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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속 시신' '트렁크 시신'…'엽기 살인'에 떠는 시민들

장롱 속 시신에 이어 트렁크서 여성 시신·아들 여자친구 살해
시민들 "내가 사는 동네에서 끔찍한 사건이…모든 것이 불안"

[편집자주]

'장롱 살인 사건'의 피의자 강씨가 1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압송되고 있다. 송파경찰서는 10일 여자친구를 죽이고 장롱 속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절도)로 강모(4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015.9.11/뉴스1 © News1 고성준
'장롱 살인 사건'의 피의자 강씨가 1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압송되고 있다. 송파경찰서는 10일 여자친구를 죽이고 장롱 속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절도)로 강모(4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015.9.11/뉴스1 © News1 고성준


열흘도 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서울에서만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이른바 '장롱 속 시신 사건'  '성동구 트렁크 시신 사건'  '용산구 아들 여자친구 살해 사건' 등을 며칠 사이 연달아 접한 시민들은 불안함과 함께 피로감마저 호소하고 있었다.

지난 6일 서울 송파구의 한 단독주택 장롱 속에서는 알몸 상태의 40대 여성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여성 A(46·여)씨는 '외도'를 의심하는 남자친구 강모(46)씨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강씨는 지난 3일 오후 7시쯤 A씨의 집에 몰래 들어가 귀가하는 A씨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쳐 쓰러뜨리고 입을 틀어 막아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는 A씨를 살해한 뒤 둔기 가격 등으로 A씨의 옷 등에 혈흔이 묻자 A씨의 옷을 모두 벗겨 화장실로 A씨를 데려가 물로 씻기는 등의 '엽기적'인 행동마저 보였다. 또 그는 A씨의 신용카드를 훔쳐 경찰에 붙잡히기 직전까지 이를 이용해 도박을 하기도 했다.

강씨가 살인과 절도 혐의로 구속된 지난 11일 오후에는 서울 성동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 있던 차량 트렁크에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 여성은 '차량이 불에 타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발견됐으며, 경찰 조사 결과 차의 주인 주모(35·여)씨인 것으로 밝혀졌다. 화재에 의해 불에 탄 여성의 시신에는 흉기로 찔린 듯한 외상 역시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대에 폐쇄회로(CC)TV에 찍힌 남성중 한 명을 용의자로 특정하고 검거를 위해 이 남성을 쫓고 있다. 그러나 남성이 선불폰을 사용하는 등 추적이 어려워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트렁크에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바로 그 다음날인 12일에는 조울증을 앓는 60대 여성이 아들의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마저 발생했다.

특히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경찰이 최초 신고후 30여분 뒤에야 현장에 도착, 살릴 수 있었던 피해자의 죽음을 놓쳤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박모(66·여)씨는 평소 감정이 좋지 않았던 아들의 여자친구인 B(34·여)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12일 오후 9시42분쯤 한남동 자택 앞에서 B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cm의 과도로 명치 부위를 찔린 B씨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 뒤늦게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평소 조울증 증세가 있었던 박씨는 "B씨가 손가방으로 나를 후려쳐 홧김에 찔렀다"며 범행을 시인했다.

이처럼 잔인한 살인사건이 며칠 사이 연달아 터지자 서울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장롱 속 시신'이 발견된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이모(28·여)씨는 "뉴스로 사건을 접하고 사건 현장이 송파구라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잔인함에 또 다시 놀랐다"며 "화 등을 제어할 수 없는 현대인들의 문제가 점차 표면 위로 드러나는 것 같아 무섭다"고 말했다.

아파트에서 3살, 1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그는 "하다못해 아파트에서 아이가 뛰기라도 하면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움부터 든다"며 "모든 것이 예상밖의 일이라 더욱 무섭다"고 토로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29·여)씨도 "내가 사는 지역에서 이같은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하다니 아찔하다"며 "생계형 범죄가 아니라 엽기적인 취향이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범죄자들의 비중이 커지는 것 같아 더욱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최근까지 서울 성동구에서 거주했던 박모(29·여)씨는 "최근의 뉴스를 보고 한국에서 발생한 일인가 싶었다"며 "상상하면 할 수록 무섭고 잔인한 일이나 속이 울렁거릴 정도다"고 말했다.

동작구에 거주하고 있는 이모(58·여)씨 역시 "살인사건이 점차 엽기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아 길을 걷다가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는 것마저 무섭다"며 "특히나 최근 살인사건의 피해자들 모두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나는 물론, 내 딸마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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