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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대학' 가천대…"기업이 믿고 쓸 수 있는 인재 양성해왔다"

이길여 총장 인터뷰…"Techne 융합대학 신설…창의적 융합실무인재 키우겠다"

[편집자주]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이   6일 오후 경기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 가천대학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4.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이   6일 오후 경기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 가천대학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4.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가천대학교의 상징은 '바람개비'다. 대학 홈페이지에도 늘 바람개비가 돌아간다. 바람개비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의 다른 말이다. 바람이 강할수록 바람개비는 더욱 힘차게 돌아간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바람을 일으키려고 또 달려간다. 그렇게 바람개비는 거대한 풍차가 된다.

대학가에서 이른바 '뜨는 대학'으로 대표되는 가천대의 역사는 바람개비가 풍차가 되는 과정을 닮았다. 가천대는 최근 각종 평가에서 '발전 가능성이 큰 대학'으로 손꼽힌다.

가천대는 두 번의 통합과 통합한 두 개 대학을 다시 합치는 파격적인 구조개혁을 단행했다. 4개의 대학이 1개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불과 10년도 안 돼 이루어졌다. 그래서 다른 대학들이 수십 년 걸릴 일도 가천대에서는 1년이면 충분하다는 말이 있다.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의 결실은 통합대학 출범 4년째인 지난해 절정을 맞았다. 가천대는 지난해 교육부의 '잘 가르치는 대학'(ACE), 미래창조과학부의 전국 8대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등 각종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이름을 올렸다. 또 가천대 길병원은 2013년 국가지정 전국 10대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된 데 이어 2014년에는 서울대, 연세대와 함께 전국 3대 연구중심병원으로 인정받았다.   

대학에는 교수 수만큼 총장이 있다는 속설이 있다. 그만큼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학구조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강한 추진력과 따뜻한 리더십으로 가천대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이길여 가천대 총장을 만나 급속성장의 비결과 대학발전 계획을 들어봤다.

그 원동력은 의외로 간단했다. 이 총장은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 대학의 책무요 의무라 생각한다"며 "어느 기업이건 믿고 쓸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 News1 임세영 기자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 News1 임세영 기자

다음은 일문일답.

-가천대 성장의 비결은.   
▶끊임없는 도전이다. 고치고 부족한 게 있으면 또 고쳤다. 조금이라도 좋아진다면 바꾸고 또 바꿨다. 우리대학의 강점은 'can do'(할 수 있다) 정신이다.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출발도 하기 전에 이미 실패는 예견된 것이다. 우리 대학은 항상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모든 일에 임한다.

대학을 통합할 때도 그랬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멀쩡한 대학을 통합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통합이 잘 안 될 것이라며 만류했다. 그러나 우리는 2006년부터 시작한 4개 대학 통합을 2011년 완성했다. 2012년 새롭게 출범해 올해로 5년째를 맞았다.

10년도 안 된 시간이지만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이루어졌다. 졸업한 동문들도 모교를 방문해 발전상에 놀랐다고 입을 모은다.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서도 '입시에서 가천대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코다친다'는 말이 나온다. 대학의 브랜드 가치가 그만큼 올라갔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통합만으로 설명하기는 힘든 것 같다.
▶통합이 외형적 변화라면 통합 이후에는 내적 역량강화에 공을 들였다. 임상교원 62명을 포함해 우수교수 358명을 새로 초빙했다. 우수 논문이 쏟아지고 국내외 특허출원, 연구프로젝트 수주 등이 이어졌다. 강의의 질도 덩달아 올라갔다. 통합 이후 들인 노력이 2014년 교육부 수도권 특성화사업(CK-Ⅱ) 공동 1위 선정으로 첫 포문을 열었고 지난해 각종 정부지원 사업으로 이어졌다.

대학 간 자존심 경쟁으로 관심을 모았던 교육부의 학부교육 선도대학(ACE, 잘 가르치는 대학) 육성사업에서 경기·인천지역 대학 중 유일하게 선정됐다. ACE사업에는 99개 대학이 신청해 신규 10개와 재선정 6개 등 총 16개 대학이 선정됐는데, 수도권 대규모 대학 중에서는 가천대를 비롯해 동국대, 이화여대만이 신규로 이름을 올렸다. 

교육부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도 최우수인 A등급을 받았다. 미래창조과학부 소프트웨어(SW) 중심대학, 고용노동부 IPP(장기현장실습) 일학습병행제 사업, 대학창조일자리센터사업 등 굵직굵직한 사업을 잇따라 따냈다. 이 모든 게 대학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 덕분이다.

