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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만표사건서 '현관비리'는 없다는 검찰…요원한 전관비리 근절

수년 주기로 반복하는 '법조비리'…"공소시효 없애고 자격 박탈해야"

[편집자주]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홍만표 변호사(57·사법연수원 17기)의 법조비리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홍 변호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처음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해외 원정도박 수사 및 재판과 관련해 문제가 불거졌던 법조비리 사건을 검찰은 결국 홍만표 변호사 개인비리 수준으로 선긋기하며 일단락 지었다.

검찰 관계자는 "홍 변호사가 전관임을 내세워 사건을 수임해놓고 적극적인 변론활동을 하지 않아 불만이 많았다"며 "홍 변호사가 고위급 검사를 찾아간 건 청탁이라기보다는 변론활동을 한 것이지만 싸늘하게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홍 변호사의)선처(부탁)에 대해 엄정수사 방침을 밝힌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조비리'는 수년을 주기로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 대한민국 법조계를 들썩이게 하는 법조비리 사건은 잊을만하면 어김없이 터져 나온다. 그런데도 대개 수사결과는 전관 또는 브로커의 잘못으로 매듭지어졌고, 검사나 판사가 금품을 수수한 정황이 명확하게 포착된 경우에는 '개인비리'로 정리되기 일쑤였다.  

검찰은 홍 변호사와 관련된 수 많은 의혹을 '실패한 로비' '개인비리'로 선을 그으면서도 정 대표 측이 홍 변호사가 아닌 다른 루트를 통해 현직 검사에게 1억원을 건넨 사실에 대해서는 해당 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의 말에 따르면 전관인 홍 변호사를 통해 시도한 로비는 실패했고 변호사가 아닌 다른 사람을 통해 시도한 금품제공은 성공했다는 얘기가 된다. 결국 검찰은 전관과 현관이 유착한 '전관비리'는 조직자체의 문제는 존재하지 않고, 법조 브로커 등을 통해 돈을 건네 받는 '개인비리'만 존재한다는 입장을 취한 셈이다. 

◇ 수년 주기로 '법조비리' 반복…그 이유는?

전문가들은 법조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주요한 이유로 세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현직 검사와 법관들 사이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변호사 접대 등 관행 아닌 관행이다. 실제 판·검사가 지인들과의 식사자리 술자리에 변호사나 지역 사업체 대표 등을 불러내 계산을 담당하도록 하는 일도 종종 있다.

두 번째로 공직에서 물러나도 '변호사 개업'을 하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점이 법조비리의 주요 이유로 꼽힌다. 진경준 검사장의 120억 주식대박 문제가 불거졌던 사건 초기 한 검찰 고위관계자는 "부럽다" "진 검사장은 문제될 게 없다. 검사장까지 했기 때문에 옷 벗고 나가 변호사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공직윤리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사례다. 변호사 자격이 일종의 '생계 안전망'으로 인식돼 비위행위 적발에 대한 부담감이 적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세 번째는 뿌리 깊은 '연고주의'다. 이번 홍 변호사 사건도 예외는 아니었다. 홍 변호사의 브로커로 활동했던 이민희는 홍 변호사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정 대표 측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모 검사가 돈을 건네받은 이유도 바로 박 검사가 당시 네이처리퍼블릭의 서울메트로 입점과 관련해 감사를 진행 중이던 감사원 고위간부와 고교 동문이기 때문이었다. 출신 대학과 연수원 기수 등에 따라 뭉치고 흩어지는 성향이 강한 것도 법조비리의 주요 이유로 지적된다. 

◇ "판검사 '뇌물혐의' 공소시효 없애고 적발 시 변호사 자격 박탈해야"

전문가들은 법조비리 원인을 겨냥한 '대증처방'이 법조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법관출신 최 변호사와 검사 출신 홍 변호사 사건이 불거지자 법원과 변호사 단체 검찰은 앞다퉈 법조비리 근절 방안을 제시했다. "법조비리 원인을 남에게서만 찾는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나름의 자구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 16일 대법원은 △전화변론 방지 위한 통화녹음 △부당변론 신고센터 설치 및 운영 △연고관계 선임차단 등의 대책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서울변회는 즉각 이에 대한 논평을 발표하고 실효성 문제를 지적했다.  

20일 대한변협은 '전관 변호사 배출' 자체를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판검사 선발시험을 변호사 자격시험과 분리하는 투트랙 법조인 양성제도 실시 등을 골자로 하는 '전관비리 근절대책'을 내놓았다. 법조비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연고주의'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대한변협은 또 관련법을 개정해 판검사가 퇴직 후 변호사가 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장기적인 계획임을 언급했지만 실제 법개정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법원과 검찰의 동조여부 및 입법권한을 갖고 있는 국회의 판단 등이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역시 실효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대한변협의 대책안이 '원인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는 만큼 실제 시행될 경우 법원의 대책안보다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대한변협의 법조비리 근절 방안에 동조하면서도 '판검사 뇌물의 공소시효 폐지'와 뇌물 범죄 등 유죄 확정 시 '변호사 자격 박탈' 등을 추가적인 법조비리 근절안으로 제시했다.

사회정의 실현의 한 수단인 '사법정의'를 훼손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해 적발된 경우에는 언제든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고, 관련 범죄로 유죄판단을 받을 경우에는 변호사 자격을 영구 박탈하는 방안을 법조비리 근절의 '해답'으로 제시했다.

전학선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사도 직무와 관련해 일정 정도 이상의 범죄를 저지르면 의사자격을 박탈하고 있는 것에 비춰 법조인들도 직무와 관련해 일정 수준 이상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인 '사법정의'를 보호하기 위해 자격박탈을 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 교수는 "자격박탈을 할 수 있는 범죄의 수위나 정도 등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은 논의를 통해 촘촘하고 세밀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청한 한 법학자는 "뇌물범죄 공소시효 폐지와 변호사 자격 영구박탈 등에 대해 판검사들은 가혹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면서도 "법조비리야말로 사법의 낙후를 여지 없이 드러내고 사회정의를 훼손하는 '사회악'인 만큼 과감한 시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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