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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만명 성매매리스트'…성매수남 수사 못하고 왜 멈칫멈칫?

성매매 조직 철저한 분업 시스템…성매수남 특정 어려워

[편집자주]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고객의 인적사항 22만 여건이 담긴 '강남 성매매 리스트' 조직의 총책과 간부가 19일 경찰에 붙잡힌 가운데, 정작 리스트 속 성매수자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강남 성매매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는 이들은 조직 총책 김모씨(36)와 채팅담당 책임자 송모씨(27), 성매매여성 18명 등 총 55명이다.

경찰은 총책 김씨와 채팅담당 책임자 송씨를 비롯해 입건된 이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많게는 5~6명 정도 더 검거해 추가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그러나 정작 성매매리스트에 등장하는 성매수남들에 대한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성매매 조직의 철저한 분업화 시스템 때문에 실제 성매매를 한 남성이 누군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은 "성매수남을 검거하기 위해서는 성매매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리스트에 나오는 인적사항 만으로는 실제 성매매를 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며 "지금으로선 성매매 여성을 상대로 진술과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데 성매매 여성도 성매수남이 누군지 잘 몰라 수사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들 조직은 채팅으로 성매수남을 유인하는 채팅요원과 채팅담당 책임자, 성매매여성과 성매매여성 관리자, 운전을 담당하는 운전요원 등으로 구성됐으며 각자 역할에 따라 철저히 분업화 돼있다.

일단 채팅요원이 온라인에서 성매수남을 유인한 뒤 거래를 확정하면 장소 및 시간을 채팅 담당 책임자에 알린다.

책임자는 확보한 거래 정보를 성매매 여성 관리자에게 알리고 성매매 여성은 지시에 따라 운전요원이 데려다 주는 만남 장소로 이동한다.

이때 운전요원은 성매수남과 성매매여성을 각각 한 장소에서 만나도록 데려다 주고, 성매매 도중 생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밖에서 대기한다.

즉 성매매여성과 성매수남이 만나는 시간은 성매매가 이뤄질 때 뿐이며 다시 만날 일도 없다.

이들 조직이 성매매 여성과 성매수남이 친분을 갖고 개인적으로 거래할 것을 우려해 성매수남에게 다시 연락이 와도 한 번 만난 여성과는 연결시키지 않은 까닭이다.

당연히 성매매 여성은 단 한 번, 짧은 시간 만난 성매수남을 기억하기 어렵다.

이와 더불어 성매매 리스트 내역이 워낙 방대한 것도 성매수남을 특정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경찰은 공개된 22만 여건의 장부가 4년 전인 2012년부터 축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이들 중 실제로 성매수를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은 5000여건에 불과하며 성매매 여성은 성매수자를 만난 시간과 장소 등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성매수남을 특정하기 어렵다.

경찰 수사의 근거가 되는 실제 성매매 거래 내역이 담긴 조직 내 수기 장부 역시 성매매 여성과 채팅요원 등에 대한 정산을 위한 것으로 성매수남에 대한 정보는 없다.

성매수남을 특정하기에 리스트 내역도, 성매매 여성에 대한 조사도 별 소용이 없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이와 비슷한 분업 시스템을 가진 조직이 6개 더 발견됐지만 여기에 가담한 성매수남에 대한 수사 역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성매수남을 검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성매수자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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