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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길 안내하고 먹통되고…카카오내비 "예전같지 않네"

T맵 전자지도DB 사용중지하면서 이용자 불만폭주…카카오 "문제없다"

[편집자주]

 

#국민 암세포 카카오 내비, 내비가 길을 못 찾으면 내비인가, 역주행길을 안내하는 내비가 내비냐, 최고의 앱이었는데 카카오가 먹자마자 최악의 내비가 됐다, 카카오로 바뀌고 악평이 너무 많아 무서워서 업데이트를 못하고 있다, 이름 바꾸고 삭제앱 1위가 됐다, 갑자기 내비가 멈춰서 사고날 뻔했다, GPS 신호를 빨리 못 잡고 길안내 시작하고 화면이 먹통이다, 실행 중에 멈춘다, 평점 1점도 아깝다, 구관이 명관, 예전 김기사가 그립다.

애플의 앱스토어와 함께 대표적인 앱마켓인 '구글 플레이'에 게재된 카카오내비(옛 김기사) 이용자들의 평가글이다. 몇문장으로 '요약'이 어려울 정도로 불만 글이 넘쳐난다. 한때 '국민내비'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다 지난해 카카오로 인수된 이후, 지난 2월 '카카오내비'로 전면개편되면서 사라진 '김기사'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카카오는 지난 2월 24일 모바일 내비게이션 김기사를 카카오내비로 전면 개편했다. '굿바이 김기사'를 밝힌 직후, 검색 오류, 저장 정보 삭제 등 이용자 불만이 폭주했다. 하지만 거의 두달이 지났지만 사태가 수습되기는커녕, 최근까지도 하루에 구글 플레이에 수십개의 이용자 불만글이 쇄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비는 김기사, 김기사를 만나고부터 약속시간을 잘 지키게 됐다, 티맵보다도 가벼워서 좋다"며 찬사 일색의 평가글이 쏟아졌던 2013년, 2014년과는 180도 달라진 변화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변화의 원인으로 내비게이션 서비스의 핵심기반인 '지도DB'를 꼽고 있다. 그간 김기사의 핵심 경쟁력인 지도DB 문제가 부실해지면서 서비스 경쟁력도 저하됐다는 지적이다.  

김기사는 2010년 박종환 대표가 창업한 록앤올이 만든 길안내 서비스로 2011년부터 SK플래닛의 T맵 전자지도DB를 사용했다. 이를 통해 록앤올은 지도표출용 배경지도정보, 경로계산용 도로네트워크정보, 안전운전안내정보 등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었다. T맵 전자지도DB는 KT, LG유플러스 등 경쟁사에서는 따라잡을 수 없는 내비서비스를 만들어낸 일등공신으로 통하는 T맵 서비스의 핵심 근간이다. 다른 이동통신 고객이 T맵 때문에 SK텔레콤으로 옮겨갈 만큼 경쟁력이 탁월한 내비였다. SK플래닛에서 맡고 있던 T맵 사업은 현재 SK텔레콤으로 이관된 상태다.

문제는 록앤올이 2011년부터 사용한 T맵 전자지도DB 계약을 2014년 8월 말로 종료하면서부터 불거졌다. 갑작스럽게 전자지도DB 제공을 중단할 수 없어 양사는 계약 만료 후, 총 13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가졌다. 록앤올은 지난해 9월말까지 전자지도 DB를 교체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그사이 록앤올이 T맵의 경쟁사인 카카오에 지난해 5월 626억원에 인수되면서 양사 관계는 더욱 껄끄러워졌다.

하지만 양사간 계약기간이 완전히 정리된 11월까지도 록앤올이 T맵 지도의 DB를 무단사용해 SK플래닛이 록앤올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SK플래닛은 지적재산권 보호와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T맵 DB에 고의로 지명에 '오타'를 냈는데 김기사에서 똑같은 오타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예를들어 'T맵'에 경남 함안군 '군북면'을 '군복'으로 입력해놨는데, 김기사에도 똑같이 '군복'으로 표기돼 있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록앤올은 지도DB 도용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SK플래닛이 '의도적인 오타'가 김기사에 버젓이 발견된다고 지적한 이후, 오타가 사라지자 뒤늦게 김기사측에서 DB를 삭제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시시비비는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지도DB 논란 이후, 김기사의 길안내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김기사에 대한 서비스 불만이 지난해 11월께부터 전면 중단된 T맵 지도DB 사용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내비가 새로 생긴 도로로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서비스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며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는 택시운전사들도 주로 카카오내비를 이용하고 있는데 길안내 서비스가 부실해지면서 상당히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지도DB 사용을 진행한 것은 지난해 여름부터였다"며 "소송 이슈전부터 이미 플래닛 지도DB 대신 독자적으로 쓰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를 하다보면 오류 제보가 많고 지금은 크게 이슈가 되는 정도는 아니고 잦아들었다"며 "현재는 특별한 의견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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