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야구] '미라클' 김인식 감독 "절실한 우리선수들, 프로 꼭 갈겁니다"

[편집자주]

연천 미라클 김인식 감독이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양화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뉴스1 과의 인터뷰에서 활짝 웃고 있다. © News1 임경호 기자
연천 미라클 김인식 감독이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양화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뉴스1 과의 인터뷰에서 활짝 웃고 있다. © News1 임경호 기자

'김인식'이라는 이름은 '국민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올해에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프리미어12' 우승을 이끌었던 명장 김인식(68)감독이다. 하지만 MBC 청룡(LG 트윈스 전신)의 리드오프로 활약했던 동명이인 김인식(62) 감독도 한때는 남부럽지 않은 유명세를 누렸던 인물이었다.

MBC 청룡에서 현역생활을 마감하고 LG 트윈스에서 수비코치, 수석코치, 2군감독 등을 거친 김 감독은 지난해 3월 독립 야구단 연천 미라클 사령탑에 선임됐다.

김 감독은 "한국 야구에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래 생각하지 않고 승낙했다"면서 "구단에서 월급을 많이 주지 못한다고 했지만 괜찮다고 했다. 나는 이미 야구로 많은 혜택을 본 사람이다.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프로 2군 감독과 고등학교 감독 등 지도자로 잔뼈가 굵은 김 감독이지만 독립 야구단 감독은 또 다른 경험이었다.

그는 "2군 감독을 하다보면 1군에 못 가서 실의에 빠지고 좌절하는 선수들이 많다. 연천 미라클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들은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이후 선택을 받지 못했거나 방출을 당한 아픔이 있는 선수들 아닌가. 설움과 한이 몇 배는 더 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연천 미라클의 감독이 된 이후 두 번이나 놀랐다고 한다. 하나는 눈에 띄는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김 감독은 "이렇게 잘 하는 데 왜 방출됐을까 싶은 선수들이 몇몇 있었다"면서 "프로에 진출한 이강혁(NC)이나 김원석(한화) 같은 선수들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강혁은 신체조건도 좋고 파워가 있다. 무엇보다 3루수를 볼 줄 아는 선수인데, 우투 좌타라는 메리트도 있다. 대구고등학교 때 잘하던 선수였는데 부상이 있어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연천 미라클 선수단. (연천 미라클 구단 제공)© News1
연천 미라클 선수단. (연천 미라클 구단 제공)© News1

김원석에 대해서는 당장 1군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올해 한화와 연습경기를 할 때 홈런을 쳤던 선수다. 파워도 갖추고 컨택트도 좋다. 외야 전 포지션 수비도 가능하다"면서 "무엇보다도 근성이 있고 절실함이 돋보이는 선수다. 내년에 분명히 1군 무대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하나는 열악한 현실이었다. 앞서 창단됐다가 해체했던 고양 원더스의 경우 구단주가 많은 돈을 들여 선수들에게 봉급을 지급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지만 연천 미라클의 경우 재정이 열악했다. 선수들에게 월 70만원의 회비를 받지 않으면 운영이 어려울 정도였다. 선수단 버스 운전도 김 감독의 몫이었다.

김 감독은 "형편이 어려운 선수들은 월 70만원이 버거운 금액일 수밖에 없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이 금액을 메우는 선수들도 많았다"면서 "결국 이것이 부담스러워서 그만두는 선수들도 있었다. 감독으로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다들 '회비'를 내고 소속된 선수들이기에 경기를 치를 때 균등하게 출전 기회를 줘야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김 감독은 "올해 우리 승률이 3할 정도 된다. 역전패를 당한 경기가 많았는데, 경기 후반에 선수들을 고루 출전 시키다가 그런 적이 많았다"면서 "우리가 봉급을 주는 '프로구단'은 아니기에 그 부분은 어쩔 수 없지 않겠나"며 웃어보였다.

열악한 조건이지만 1년간 최선을 다해 선수들을 지도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강조한 것은 다른 것이 없었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아쉬움을 남기지 말고 절실하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세 명의 프로선수를 배출한 것은 가장 큰 성과였다. 김 감독도 "독립리그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하다보니 쉽지 않았지만 그 와중에도 3명이나 프로에 간것은 상당한 성과다. 독립리그를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한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년 목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 감독은 "다른 건 없다. 시합을 최대한 많이 하고, 스카우터들이 볼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프로에 많이 보내는 것이 목표다. 나야 한 살 더 먹지만, 아직은 쌩쌩하다"며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