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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격랑 속에서 인간성 잃지 않으려 애쓴 '정보원'

[북클럽] 홍상화 소설 '정보원'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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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 양옆에는 시체가 즐비했다. 하반신이 날아간 전사의 울부짖음이 검은 연기 사이로 귀를 찢는 듯 들려왔고, 시체들이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중략)포 소리가 멈췄다. 얼마 전의 폭음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적막이 찾아들었다.'(상권 34~35쪽)

분단과 이데올로기 문제는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우리 민족 전체는 물론 개개인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왔다. 소설 '정보원'(상·하 2권)은 남파간첩과 그의 행적을 뒤쫓는 남한 정보요원의 이야기를 통해 분단과이데올로기 문제를 다룬다. 하지만 그를 통해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의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주인공은 북한의 첩보원 정사용과 남한의 정보요원 김경철이다. 상권은 정사용의 이야기이고, 하권은 김경철의 이야기인데 각각의 주인공들은 한국사의 격랑에 휘말리는 무력한 인간 혹은 삶 속에서 마모되는 인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상권에서 정사용은 중학생 때 처음 공산주의를 접한 뒤 6·25가 발발하자 북한군에 자원입대한다. 전쟁이 끝난 뒤 평양대극장에서 일하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내지만 1970년 당의 지시를 받고 남파된다. 하지만 전향한 그는 그후 남한 생활에 적응해 자신이 혐오하던 자본주의에 물들어가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우연히 북쪽의 아내와 딸의 상황을 알게 되고 그들을 잊고 살았다는 죄책감과 혼란스러움 속에서 주인공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하권의 주인공 김경철은 5·16 쿠데타 이후 정보부에 들어가 15년간 정보 요원으로 일한 인물이다. 1970년 정사용이 남파됐을 때 그를 심문했던 김경철은 그로부터 9년 후 정사용이 암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하지만 위암을 가장한 자살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면서 그는 정사용의 행적을 추적한다.

김경철이 이데올로기의 희생자이면서도 동시에 북쪽에 있는 가족을 향한 사랑을 이어갔던 정사용의 인간적인 모습을 알게 되면서 느끼는 심리는 특히 세밀하게 묘사된다.정사용의 삶과 죽음, 그리고 가정생활과 인간관계에서 좌절한 김경철이 정사용이 되려고 결심하는 모습을 통해 작가는 폭력적인 역사 속에서도 인간성을 지키려고 하는 두 정보원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다.(홍상화 지음·한국문학사·각권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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