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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들, 책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교수 기소 반대 성명

권보드래, 유시민, 임옥상, 이제하, 금태섭 등 서명 참여
"사법부가 여론을 국가의 통제하에 두고 있다"고 비판

[편집자주]

김규항 칼럼니스트(왼쪽부터)와 김철 연세대 교수, 장정일 소설가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제국의 위안부'의 형사 기소에 대한 지식인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지식인 190여명은 검찰이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교수를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기소한 것을 반민주적 관례라 주장했다.  © News1
김규항 칼럼니스트(왼쪽부터)와 김철 연세대 교수, 장정일 소설가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제국의 위안부'의 형사 기소에 대한 지식인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지식인 190여명은 검찰이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교수를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기소한 것을 반민주적 관례라 주장했다.  © News1


소설가 장정일, 연세대 국문과 김철 교수, 작가 유시민 등 국내 지식인 190여명이 '제국의 위안부'(뿌리와이파리)를 쓴 박유하(58) 세종대교수의 형사기소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박유하 교수의 기소를 반대하는 이들 지식인들은 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김철 교수의 사회로 기자회견을 열고 박 교수의 검찰의 기소에 대해 "사법부가 나서서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여론을 국가의 통제하에 두고 있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박 교수에 대한 기소로 인해) 연구와 발언의 자유가 제한받을 것이며 국가 이데올로기에 편승한 주장들이 진리의 자리를 배타적으로 차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명서에 서명한 이들은 권보드래 고대 국문과 교수, 김철 연세대 국문과 교수 등의 학계인사, 고종석, 유시민, 장정일, 이제하 등의 작가 및 소설가, 임옥상 화가, 금태섭 변호사 등  학계를 넘어 예술계, 법조계까지 광범한 인물들이 포함됐다.

이들은 성명에서 "책 '제국의 위안부'의 주장에 논란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종군위안부 문제는 당초부터 갈등을 유발할 요소를 가지고 있는 까다로운 사안"이라면서 "이 사안을 다루는 합리적인 방법은 (기소가 아니라)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자유롭게 표출되고 경합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의 기소가 역사 문제 일반과 관련해서도 국가가 원한다면 시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도 무방하다는 반민주적 관례를 낳을 것"이라면서 "검찰의 기소가 취하되기를 바라며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라고 했다.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교수(가운데)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국의 위안부'의 형사 기소에 대한 지식인 성명 발표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 News1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교수(가운데)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국의 위안부'의 형사 기소에 대한 지식인 성명 발표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 News1


한편 이날 함께 배포된 박유하 교수의 성명서는 "(자신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판하거나 폄훼하는 책을 쓸 이유가 없으며 도리어 젠더이론에 입각해 깊은 관심을 가져온 사람"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여러 학문적) 고찰결과 위안부란 '전쟁'이 만든 존재이기 이전에 국가세력을 확장하고자 하는 '제국주의'가 만든 존재이며 그러한 국가의 욕망에 동원되는 개인의 희생의 문제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사실상 자신의 책이 '여성주의적'이며 '제국주의 파시즘'에 대한 비판임을 분명히 했다.

박교수를 비롯해 성명서를 발표한 지식인들은 특히 '검찰의 기소 이유가 타당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기소의 주요 이유인 "박유하 교수의 책이 일본군 종군위안부를 '자발적 매춘부'로 묘사했다"는 부분은 위안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본 우익인사들을 비판하기 위해 박교수가 그들 발언을 인용한 데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책에서 '일본군과 종군위안부를 '동지적 관계''라고 표현한 것은 "제국주의 전쟁에 동원된 식민지 조선인의 사정을 그 전쟁의 객관적 상황에 의거해 기술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19일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권순범 부장검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로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박유하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를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나눔의 집’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1명이 박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출판·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법원은 지난 2월 출판·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고, '제국의 위안부'는 문제가 된 부분을 ‘○○○’ 형태로 표기한 삭제판으로 재출간됐다.

국내에서의 광범한 반대 목소리와 대조되게 '제국의 위안부'는 일본에서는 마이니치 신문이 주관하는 아시아태평양상, 와세다 대학이 주관하는 이시바시 단잔 기념 저널리즘상 대상을 수상했다. 또한 국내 출판사 47개사 대표들의 모임인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최근 '제국의 위안부' 삭제판을 '올해의 책' 중 한권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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