-학령인구 급감, 대학 구조조정 시대를 앞두고 모든 대학이 '변화'라는 화두로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 가천대는 어떤 교육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는가.    
▶기업과 대학 간의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 '테크네(Techne) 융합대학'을 만들었다. 한마디로 대기업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내대학'으로 보면 된다. 기업현장에서 곧장 일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교수 채용과 업적평가도 기존의 방법과 180도 달리할 생각이다. 산업체에서 실무경험을 한 젊은 교수를 뽑아 기업이 원하는 대로 학생을 가르치겠다. 커리큘럼은 학문별, 분야별로 현장경험을 한 기업체 전문가들이 편성하게 하고, 실습도 되도록 교내에서 소화하는 새로운 교육시스템이다. 재정 부담이 있겠지만 이 방법을 시행하지 않고 미스매치 해결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대학은 '개혁 DNA'를 갖고 있다. 2012년 통합 후 구성원들이 강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오늘날의 성과가 이루어졌다. 총장으로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안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미래기술융합대학이 소기의 성공을 거두면 이 시스템을 전 단과대학으로 확산할 방침이다. 어느 기업이건 믿고 쓸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게 목표다.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 대학의 책무요, 의무라 생각한다.

-기업과의 협력방안은?  
▶우리 대학이 위치한 성남에는 미래산업의 핵심인 IT산업이 집약돼 있는 판교테크노밸리가 조성돼 있고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의 파트너인 KT와 NHN 등 한국을 대표하는 IT서비스기업들이 위치해 있다. 우리는 이미 2002년 국내 대학 최초로 IT대학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9대 유망분야 인력수급 전망'에서 바이오의약, ICT, 신소재나노 분야가 국가 신성장동력 1~3위를 차지하는데도 수요·공급 불일치가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3개 분야는 우리 대학이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다.

이처럼 우리가 가진 강점과 기업과의 연계·협력을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워 기업의 요구에도 부응해 나가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게임 관련 117개 업체를 비롯해 400여개 기업들과 협약을 맺고 있다. 결국 기업과 대학이 윈윈하는 창조경제모델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 © News1 임세영 기자

-교육부의 산학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PRIME) 사업에 신청했다. 프라임 사업의 방향은.  
▶캠퍼스가 곧 창업, 취업, 창직의 도량이자 실현공간이 되도록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기업현장을 대학 내부로 끌어들이고, 교육에 이식하며, 학생의 대학생활 일상이 지속적으로 유형, 무형의 현장에 노출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우리 대학은 인접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중심의 지역 산업특성에 부합하는 ICT, 융합신소재 분야의 신산업을 선도할 창의적 융합실무인재 양성을 목표로 새로운 대학혁신을 단행한다. 인문, 사회, 예체능, 자연계열 정원 584명을 공학계열로 이동해 테크네융합대학에 6개 전공을 신설하고, 공과대학 3개 학과 정원 118명을 재조정해 신소재나노융합학과를 신설한다. 공학계열 비율이 기존 31%에서 46%로 높아지고 인문사회, 예체능비율은 41%에서 35%로 낮아진다(입학정원 3826명).

변화는 최근 신설한 550명 규모의 '테크네 융합대학'이 주도한다. 자동차공학, 전기공학, 의료공학, 전자공학,  산업공학 등 전통지식 기반의 공학·산업 영역을 ICT와 융합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형태의 창조적인 신산업을 창출하자는 것이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보육된 스타트업 기업을 우리 대학 가천창조캠퍼스로 유치하는 협력체제를 강화하고 이를 ICT에 특화된 국가·지역 전략산업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연구, 산업, 창작활동 학산 복합체로 활용할 계획이다(學産不二). 신설 분야 신임교수를 2018년까지 100명 이상 충원하고 프라임 특임교원도 초빙할 계획이다. 프라임관도 신축한다.

-요즘 소프트웨어 교육에 관심이 높은데.  
▶소프트웨어는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치며 세상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전공능력 외에 다양한 지식을 갖춘 융합인재가 필요하다. IT기술과 인문학적 소양이 융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학생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 우리 대학은 오래 전 IT대학을 만들고 소프트웨어교육을 강화해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으로 선정된 것도 이를 입증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구체적 운영사례를 꼽자면?   
▶올해 신입생부터 SW 기초과목을 한 과목 이상 교양필수로 이수하도록 했다. 총 7개 과목 54개 강좌를 개설했다. SW 기초교양과목을 통해 학생들은 소프트웨어 활용 사례를 중심으로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을 이해하게 된다. SW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계열·학과별 특성을 반영한 3단계 SW 기초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난이도를 조절했다. 학생의 눈높이에 맞추고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담당 교수에게 사전교육을 실시하고, 강의평가 만족도를 평균 9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전공학생들은 4만줄 이상 코딩 실습, 20개 팀 프로젝트, 30개의 오픈소스 도구 활용 등을 기본 교육 과정에 포함할 예정이다. 소프트웨어 전공 학생의 경우 다른 대학 커리큘럼으로는 1만줄 이상 코딩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실제 산업체에서 즉시 활용가능한 인력이 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가천대는 코딩 실습을 대폭 늘려 4만줄 이상의 코딩 경험을 쌓도록 해 산업체의 재교육이 필요 없는 우수한 인재로 키워 낼 것이다.

