약같은 줄기세포 처방은 성체줄기세포에 해당되고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나 iPS에 비해 전반적인 효능은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이 없고 국소적으론 무시할 수 없는 효과가 있어 가장 무난한 줄기세포로 인식되고 있다.

일본의 자존심, 유도만능줄기세포(iPS)

후생노동성 의정국 재생의료등연구추진실의 타오카 아사오미 계장은 "iPS 발명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줄기세포 산업 육성에 눈을 떴다"며 "앞으로 국가 산업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iPS는 지난 2007년 일본 교토대학교 야마나카 신야 박사가 만든 것이다.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으면서 일본 열도를 흥분시켰다.

iPS는 성체 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삽입(조작)해 어떠한 조직 세포로도 분화가 될 수 있는 원시상태 세포를 말한다. 분화능력은 배아줄기세포처럼 뛰어나면서 수정란을 사용하는 배아줄기세포처럼 윤리적 문제가 없는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갔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성체줄기세포는 제대혈(탯줄혈액) 혹은 성인의 골수, 혈액, 지방 등에서 빼낸 세포이다. 인체에 완성세포로 존재하는 것을 추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윤리문제는 없다. 그러나 증식이 어려워 세포배양을 전문으로 하는 바이오 분야 기업이 맡아서 경우가 많다.

국내의 경우 일반 전문의약품처럼 치료제로서 허가를 받아야 세포배양과 처방이 가능하다. 일본은 그 동안 자유롭게 세포배양이 이뤄졌다가 올 5월부터 재생의료법이 시행되면서 후생노동성으로부터 제조면허와 시술 자격 면허를 받도록 했다. 업체 난립을 막아 줄기세포 처방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일본 약사법도 개정돼 안전성만 입증되면 효능이 다소 떨어져도 처방이 가능하게 됐다.

또 성체줄기세포는 정상세포로 분화는 가능하지만 사람에 따라 치료효과에 편차가 크고 좋은 효과를 보이는 인체 조직이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어디에서 추출했느냐, 치료를 어떤 방식으로 했느냐에 따라 치료효과가 달리 나타나는 면도 있다.

"iPS 연구하면 모두 보조금"

반면 iPS는 분화가 빠르고 어떠한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성체줄기세포보다 재생효과가 강력하다고 볼 수 있다. 성체줄기세포의 치료효과는 이미 죽은 세포를 살리는 것보다 기능이 떨어진 주변 세포를 활성화하는데서 주로 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에 비해 배아줄기세포나 iPS는 손상되거나 죽은 세포를 대체하는, 사실상 인체 장기를 형성하는 보다 높은 단계에 까지 눈높이를 두고 있다. 

이같은 가능성은 일본이 iPS 연구에 매달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진 보다 연구가 수월하고 빠른 상품화가 가능한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무게가 더 기울어져 있는 상태다.

일본 고베에 위치한 니시하라클리닉의 히로미치 니시하라 전문의(소화기 외과)는 최근 현지에서 <뉴스1>과 만나 “현재 일본에서 가장 연구가 활발한 줄기세포 분야는 iPS”라며 “iPS를 연구하면 구별 없이 모두 정보 보조금이 지급될 정도로 일본 정부가 힘쓰고 있는 부분”이라고 소개했다.

니시하라클리닉의 히로미치 니시하라 전문의. 2010. 8. 10 / 뉴스1 © News1 이영성 기자
니시하라클리닉의 히로미치 니시하라 전문의. 2010. 8. 10 / 뉴스1 © News1 이영성 기자

니시하라 전문의는 일본 내에서 배양한 성체줄기세포를 직접 환자들에 주입해 치료를 해오고 있는 일본 내 대표적인 줄기세포 분야 의사이다. 그 동안 자신의 판단 하에 줄기세포치료를 해왔지만 재생의료법 시행으로 버거씨병과 같은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치료 허가를 준비해오고 있다.

"iPS 상용화 최소 30년 더 필요..성체줄기세포가 무난한 치료제"

iPS가 앞으로 상용화되기까지는 최소 30년 정도가 소요될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몇 달 전 일본 고베 첨단의료센터에서 iPS 세포 이식술이 최초로 시행됐지만 암화가 되는 문제가 있었다.

무수히 많은 세포분열이 이뤄지는 게 암세포이다. iPS도 빠르게 분열되다 보니 암세포가 될 수 있는데, 원하는 장기세포로 분화된 뒤 더 이상 세포분열이 이뤄지지 않게 하는 것이 iPS의 핵심기술이다. 수십 년 뒤 상용화될 수 있는 분야이지만 일본은 일찌감치 제도를 정비하고 나랏돈을 쏟아부으며 산업육성 발판을 다지고 있다.

니시하라 전문의는 “iPS가 분화능력이 가장 뛰어나기 때문에 이론상 어떠한 인체 장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런 만큼 아직 기술이 더 필요하고 빠른 분화에 따른 암화 가능성을 극복하는 것이 숙제”라고 밝혔다.

따라서 현재는 효과가 iPS만큼 뛰어나진 않더라도 부작용 없이 무난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것이 성체줄기세포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성체줄기세포 역시 꾸준히 연구가 진행되면 충분히 좋은 치료제가 될 수 있고 iPS 상용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니시하라 전문의는 “현재로선 성체줄기세포가 환자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면서 "모든 조직에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무릎 등 국소 주입이 가능한 세포나 혈관 등에는 좋은 효과가 있어 이 분야도 앞으로 국가적으로 신산업이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체줄기세포 치료를 시작한 이유로 "어떠한 줄기세포보다 안전하다는 점"을 꼽고 “지금까지 치료해 본 결과 효과가 분명히 있고 꿈의 치료제 iPS가 상용화될 때까진 성체줄기세포가 큰 역할 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줄기세포 산업을 육성해 나갈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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