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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톡톡]청년 新계급론…"헬조선에선 아무리 노오력해도 흙수저"

[편집자주]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헬조선은 계급사회다. 그들은 금수저·은수저·동수저·흙수저 등 수저의 재질로 자신을 정의한다. 최근엔 극상위층인 다이아수저도 등장했다.

금수저와 흙수저는 태생부터 다르다. 이를 나누는 기준은 단순히 금전적 조건을 뛰어넘는다. 교육환경과 주거지역, 직업과 타고 다니는 자동차까지 한 사람의 삶을 구성하는 전부가 계급을 기준 짓는 구성요소가 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통용되는 계층을 구분하는 '수저론'이 은수저(silver spoon)라는 영어 표현에서 왔다고 말한다. 청년들은 이 수저론을 바탕으로 부모의 재산과 직업에 따라 자기 자신을 구분 짓는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상의 '수저계급 기준표'.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상의 '수저계급 기준표'.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자산이 20억 이상이면 금수저, 5000만원 미만이면 흙수저다. 대학 입학 후 부모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면 흙수저, 원룸이나 전세 등 교육환경을 다 지원받으면 금수저로 보기도 한다. 사실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그러나 수저론은 공통된 목소리를 낸다. "우리가 아무리 노오-력을 해도 이 헬조선에선 안돼!"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른바 '수저인증'을 즐긴다. 자신이 수저론에서 어느 위치에 있다는 걸 간단한 사진 등을 통해 타인에게 인증하는 것이다.

간혹 보이는 금수저 인증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내가 이러고 산다'식의 흙수저 인증이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흙수저 아점(아침 겸 점심)'이라는 글이 그 예다. 글쓴이는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1500원에 파는 치킨너겟 10조각과 도시락 매장에서 900원에 산 흰 쌀밥 사진을 올리며 "2400원 흙수저 식사"라고 덧붙였다.

순식간에 해당 글에는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다. 네티즌들은 "난 굶었는데 밥 먹은 게 어디냐"  "물도 없이 목메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 "스스로 노력으로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체념의 표현"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수저론의 등장 배경을 '줄세우기식 서열문화'로 꼽았다. 곽 교수는 "회사부터 대학까지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한국인들은 줄 세우기에 열을 올린다"며 "기본적으로 상대비교의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엔 강남-비강남 구도로 계급화했다면 지금은 그 구조가 세분화됐다"며 "아마도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자신들은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계급을 정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파른 경제발전이 낳은 양극화가 사회구조가 됐고, 예전에는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였는데, 지금은 '용이 개천으로 다시 돌아가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젊은이들이 도저히 스스로의 노력으로는 바꿀 수 없는 현실을 체념하고 무기력해졌다고 본다"며 "현실과 구조에 대한 불만은 있지만, 그 표현 방식이 시위 등 적극적 요구가 아닌 자조적 인식으로 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계급 체계에서 자신이 어디쯤 있는지를 타인의 시선으로 검증받고 싶어한다"며 "결국 수저 인증이라는 행위는 '인정 욕구'와 '불안감'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청년들의 자조적 표현은 '잉여'에서 '삼포 세대'로, 다시 '수저론'으로 변모했다. 자신들의 처지를 점점 더 구체적이고 근본적으로 진단하고 있는 것.

현실을 바꾸겠다는 의지와 실행력도 중요하지만, 지금 청년들의 상황이 오롯이 그들만의 책임일까. 올해 청년 실업률이 최저라는 통계청 자료가 사뭇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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