-응급처지교육도 교양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산부인과 의사로 반세기 이상 생명을 받고 살리는 최일선을 지켜왔다. 응급처치 교육은 생명 존중의 일환으로 추진했다. 생명을 살리는 데 초기 대응은 매우 중요하다. 초기 대응에 실패해 소중한 생명을 잃거나 후유증을 앓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언제 어디서 응급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 이 때문에 누구나 다른 이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게 중요하다. 각종 사고로부터 본인 스스로는 물론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도 살릴 수 있게 지난해부터 신입생을 대상으로 응급처치교육을 교양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응급처치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다. 2014년부터 가천관 등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장소에 자동 심장제세동기(AED) 9대를 설치하고 대학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 © News1 임세영 기자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 © News1 임세영 기자

-인문학적 소양의 중요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문학 교육 강화 방안은.  
▶2015년 가천리버럴아츠칼리지를 개설해 인문학적 소양은 물론 인성과 지성을 겸비한 'G형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G형 인재는 △협업봉사 역량 △비전도전 역량 △의사소통 역량 △정보문해 역량 △문제해결 역량 △세계시민 역량을 갖춘 '인성이 올바른 글로벌 창의인재'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공학+예술'을 아우르는 문·이과 통합형 신개념 교양강좌인'위대한 강좌 G-Series'를 개설해 교양과 전공의 이분법을 극복한다. 2016학년 1학기 2과목이 개설되었으며 2학기 3과목이 개설될 예정이다. '위대한 강좌 G-Series'는 역사적 사건과 인류사회 발전의 연결고리를 오늘날의 의미로 새롭게 재해석해 TED 방식으로 진행한다.

가천대 학생들이 읽어야 할 추천도서 100권을 선정했다. 고전을 학생 눈높이에서 설명하고 이를 강연자의 학문과 연결하여 오늘을 통찰하게 하는 초청 강연 '세계고전으로 초대' 특강을 1학기 때 7회에 걸쳐 진행한다. 올해는 생택쥐베리의 '어린왕자',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  기형도의 '입속의 검은 잎' 등에 대한 특강이 열린다.

-지난해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의과대학으로 전환한 이후 우수 인재들이 몰렸다고 들었다.  가천대 의대만의 강점을 꼽는다면.
▶의과대학 전환 후 두번째로 신입생을 뽑은 지난해 정시에서 5.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입학성적도 최상위권에 들었다. 가천대 의대는 6년 전액장학금과 기숙사 제공 등 학생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에 선정됐던 가천뇌과학연구원과 이길여암·당뇨연구원, 국가지정 연구중심병원 TOP3로 선정된 가천대 길병원 등 임상과 연구인프라를 겸비해 최적의 연구환경과 교육여건을 자랑한다.

특히 최첨단 의학시설과 연계된 최신 의학교육으로 차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최첨단 의료시설을 갖춘 지상 10층 지하 6층 규모의 의대 건물을 지난해 4월 착공했다. 내년부터 이 건물에서 수업과 연구를 시작한다. 의대를 비롯해 약대, 한의대, 보건과학대, 간호대의 융복합 교육도 시너지가 강화될 것이다.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 대학은 지난해 정시에서 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지방의 우수 학생 입학이 눈에 띈다. 수도권 중심의 신입생 분포가 전국으로 확대돼 이제 전국구 대학으로 도약했다는 뜻이다. 지원 고교 수가 2013학년도 1702개에서 2015학년도 1913개로 늘었다. 서울, 서울, 경기, 인천을 제외한 지방학생 비율도 2013학년도 11.7%에서 2015학년도 15.5%로 늘었다. 계열별 수능 백분위 평균점수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2016학년도 수시입시에서는 개교 이래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5만3038명이 가천대를 선택했다. 수험생과 학부모님들이 가천대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학생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다. 대학마다 학풍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 대학은 교육이념인 박애·봉사·애국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변화와 혁신의 DNA를 심으며 학생들과 함께 계속 발전하고 성장할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과 사람의 대결에서 생생하게 봤듯이 세상은 무섭게 변화한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미래를 선도할 인재를 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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