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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1985년 피아퐁과 2015년 쯔엉 그리고 인천의 도전

[편집자주]

태국 출신의 피아퐁은 1985년 K리그 득점왕과 도움왕을 모두 거머쥔 특급 선수였다. 30년이 지난 2015년, 두 번째 동남아 선수가 K리그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News1
태국 출신의 피아퐁은 1985년 K리그 득점왕과 도움왕을 모두 거머쥔 특급 선수였다. 30년이 지난 2015년, 두 번째 동남아 선수가 K리그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News1

K리그에 동남아시아 선수 2호가 탄생할 전망이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약관의 르엉 쑤언 쯔엉 영입을 앞두고 있다. 베트남 선수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23일 오후 "오는 27일 계약을 위해 베트남으로 간다. 현지에서 28일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는 계획을 설명했다. 끝까지 탈 없이 사인이 오고가면, 쯔엉은 K리그 역사에 두 번째 동남아 선수이자 첫 번째 베트남 출신 선수로 남게 된다.

1983년 기치를 올린 K리그 역사 속에 동남아시아 출신 선수가 뛴 것은 딱 한 번뿐이다. 그 1명이 남긴 인상은 상당히 강렬했다. 리그 초창기 최고의 용병으로 불렸던 태국 출신의 피아퐁이 주인공이다.

피아퐁은 1984년부터 1986년까지 3시즌 동안 럭키금성 소속으로 43경기를 뛰면서 18골6도움을 기록했다. 백미는 1985년이다. 당시 피아퐁은 21경기에서 12골6도움을 올렸다. 리그 득점왕과 도움왕을 동시에 거머쥐었고 시즌 베스트11 FW 부문에도 이름을 올린 피아퐁을 앞세운 황소 군단 럭키금성은 정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

피아퐁은 지금까지도 가장 성공적인 외국인 선수로 회자된다. 지난 2007년, K리그 득점왕 출신들의 모임인 '황금발'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최고의 외국인 선수'를 꼽는 문항이 있었다. 황금발 회원들은 포항에서 황선홍과 투톱을 이뤘던 라데, 우승청부사 샤샤, 훗날 신의손으로 개명한 골키퍼 사리체프에 이어 피아퐁을 4번째로 꼽았다.

그만큼 잘하는 선수였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모셔온 선수다. 실제로 태국의 국민적 스타였던 피아퐁은 럭키금성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주었다. 그러나 더 이상은 동남아 선수를 볼 수 없었다. 전체적인 축구 수준이 아무래도 떨어졌던 까닭이다.

피아퐁이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1985년으로부터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동남아시아 축구선수가 K리그 입성을 앞두고 있다. 동남아 2호 쯔엉은 1995년생으로 베트남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신성이다. 팬클럽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스타를 위해 인천 구단은 이례적으로 한국이 아닌 베트남에서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현지에서 이슈를 일으키기 위한 복안이다.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는 측면이 큰 영입이다. 탐나는 시장을 잡아야한다. 이미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지난 10월 K리그 클래식 10경기의 중계를 베트남에 송출했다. 본격적인 중계권 협상은 내년이다. 그에 앞서 올해 중요한 단초를 마련한 것이다. 베트남에 K리그 경기가 방송되는데 심지어 베트남 선수가 뛰고 있다면 현지의 관심이 커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박지성이 뛰는 맨유 경기를 보는 것과 그냥 맨유 경기를 보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국내에 있는 동남아시아 팬들을 경기장으로 유입시킨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인천 구단은 "지난해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당시 태국이나 베트남의 축구 경기가 있을 때면 많은 관중들이 스타디움을 찾았다. 동남아의 축구 열기는 상당히 뜨겁다"면서 "특히 인천의 남동공단에는 동남아시아에서 온 근로자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을 경기장으로 유입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베트남 내에서는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의 소유자라고는 하지만 판 전체의 수준차를 감안할 때 K리그에서도 똑같이 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인천도 쯔엉에게 피아퐁급 활약상을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동남아 1호와 동남아 2호의 임무는 분명 다르다. 그 역할에 맞는 '성공'이 필요하다. 이는 인천 유나이티드뿐 아니라 K리그 전체적으로도 중요한 결과다.

현재 K리그는 '먹고사는 것' 자체에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생존까지 위협을 받을 정도로 불안정한 수익구조 속에서 인천이 시도하는 전례 없던 발걸음은 박수가 필요한 도전이다. 베트남, 나아가 동남아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쯔엉이 5골이나 10골을 넣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

특히 인천은 시민구단이다. 기업구단들보다 운영이 쉽지 않다. 하소연이나 푸념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곳으로 눈을 돌린 그들의 시도는 참신하고 바람직하다. 쯔엉이 넓은 의미에서의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면, 동남아 3호나 4호의 탄생은 30년까지 필요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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