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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사드배치, '양날의 칼'" …전문가 분석

"사드, 동북아 군사 안보 지형 바꾸는 첫 단추"
"중요한 것은 한국의 안보 문제…사드 용인 우리 내부서 먼저 논의해야"

[편집자주]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AFP=뉴스1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언급한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인 사드(THAAD) 한반도 배치 문제가 하루가 지난 14일에도 여론을 뜨겁게 달궜다.

박 대통령은 전날(13일) 담화에 이은 기자회견을 통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는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 위협 이런 것을 우리가 감안해가면서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서 검토해 나가겠다. 오로지 기준은 그것이다"고 말했다.

그간 우리 정부는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반도 사드 도입에 대해 미국의 요청이 오면 검토해 보겠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미 이 단계를 건너 뛴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박근혜정부 출범 후 공을 들여온 대중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또 한편에선 북한의 핵도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을 편드는 중국의 행태를 보면서 중국에 경도된 박근혜정부의 외교정책을 지금이라도 수정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사드 배치가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일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우리와 중국의 관계는 더욱 멀어지는 '양날의 검'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중국의 입장에서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게 되는 순간, 한국은 미국에 완전히 편입됐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 일본의 군사협력이 완성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같은 분위기가 조성될 경우 중국 입장에서는 자신들에게 중요한 '안보카드'인는 북한을 더욱 끌어안고 갈 수밖에 없다"며 "사드가 배치되는 순간 중국은 한국을 군사적 타격 목표로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번 박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이 지금처럼 북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한반도 주변국들은 중국이 제외된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사드에 대한 논의는 적극성을 띄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사드로 인해 동북아 군사 안보 지형이 바뀌게 된다는 사실을 중국 역시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이를 염두에 두고 중국이 대북 제재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한국과 중국은 물론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켜 한반도 긴장관계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중국이 북핵에 대해 냉정하게 균형을 맞추는 이유는 미국과 일본, 한국과 일본 동맹이 중국을 옥죄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중국은 북한이라는 하나의 카드를 내려 놓는 순간 자신들의 입지가 약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의 입장에서는 한미일이 북한을 빌미로 자신을 밀어 붙인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며 "오히려 이번 사드 배치 논란으로 인해 한미일 혹은 한중 관계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중국이 아닌 한국의 안보 문제인 만큼 이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요한 것은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어떻게 차단해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어떤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며 "이에 따라 사드를 한반도에 용인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한반도 사드 배치에 있어 중요한 것은 미국도, 중국도 아닌 한국의 입장"이라며 "북한의 핵무기로부터 한국이 충분한 방어 능력을 갖추었는지에 대해 파악하고 이에 따라 사드 배치를 용인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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