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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메카드 또 사?"…'정품만 72개' 손오공 상술에 속타는 부모

크리스마스도 품귀 …제품종류↑유통물량↓
가품까지 활개·…부모 구매비용 부담 가중

[편집자주]

터닝메카드 / 사진제공 = G마켓 © News1
터닝메카드 / 사진제공 = G마켓 © News1


# 4살, 8살 두 자녀를 둔 회사원 한모(39·남)씨는 올해 터닝메카드 제품을 총 20개 구매했다. 그는 "TV에서 터닝메카드가 방영되는 금요일이 되면 걱정부터 앞선다"며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면 아이들이 어김없이 새 캐릭터 제품을 사달라고 조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둘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터닝메카드를 집에서 가져오는 것을 막고 있다"며 "자신에게 없는 제품을 가진 모습을 본 아이들이 속상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서 변신완구인 터닝메카드 탓에 속을 태우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터닝메카드는 올해 품절·품귀 현상을 일으킨 완구업계의 최고 히트작이다. 

제조·판매사인 손오공은 유통물량을 늘리겠다고 장담했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품귀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터닝메카드의 구조적인 특성에서 비롯됐다.

21일 손오공에 따르면 터닝메카드는 2014년 11월 18일부터 올해 12월 11일까지 72개 제품이 출시됐다. 손오공은 최종 90개 제품(30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터닝메카드의 품귀 현상을 이해할 수 없다는 소비자 반응을 이끌 수 있다. 터닝메카드를 사달라는 자녀를 둔 부모는 72개 제품 가운데 1~2개 제품을 자녀에게 선물하면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들 사이에서는 '터닝메카드를 사줬는데 또 터닝메카드를 사달라고 조른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터닝메카드는 올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부모들이 제품을 사기 위해 대형마트 앞에서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인기는 하반기까지 이어졌다. 롯데마트 전점에서 11월 1~17일 가장 많이 팔린 남아완구 1~5위는 터닝메카드다. 온라인 쇼핑몰, 대형마트에서 품절 사태가 일어났고 현재 손오공의 자체 온라인몰조차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일어난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공중파 TV에서 방영 중인 터닝메카드 애니메이션에서 새 캐릭터가 나올 때마다 완구를 제작하다보니 제품군이 주기적으로 늘어났다. 아이들로 하여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완구 전체를 모으고 싶다는 충동을 계속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특히 터닝메카드의 완구와 카드 결합판매 방식이 아이들의 제품 소유욕구를 자극했다. 터닝메카드 애니메이션에도 등장하는 이 카드는 숫자가 쓰여 있다. 터닝메카드는 이 숫자를 아이들끼리 비교해 승자를 가리는 식의 놀이가 가능하도록 기획됐다.

손오공은 터닝메카드의 높은 인기에 맞춰 '터닝메카드 배틀 대회'까지 진행 중이다. 10월 열린 대회에는 2만여 명이 참가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현재보다 더 많은 카드를 확보해야 한다. 대회는 터닝메카드 가품으로 참가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터닝메카드의 가품은 활개를 치고 있다. 대표적인 가품은 '변신미니카'다. 이 제품은 올해 어린이날 전후 터닝메카드의 품귀 현상을 기회삼아 국내에서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제품은 중국에서 제작됐고 정식 유통 경로를 거치지 않은 탓에 손오공이 유통을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인터넷 상에는 '속아서 가품을 샀다' '정품을 다시 사야 한다'는 소비자 피해 글이 상당수 게재됐다.

터닝메카드의 품귀 현상은 유통 물량이 수요에 맞춰 늘어나면 해결될 수 있다. 문제는 손오공이 수요만큼 공급을 맞추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손오공은 터닝메카드를 중국 내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 공장을 통해 생산한다. 국내 자체공장을 가진 기업에 비해 적시에 제품을 공급하는 능력이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손오공은 완구업계 선두권 업체지만 지난해 매출액이 531억원 수준의 중소기업이다.

게다가 손오공은 히트 주기가 불확실한 완구 특성 때문에 대량 생산시 발생할 수 있는 재고 부담을 걱정해야 한다. 완구회사가 제품수요 추정치를 100%로 가정할 경우 80%만 생산해 판매하는 이유이다.

손오공은 터닝메카드의 생산 과정에서 이미 과부하가 걸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손오공은 이달 초 터닝메카드의 대표 모델인 에반, 피닉스, 코카트 제품에 대해 생산방식과 자재여건에 따라 모양이 상이하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생산업체가 소비자에게 가품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제품을 유통시키고 있다는 것.

부모들 사이에서 터닝메카드에 대한 불만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정 제품이 조기 품절된 상황을 두고 유통업체가 고의적으로 물량을 조절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글도 온라인 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터닝메카드의 품귀 현상은 부모에게 금전적인 부담을 높일 수밖에 없다. 터닝메카드 제품 1개는 다른 로봇완구에 비해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터닝메카드의 기본형 제품(카드3장+완구 1개)은 소비자가격이 2만2000원이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대형마트에서는 1만5000원 이하까지 할인 판매한다. 

하지만 여러 제품을 구매하거나 사양이 높은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부담이 만만찮다는 평가도 있다. 이달 출시된 신제품인 메가테릭스 챌린지 세트의 소비자가격은 9만5800원이다. 에반과 같이 일부 인기 있는 제품은 온라인상에서 소비자가격 보다 2~4배 가량 뛴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터닝메카드의 인기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 중이다. 현재 터닝메카드와 견줄 수 있는 히트완구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터닝메카드 애니메이션은 매주 1회씩 52회 방송되는데 18일 37회차가 방영됐다.

손오공 관계자는 "터닝메카드의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며 "최근 출시된 신제품은 별도 생산라인까지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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